"물가 변화 없으면 달러는 안정될 것" 이창용·신현송 대담 [전문]
한국의 대표 경제학자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경제보좌관 겸 조사국장이 1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회 한은·대한상의 세미나에서 한국 경제와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이 총재와 신 국장은 올해 환율이 지난해와 달리 안정적일 것이란 데 동의했다. 이 총재는 "현재 상황에서 물가 예측치에 변동이 없는 한 환율은 안정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국장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수그러든다면 추가로 (미 중앙은행이) 금융 긴축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그렇게 되면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정점을 찍은 달러가 어느 정도 안정되는 상황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경제가 올해 5%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두 사람은 내다봤다. 하지만 한국이 중국 경제 회복의 큰 수혜를 입을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내리지 않았다. 이날 대담은 이 총재가 묻고 신 국장이 답하는 형식으로 15분간 진행됐다. 다음은 두 사람의 대담 전문.
"물가 변화 없으면 달러는 안정될 것" 이창용·신현송 대담 [전문]
이창용 총재=제가 환영사를 하는 것보다 세계적인 석학인 신 국장에게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제가 궁금한 것을 물어보겠다. 먼저 기업을 경영하는 분들께 질문을 크게 두 개 받아봤다. 첫 번째 질문은 해외와 거래가 많은 기업인데 달러화로 수출 대금을 받아 언제 원화로 바꿔야 할지 물었다. 달러는 어떻게 될까.

신현송 국장=환율이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되지만, 통화정책이 큰 몫을 차지한다. 내일 새벽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결과가 있을 텐데 Fed에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급선무다.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수그러들고 안정된다면 추가로 금융긴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달러화도 작년 가을을 정점으로 더 이상 큰 폭으로 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바람 반 예측 반이겠지만 어느 정도는 안정되지 않을까 하는 상황이다.

이 총재=현 상황에서 물가 변동이 없는 한 안정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하나는 중국 업체에 납품하는 수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기업인의 질문이다. 미·중 관계가 악화하면 중국 수출이 어려워지고 중국이 자체 생산을 늘릴 것이란 얘기가 많다는데 한국이 새로운 납품업체를 찾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가. '중국을 포기해야 하나'라는 질문 같다.

신 국장=거래 상대방에 대한 리스크 관리는 항상 중요하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 (거래처의) 다변화는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중국이 워낙 비중이 크기 때문에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정학적으로 여러 가지 흐름이 있지만, 실제 한국기업 입장에서 (반도체 등) 몇몇 전략적 업종 외에 미·중 갈등이 큰 영향을 미칠지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미·중 마찰이 있다 하더라도 미국과 중국 모두 관계자를 유지하는 한국에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총재=중국 수출 관련, 미·중 갈등 문제도 있지만, 중국에서 임금이 오르고 중국의 경쟁력도 향상돼서 지난 20년간의 중국 특수를 누리기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 중국 의존도를 바꿔야 하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중국 성장률을 4.4%에서 5.2%로 크게 올렸다. BIS에선 중국 성장률을 얼마로 예상하나. 한국 경제가 중국 경제의 회복으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신 국장=중국 리오프닝(경제 재개)으로 인한 수요 반등에 의해서 최종 소비재만 혜택을 받을 것이다. 한국과 중국 간 무역 관계자는 중간재 수출, 수입이 많다. 한·중은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중요한 나라들이기 때문에 세계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제일 중요하다. 글로벌 가치사슬이 잘 움직이려면 금융 여건이 좋은 쪽으로 움직여야 하고, 중국 수요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수요가 더 중요하다.

이 총재=BIS에서도 중국이 5%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신 국장=우리는 IMF와 달라서 전망치를 내놓진 않지만, 견해가 비슷하다.

이 총재=한은에서는 지난 4분기 중국 성장률을 -2%로 봤는데 제로 성장이 나왔다.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5% 넘을 것으로 본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중국 경제 반등이 지난해 워낙 나빴던 것에 대한 기술적 반등에 머물면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중국 관광객이 한국에 많이 오면 경상수지 흑자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신 국장=(경상수지 개선 등은)한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도 마찬가지다.

