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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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일본보다 낮춰 잡았다. 한국은 2.0%에서 1.7%로 하향 조정하고, 일본은 1.6%에서 1.8%로 높였다. IMF의 전망이 현실화하면 한국과 일본의 성장률은 25년 만에 처음으로 역전된다.

IMF는 31일 ‘세계경제 전망’을 통해 세계 경제와 주요국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 만의 수정치다. IMF가 전망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1.7%는 경제협력개발기구(1.8%)와 한국개발연구원(KDI·1.8%)보다는 낮지만 한국은행(1.7%)과 같고, 기획재정부(1.6%)와 글로벌 투자은행 9곳 평균(1.1%)보다 높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0%대 성장’ 가능성과도 거리가 있다. 하지만 세계 각국과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IMF는 세계 경제성장률을 2.9%로 제시했다. 종전 2.7%보다 0.2%포인트 높였다. 이에 따라 한국 성장률과 세계 성장률 간 격차는 0.7%포인트에서 1.2%포인트로 커졌다. 특히 한국의 성장률은 장기 저성장에 빠진 일본보다 더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성장률이 일본보다 낮은 시기는 1967년 이후 65년간 1980년 오일쇼크와 1998년 외환위기 때 두 차례뿐이었다.

이날 방한한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부총재는 고금리와 무역적자를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내린 이유로 지목했다. 그는 “금리가 오르면서 소비에 영향을 줄 것 같다”며 “무역수지 악화, 주택 부문 둔화 등 취약성이 있다”고 했다.

세계 성장률 올린 IMF, 한국은 0.3%P 낮춰

IMF는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0%에서 1.4%로 0.4%포인트 높였다. 중국은 4.4%에서 5.2%로, 유로존은 0.5%에서 0.7%로 올렸다. IMF는 “미국은 견조한 내수, 유로존은 에너지 도매가격 하락, 중국은 리오프닝 기대 등으로 상향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도 전망치가 2.6%포인트 상승했다. 당초 마이너스 성장(-2.3%)에서 플러스 성장(0.3%)으로 전망치가 바뀌었다. 전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예상보다 경기 위축이 덜하다는 점에서다.

암울한 韓 경제성장률 전망…25년 만에 日보다 낮아졌다
피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 전망은 지난해 10월 전망보다 덜 비관적”이라며 “올해는 성장률이 바닥을 치고 인플레이션은 감소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영국도 금융부문 악화로 성장률이 0.9%포인트 하락해 마이너스 성장(-0.6%)으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물가상승률은 올해 6.6%로 전망했다. 당초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높였다. 내년엔 소폭 줄어든 4.3%를 제시했다. 국가별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IMF는 “글로벌 소비자물가는 작년 3분기에 정점을 지난 것으로 판단한다”며 “긴축적 통화정책과 글로벌 수요 둔화에 따른 국제 연료 가격 및 상품 가격 하락 여파로 인플레이션은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IMF는 많은 국가에서 성장률 전망이 올라갔지만 경기 하방 위험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경기 회복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세계 경제의 분절화도 경계했다.

정책 대응으로는 인플레이션 관리와 재정정책 정상화를 주문했다. IMF는 “인플레이션 대응을 최우선으로 하고, (석유와 농산물을 뺀) 근원인플레이션이 명확히 하락할 때까지 금리를 인상하거나 유지하고, 중앙은행 대차대조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재정정책은 ‘점진적으로 긴축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보편적 지원을 축소하고 식량·에너지 취약층에 대한 선별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주택 가격이 급등한 지역은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