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한 SK하이닉스가 올해 투자 규모를 작년 대비 50% 이상 줄인다는 기존 계획 외에 추가적인 투자 감축은 없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올해 투자 50% 이상 축소…추가 감축은 고려 안해"
SK하이닉스는 1일 작년 4분기 실적 발표 후 가진 콘퍼런스콜에서 "전년도 설비투자와 팹(공장) 규모, 필수적인 인프라 투자 등을 고려하면 이미 적정 수준으로 투자를 축소했다고 판단한다"며 "현재로서는 추가적인 투자 감축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작년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투자 규모를 작년 대비 50% 이상 줄이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작년 4분기부터 중국 우시 등 주요 생산라인에서 웨이퍼 투입량도 축소했으며 올해 D램과 낸드 웨이퍼 생산량을 작년 대비 축소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기본적인 투자 계획의 근간이 되는 것은 향후 시장 상황의 변동인데 현재로서는 크게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며 "큰 규모의 투자 축소라고 볼 수도 있지만, 올해부터 수요가 증가하는 DDR5와 HBM3, 1a나노미터(nm) 176단 기반 제품들은 향후 고객 수요에 맞춰서 공급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시장 턴어라운드(전환)에 대비해 기존 계획 외의 추가 감산이나 투자 축소 없이 미래 준비에 나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전날 삼성전자도 자연적 감산 가능성을 시사하기는 했지만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존 기조를 유지했다.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두자릿수 감소하고 낸드는 한자릿수 후반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는 계절적 비수기로 업계 전반의 높은 재고 수준으로 예년에 비해 더욱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며 "신규 캐파(생산능력) 투자 없이 일부 공정 전환에 따른 감소를 고려하면 올해 D램과 낸드의 웨이퍼 생산은 전년 대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경기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 우려에도 올해 하반기에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출시 등으로 시장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봤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리오프닝 이후 경기 부양 정책, 예를 들어 스마트폰 보조금 등의 변화가 있다면 하반기 출시되는 신제품 위주로 고용량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서버의 경우 신규 CPU 출시에 따라 고용량 DDR5는 분명히 시장의 사업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DDR5 재고는 업계에 없고, 재고 부담은 DDR4에 집중돼 있다"며 "DDR4는 줄이고 DDR5는 늘리는 믹스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또 극자외선(EUV) 장비 적용과 관련, "EUV의 높은 투자 비용 상황을 고려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에 집중해왔고 현재는 업계 최고 수준의 EUV 생산성을 확보했다"며 "EUV 적용 공정을 1b, 1c나노에서 점진적으로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이 1조7천12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영업이익 4조2천195억원)와 비교해 적자 전환했다.

분기 단위 영업적자를 낸 것은 2012년 3분기(-240억원)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