이 총재=유럽,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신 국장=지난해 중반만 해도 유럽은 녹록지 않아 보였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달러화도 강세를 보였기 때문에 자국 통화로 계산하는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원자재 가격이 오름과 동시에 인플레이션 쇼크를 일으키고 경기 냉각도 빨리 이뤄졌다. 한동안 암울한 상황이었던 거 같은데, 최근에 와서 원자재 가격이 많이 내려오고 달러도 안정되고 하니까, 유럽에서는 연착륙이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가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미국은 고용시장이 중요한데 고용시장이 균형을 찾고 어느 정도 경기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다.

이 총재=지난해 11월 제가 BIS로 출장을 갔을 때만 해도 분위기가 비관적이다가 12월 넘어가고 특히 올해 1월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미국, 유럽 금융시장도 더 많이 반응하고 있는데 금융시장에 나타난 기대가 과도한가.

신 국장=항상 금융시장은 비관적일 때는 금융자산 가격이 그때의 투자심리를 반영하는 거고 더 비관적으로 갈 수도 있다. 반면 투자심리가 돌아서면 과잉 반응을 보이며 돌아서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항상 그랬다. 지난해 11월 BIS 발표를 보면 달러 가치가 정점이었고, 그때가 전환점이었다. 금융 여건을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게 많다. 컨디션이 안 좋으면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고 경제 활동에 제약이 있는데 반대로 호전되면 과잉 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다. 중앙은행의 의무는 시장의 반응을 적절히 감안해서 실물경제에 맞게끔 금융이 움직이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

이 총재=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정, 다음 주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회의 등이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주요국의 통화정책을 보고 지금의 견해를 유지할지, 조정될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금융시장이 먼저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신 국장=저희도 보고 있다.
"물가 변화 없으면 달러는 안정될 것" 이창용·신현송 대담 [전문]
이 총재=우리가 걱정하는 게 유가다. 유가가 중요하고 어려운 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또 하나의 리스크는 중국이다. 중국이 회복하면 실물경제는 좋지만, 석유 수요 늘어나서 유가를 올리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가는 어떻게 전망하나.

신 국장=유가뿐 아니라 에너지 원자재 가격을 총괄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1973년 오일쇼크가 처음 터졌을 때만 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원유 의존도가 높았다. 그러나 계속해서 원유 의존도가 많이 낮아졌다. 원유로부터 천연가스, 재생에너지 쪽으로 넘어갔다. 원유 가격이 올라가면 충격이 있겠지만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니다.

이 총재=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굉장히 높은 상황에서 이머징 마켓이나 일부 선진국 등 부채가 많이 올라간 나라들을 중심으로 금융위기가 터질 가능성은 없나. 한국도 가계부채가 크고 부동산 의존도가 높다.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이자율이 부채에 영향을 미쳐 위기가 나타날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신 국장=아주 좋은 지적이다. 부채는 국가별, 부문별 특징이 있다. 가계부채는 금융안정뿐 아니라 실물 경기 활기에도 영향을 준다. 이자 부담률이 올라가면 소비가 줄어든다. 가계부채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앞으로 높은 이자율이 계속 유지되면 여러 리스크가 있다. 가계의 대차대조표상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가계부채뿐 아니라 기업부채도 감안해야 한다. 지금까지 크게 감안 안 했던 게 정부부채다. 한국은 재정건전성이 튼튼해서 크게 거론이 안 되지만.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동력이 재정 지출이었다. 특히 국채 비율이 올라서 앞으로 고금리 상태에서 정부가 재정을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큰 문제다. 올해 새로운 테마가 될 것이다.

이 총재=한국은 기획재정부가 재정 건전 기조로 가져가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물가 안정뿐 아니라 위기관리 측면에서 정책 공조가 잘 되고 있다. 오늘 신 국장이 말했듯 달러 강세가 추세적으로 떨어져서 무역수지가 개선될 것이라고 한 만큼 그 말만 믿고 마음을 편히 갖겠다. 신 국장 말대로 되면 하반기에 모시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