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나갔다. 올해도 많은 사람이 야심 찬 목표와 함께 한 해를 시작했을 것이다. 운동, 금연, 금주, 어학 공부, 저축…. 하지만 지금쯤이면 큰맘 먹고 들여놓은 운동기구에 빨래가 널리기 시작한다. 새해 계획을 한 달만 실천해도 꽤 오래 버틴 것이다. 왜 우리는 목표와 계획을 세웠다가 얼마 안 가 포기하고 중단하기를 반복하는 것일까. 포기할 땐 포기하더라도 왜 그런지 이유라도 좀 알아보자.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새해 살빼기, 또 작심삼일?…'경제적 선호' 달라진 탓
경제학자들은 작심삼일의 원인을 시간 비일관성에서 찾는다. 시간 비일관성이란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의 선호도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동태적 비일관성이라고도 한다.

우리가 새해 시작과 함께 이런저런 목표를 세우는 것은 그런 목표를 최적의 선택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규칙적으로 운동해 살을 빼고, 새벽마다 외국어 공부를 해 어학 능력을 키우고, 저축을 해 자산을 늘리는 것이 자신에게 이롭다는 지극히 합리적인 판단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달라진다. 살다 보면 다이어트보다 중요한 일이 생긴다. 새벽 운동보다는 아침잠 30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날이 반드시 온다. 어제 야근을 했으니 오늘은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는 그럴듯한 핑계로 자신을 합리화한다.

정부 정책에도 시간 비일관성이 종종 나타난다.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다가도 선거가 다가오면 표를 얻기 위해 선심성 돈풀기에 나서고 부동산 정책은 일관성 없이 냉온탕을 왔다갔다 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결국 정책 효과도 약해지게 된다.

○당장 5만원 vs 1년 후 10만원

현재 편향 또한 작심삼일의 원인이 된다. 인간은 현재의 작은 보상을 미래의 큰 보상보다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오늘 5만원을 1년 후 10만원보다 좋아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경제학자들은 미래가 얼마나 먼 미래인가에 따라서 사람들의 선호가 달라진다는 점을 발견했다.

심리학자이자 행동경제학자인 조지 에인슬리는 두 가지 실험을 했다. 먼저 실험 참가자들에게 지금 당장 50달러와 6개월 후 100달러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당장 50달러를 받겠다고 한 사람이 훨씬 많았다. 두 번째 실험에선 3개월 후 50달러와 9개월 후 100달러 중 선택하게 했다. 그랬더니 9개월 후 100달러를 선택한 사람이 더 많았다.

6개월을 더 기다리면 50달러를 더 받는다는 점에서 두 실험의 구조는 같다. 그러나 실현 시점이 6개월이냐 9개월이냐에 따라 사람들의 선택이 달라졌다. 인간은 먼 미래를 계획할 때는 합리적으로 판단해 보상이 큰 쪽을 선택하지만, 가까운 미래를 내다볼 때는 당장 얻을 수 있는 작은 보상을 더 높게 평가한다는 것이 이 실험의 시사점이다.

장기적으로는 운동의 효용이 늦잠의 효용보다 크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그래서 연초엔 매일 아침 운동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시야를 단기로 좁히면 달라진다. 운동의 효과는 즉각 나타나지 않지만 늦잠의 유혹은 뿌리치기 힘들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먼 미래의 보상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과 가까운 미래의 보상에 적용하는 할인율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쌍곡선 할인’이라고 한다. 그래프로 나타내면 두 개의 곡선이 겹친 형태가 된다는 뜻이다.

○꺾이지 않는 1년 되려면

심리학자들은 작심삼일을 극복하려면 ‘헛된 희망 증후군’과 ‘에라 모르겠다 효과’를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헛된 희망 증후군이란 지나치게 높은 목표를 설정했다가 실현하지 못하고 실망하기를 반복하는 현상을 말한다. 에라 모르겠다 효과는 계획에 일시적 차질이 생겼을 때 모든 것을 포기하는 행태를 뜻한다.

헛된 희망 증후군을 극복하려면 목표를 현실성 있게 조정해야 한다. ‘매일 아침 운동’ 대신 ‘하루 10분 산책’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계획이 어긋났다고 해서 모든 것을 포기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 1년을 보낸다면 올 연말엔 조금은 더 나아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