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며 반도체 업계가 역대급 한파에 시달리는 가운데 그동안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고 못 박아온 삼성전자가 과연 입장을 바꿀지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온통 집중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삼성전자의 감산을 기정사실화하며 향후 시장 반등에 대한 전망을 쏟아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구체적인 감산 계획을 밝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상반된 예상도 나오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작년 4분기 실적 발표 후 열리는 콘퍼런스콜에서 향후 설비투자 계획과 감산 여부 등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반도체는 현재 공급 과잉에 따른 재고 증가와 수요 위축에 따른 가격 급락 상황에 직면해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역대 최악의 침체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메모리 수요의 중요 지표인 재고가 3배 이상 증가해 역대 최대인 3∼4개월치 공급량 수준에 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재고가 넘쳐나고 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의 반도체 재고는 26조3천652억원, SK하이닉스의 재고는 14조6천650억원이다.
이런 가운데 2, 3위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이 잇따라 투자 축소와 감산 계획을 내놓는 등 반도체 수급 개선에 나섰지만 메모리 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는 그동안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메모리 반도체는 특성상 수요가 부진하더라도 공급이 수요를 밑돌 경우 가격 상승이 가능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까지 감산에 나서면 글로벌 수급 상황이 개선돼 메모리 가격도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감산과 투자 축소를 전제로 반도체 시장 전망을 내놓고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투자 여력이 있는 삼성전자도 1분기 반도체 부문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올해 투자를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투자 축소로 인한 공급 축소 효과는 상반기보다 재고가 줄어든 하반기에 집중되며 이를 통해 올해 하반기부터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의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회사들의 적극적인 공급 감소 노력으로 하반기부터 수급은 개선될 것"이라며 "올해 2분기를 기점으로 고객사 재고는 크게 소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메모리 업체들의 감산 효과가 본격화되면 올해 1분기를 지나면서 재고가 정상화되고 가격 반등도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반도체 업황 회복을 앞당기려면 삼성전자도 감산에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기대감은 삼성전자의 주가에도 이미 반영됐다.
삼성전자가 지난 6일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작년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지만 실망 매물이 쏟아지기보다 오히려 감산 기대감이 제기되며 이달 초 5만5천원대였던 주가는 이날 6만3천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는 현재 상황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만일 삼성전자가 감산에 나서지 않는다면 지금의 반도체 업황 다운사이클(침체기)은 더욱 늘어지고, 그나마 올해 하반기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막판까지 감산 여부에 대한 메시지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감산에 대해 보다 완화된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인위적 감산이 없다'는 기조를 바꿀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웨이퍼 투입량을 조절하는 인위적인 감산을 공식화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메모리 시장이 반등하면 삼성전자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누가 과감히 인위적 감산을 결정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 외에는 삼성전자가 인위적 감산을 공식화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그보다는 공정 전환이나 생산 라인 효율화 등에 따른 기술적·자연적 감산을 꾀할텐데 이마저도 공식적으로 언급할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1분기를 지나면 경쟁 업체의 감산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가 경쟁 업체 대비 풍부한 현금 등을 바탕으로 당분간 버티면서 다가올 호황기에 대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21∼2026년 메모리 반도체의 연평균 성장률은 전체 평균(5.8%)을 웃도는 6.9%로 전망됐다.
지금은 감산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반도체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이 예상되는 셈이다.
5G, 인공지능(AI), 고성능컴퓨터(HPC) 등 첨단 산업이 모두 대량의 데이터 처리를 필요로 하는 만큼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향후에도 꾸준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들어 메모리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가 굳이 '인위적 감산'을 택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SK하이닉스도 다음달 1일 실적 발표와 콘퍼런스콜이 예정돼 있다.
다만 추가적인 투자 축소나 감산 계획 등을 발표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작년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지난해 10조원 후반대였던 투자 규모를 올해 50% 이상 감축하고 수익성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축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중국 우시 등 주요 생산라인에서 웨이퍼 투입량도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익 목표 2천억원 설정…수주 목표는 95억달러 국내 '빅3' 조선업체 중 하나인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급증한 수주에도 불구하고 고정비용 증가로 8천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회사는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2천억원으로 제시하며 9년 만의 흑자 전환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10.2% 감소한 5조9천447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공시했다. 영업적자는 8천544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중공업은 강재 가격 내림세가 둔화한 상황에서 외주비·인건비 인상에 따른 고정비용 증가로 대규모 적자를 봤다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중공업은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로 2천억원을 제시하며 2015년 이후 9년 만에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2021년 이후 수주한 물량이 본격적인 건조 일정에 돌입하고, 매출액 증대에 따른 고정비 부담도 감소하면서 올해부터 매출과 실적이 크게 호전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대표적 고부가가치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가 늘고 있는 것이 수익성 개선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은 2021년과 지난해 각각 122억달러와 94억달러를 수주하며 2년 연속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같은 기간 수주한 LNG 운반선은 총 58척(122억달러)에 달한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연간 매출 전망을 지난해보다 2조원 넘게 증가한 8조원으로 설정했다. 올해 수주목표를 지난해(94억달러)보다 높은 95억달러로 제시했다. /연합뉴스
