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낸 삼성SDI가 올해 상반기 ‘꿈의 배터리’로 통하는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생산라인을 완공한다. 2027년으로 예정된 기존 양산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투자도 늘린다. 글로벌 생산거점 확충에 주력하는 다른 배터리 업체와 달리 ‘초격차 기술’을 먼저 확보하는 등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전략이다.
삼성SDI는 30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다수의 완성차 기업과 전고체 배터리와 관련해 협력하고 있다”며 “개발 속도를 높여 양산 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고체 파일럿 라인을 준공하는 것은 주요 배터리 업체 가운데 처음이다. 삼성SDI는 이 라인에서 먼저 소형 전고체 배터리를 제작해 소재, 부품, 성능 등을 점검한다. 이후엔 고용량 대형 배터리에도 같은 성능을 구현하고, 안정적으로 양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게임 체인저’로 통하는 지름 46㎜의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인 ‘46파이’ 역시 충남 천안공장에 상반기 설비를 갖추고 하반기부터 시제품을 생산한다. BMW 등 다수의 완성차 업체와 이 배터리 공급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배터리보다 밀도를 15% 높인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신제품도 하반기 중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완성차 업체와의 북미 신규 합작사 추진 계획과 관련해 “다수 고객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제너럴모터스(GM)가 미국에서 네 번째 합작공장을 짓기 위해 삼성SDI에 제안을 했고,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DI의 실적은 전기차용 배터리 수주 증가를 바탕으로 고속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 20조1241억원, 영업이익 1조8080억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각각 전년보다 48.5%, 69.4% 급증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7.9%에서 9.0%로 높아졌다.
포스코케미칼이 삼성SDI와 대규모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을 놓고 배터리업계에선 예정된 수순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을 계기로 2차전지 광물과 소재 전반에 걸친 밸류체인을 보유한 포스코그룹의 몸값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탈(脫)중국화’와 병행한 안정적인 소재 공급망 확보가 배터리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소재 내재화 나선 포스코그룹중국산 원자재와 부품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내 공급망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IRA의 핵심이다. 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국은 제련 시장에서 리튬 44%, 코발트 75%, 니켈 69%, 망간 95%를 점유하고 있다. 음극재에 쓰이는 흑연 공급 비중은 채굴 시장에선 64%이며 제련 시장에선 천연흑연 100%, 인조흑연 69%에 달한다.이 때문에 글로벌 자동차·배터리 업체들은 2차전지 광물과 소재 전반에 걸친 밸류체인을 보유한 포스코그룹에 주목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가 지분을 투자한 리튬, 니켈 광산 등으로부터 광물을 공급받는다. 포스코홀딩스는 호주에서 니켈 광산, 아르헨티나에서 리튬 염호를 개발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 업체에 의존했던 광물 제련·가공 작업도 국내 및 해외 공장을 통해 내재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이어 양대 자동차업체인 포드가 포스코그룹과 양극재 공급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포스코케미칼도 양극재 매출의 95% 이상을 LG에너지솔루션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신규 고객 발굴이 절실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고객 다변화를 원한 포스코케미칼과 탈중국화 및 안정적인 배터리 소재 조달을 희망한 삼성SDI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밝혔다. 김준형 포스코케미칼 사장은 “삼성SDI와 긴밀한 협력으로 배터리소재 글로벌 시장 리더로서의 지위를 더욱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영원한 적도 우군도 없다”포스코케미칼과 삼성SDI의 전격적인 동맹으로 배터리업계의 합종연횡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이번 포스코케미칼과의 협력으로 장기간 확고한 신뢰관계를 확보함으로써 규모 있는 성장을 함께 이룰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삼성SDI는 그동안 국내 1위 양극재 업체인 에코프로그룹과 밀월 관계를 유지해왔다. 에코프로그룹의 양극재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은 2012년 삼성SDI로 거래처를 확대하려다 LG에너지솔루션과의 거래가 끊겼다. 이후 삼성SDI와 양극재 합작사인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하는 등 삼성SDI에 양극재를 주력 공급하고 있다.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회장은 사석에서 삼성SDI를 영원한 파트너라고 부를 정도다.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비즈니스에서 영원한 우군도 적도 없다는 방증”이라며 “이번 계약을 계기로 자동차업체와 국내 소재업체 간 굳어졌던 기존 합종연횡의 틀이 깨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에코프로비엠과 삼성SDI는 향후 급증하는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조만간 추가 양극재 공급계약을 맺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배터리업계에선 포스코케미칼이 삼성SDI에 이어 LG에너지솔루션과 추가 공급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포스코그룹은 2012년 LG화학에 양극재를 공급하기 시작한 후 10년 넘게 배터리 소재 사업에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강경민/김형규 기자 kkm1026@hankyung.com
포스코케미칼이 올해부터 2032년까지 삼성SDI에 10년간 40조원 규모의 양극재를 공급한다. 글로벌 양극재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계약이다. 북미산 배터리 광물·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을 계기로 포스코케미칼이 최대 수혜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포스코케미칼은 삼성SDI와 전기차 배터리용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30일 공시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과 김준형 포스코케미칼 사장은 이날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계약을 맺었다. 포스코케미칼이 삼성SDI에 양극재를 공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지금까지 LG에너지솔루션에 양극재를 사실상 전량 납품해 왔다.배터리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양극재는 용량과 출력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다. 국내 양극재 업체가 주력하는 하이니켈 양극재는 NCM(니켈·코발트·망간),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NCA로 구분된다. NCM과 NCMA는 긴 수명, NCA는 고출력이 장점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지금까지 NCM·NCMA 생산에 주력해 왔다. 반면 삼성SDI는 최신 배터리 제품인 ‘젠5’부터 양극재 조합을 NCM에서 NCA로 변경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NCA까지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삼성SDI를 신규 고객으로 확보했다는 것이 포스코케미칼 측 설명이다.포스코케미칼은 삼성SDI에 공급할 양극재 생산을 위해 국내 공장을 증설하고, 유럽 등 해외에 신규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삼성SDI는 포스코케미칼에서 납품받은 양극재로 생산한 배터리를 글로벌 완성차 업체인 스텔란티스 등에 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강경민/김형규 기자 kkm1026@hankyung.com
세계 배터리 점유율 1위 업체인 중국의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가 4조원을 넘게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기지를 건설할 예정이다.30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CATL은 자회사인 광둥방푸(廣東邦普)가 최대 238억위안(약 4조 3282억원)을 투자해 광둥성 포산시에 50만톤(t) 규모의 배터리 재활용 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전날 밝혔다. CATL은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는데 4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광둥방푸는 CATL이 지분 64.8%를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로 리튬배터리 소재 및 자원 개발·생산·판매 뿐 아니라 리튬배터리 회수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의 보증 기간은 통상 8년 또는 주행거리 12만㎞다. 배터리 용량이 80% 미만이면 전기차에 적합하지 않아 재활용 또는 폐기 처리돼야 한다고 차이신은 전했다. 최근 들어 전기차 판매가 확대되는 데다 배터리 주요 원료인 리튬 가격이 폭등하면서 전기차 배터리의 재활용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한편 CATL은 지난해 1∼11월 SNE리서치 집계 기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37.1%로 1위다. CATL은 지난달 독일 중부 튀링겐주 아른슈타트시 인근 공장에서 생산한 첫 견본 배터리를 고객에게 인도한 데 이어 연내 이곳에서 6개 생산라인을 가동할 예정이다.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