포스코케미칼이 올해부터 2032년까지 삼성SDI에 10년간 40조원 규모의 양극재를 공급한다. 글로벌 양극재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계약이다. 북미산 배터리 광물·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을 계기로 포스코케미칼이 최대 수혜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포스코케미칼은 삼성SDI와 전기차 배터리용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30일 공시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과 김준형 포스코케밀 사장은 이날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계약을 맺었다. 40조원 규모의 이번 계약은 포스코케미칼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이자 최장 기간이다. 포스코케미칼이 삼성SDI에 양극재를 공급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지금까지 LG에너지솔루션에 양극재를 사실상 전량 납품해 왔다.배터리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양극재는 용량과 출력을 결정하는 핵심소재다. 국내 양극재 업체들이 주력하는 하이니켈 기반 양극재는 NCM(니켈·코발트·망간),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NCA로 구분된다. NCM과 NCMA는 긴 수명, NCA는 고출력이 장점이다.포스코케미칼은 지금까지 NCM·NCMA 생산에 주력해 왔다. 반면 삼성SDI는 최신 배터리제품인 ‘젠5’부터 양극재 조합을 NCM에서 NCA로 변경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NCA까지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삼성SDI를 새로운 고객으로 확보하게 됐다는 것이 포스코케미칼측 설명이다.포스코케미칼은 삼성SDI에 공급할 양극재를 생산하기 위해 국내 공장을 증설하고, 유럽 등 해외에 신규 공장을 짓는 계획을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포스코케미칼에서 납품받은 양극재로 생산한 배터리를 글로벌 완성차 업체인 스텔란티스 등에 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김준형 포스코케미칼 사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 대응해 고객과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사업경쟁력을 고도화하려는 노력이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소재 내재화 나선 포스코그룹포스코케미칼이 삼성SDI와 대규모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한 배경을 놓고 배터리 업계에선 예정된 수순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IRA 시행을 계기로 ‘탈(脫)중국화’와 병행한 안정적인 배터리 소재 공급망 확보가 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IRA에 따라 완성차업체들은 올해부터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조달한 광물을 40% 이상 적용한 배터리를 장착해야 세액공제 형태의 보조금(대당 7500달러)을 받을 수 있다. 이 비중은 매년 10%포인트 높아져 2027년엔 70%로 늘어난다. 배터리 부품은 올해부터 북미산을 50% 이상 써야 한다. 2029년엔 100%로 높아진다. 중국산 원자재와 부품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내 공급망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IRA의 핵심이다.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국은 제련 시장에서 리튬 44%, 코발트 75%, 니켈 69%, 망간 95%를 차지하고 있다. 음극재에 쓰이는 흑연 공급비중은 채굴 시장에선 64%이며 제련 시장에선 천연흑연 100%, 인조흑연 69%에 달한다.이 때문에 글로벌 자동차·배터리 업체들은 2차전지 광물과 소재 전반에 걸친 밸류체인을 보유한 포스코그룹에 주목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가 지분을 투자한 리튬, 니켈 광산 등으로부터 광물을 공급받는다. 포스코홀딩스는 호주에서 니켈 광산, 아르헨티나에서 리튬 염호를 개발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 업체에 의존했던 광물 제련·가공 작업도 국내 및 해외 공장을 통해 내재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 다변화를 원한 포스코케미칼과 탈중국화 및 안정적인 배터리 소재를 희망한 삼성SDI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밝혔다. ○“영원한 적도 우군도 없다”포스코케미칼과 삼성SDI의 전격적인 ‘동맹’ 체결로 배터리 업계의 합종연횡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이번 포스코케미칼과의 협력으로 장기간 확고한 신뢰관계를 확보함으로써 장기간 규모 있는 성장을 함께 이룰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통해 급성장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글로벌 톱티어 회사가 되겠다는 삼성SDI의 비전 달성 시기를 더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삼성SDI는 그동안 국내 1위 양극재 업체인 에코프로그룹과 밀월 관계를 유지해 왔다. 에코프로그룹의 양극재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은 2012년 삼성SDI로 거래처를 확대하려다 LG에너지솔루션과의 거래가 끊겼다. 이후 삼성SDI와 양극재 합작사인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하는 등 삼성SDI에 양극재를 주력 공급하고 있다.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회장은 삼성SDI를 영원한 파트너라고 부를 정도다.업계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비즈니스에서 영원한 우군도 적도 없다는 방증”이라며 “이번 계약을 계기로 자동차 업체와 국내 소재업체 간 굳어졌던 기존 합종연횡의 틀이 깨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에코프로비엠과 삼성SDI는 향후 급성장하는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조만간 추가 양극재 공급계약을 맺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배터리 업계에선 포스코케미칼이 삼성SDI에 이어 LG에너지솔루션과도 추가 공급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포스코그룹은 2012년 LG화학에 양극재를 공급하기 시작한 후 10년 넘게 배터리 소재 사업에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강경민/김형규 기자
삼성중공업은 올해 매출이 8조원, 영업이익이 2000억원으로 예상돼 2014년 이후 처음으로 흑자 전환할 것이라고 30일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흑자 전환 전망에 대해 "2021년 이후 수주한 물량이 본격적인 건조 일정에 돌입하고 매출액 증대에 따른 고정비 부담 감소 효과로 올해부터 매출과 실적이 크게 호전될 것"이라며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종인 LNG운반선이 수익성 개선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의 2021년과 2022년 수주액은 122억달러와 94억달러였다. 2년 모두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했으며, 같은 기간 수주한 LNG운반선은 122억달러(58척)으로 전체 수주의 56%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목표액을 지난해보다 높은 95억달러라고 공개했다.삼성중공업 관계자는 "2년 반 이상의 건조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올해도 수익성 중심의 수주 전략을 지속 전개할 계획"이라며 "특히 세계적으로 투자 검토가 활발히 진행중인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 시장에서 3년 연속 수주 목표를 달성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삼성중공업은 이날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조9447억원, 854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지난해엔 △고정비 부담 △강재가격 하향 안정화 둔화 △인력난에 따른 외주비·인건비 인상 영향 등 원가 증가분을 미리 반영해 실적이 좋지 않았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