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의 카드뉴스
"영업시간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와서 업무 보기에 정말 편합니다. 아예 더 길어졌으면 좋겠어요."

30일 오후 3시30분께 서울 여의도 한 시중은행에서 업무를 보고 나온 김연남(63) 씨는 이날부터 정상화된 영업시간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지난주까지 은행은 이 시간에 문을 닫았다. 그는 "휴대폰을 사용하기 힘들어 주로 영업점에서 업무를 본다"며 "일을 마치고 왔는데도 시간이 남아서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대기하는 고객들도 여유가 있었다. 지난주까지만해도 문이 닫힐 시간이었지만, 30분이 더 생겼기 때문이다.

이날부터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을 포함한 주요 시중은행과 산업·기업은행 등 국책은행, 주요 저축은행들은 오전 9시부터 영업을 시작해 오후 4시에 문을 닫는다.

2021년 7월 12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과 함께 은행권 영업시간이 '오전 9시∼오후 4시'에서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으로 줄어든 지 약 1년 6개월만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주 금요일 내부 문서로 영업시간 변경 일정을 공지했다"며 "오전 9시부터 모든 행원이 정상적으로 업무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미 일부 저축은행은 은행연합회가 권고하기 전부터 영업시간을 확대해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날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는 날이었다. 하지만 직원과 고객들 대부분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고객은 일부에 불과했다.영업시간 정상화로 금융소비자들의 편의성은 제고됐지만, 금융노조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영업시간 단축 여부는 노사가 합의해야 하는데, 사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영업시간을 원상 복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사측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며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총 6시간 30분 영업하는 절충안도 사측이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사측은 외부 법률 자문까지 거쳐 실내 마스크 의무가 해제된 뒤라면 노사 합의가 없어도 영업시간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해석을 얻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사측의 일방적인 조치에 대한 고발과 진정이 가능하다는 법리적 해석을 받았다"면서도 "오는 3월 예정된 산별중앙교섭 중앙노사위원회에서 관련 문제들에 대한 해결 방법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점포 특성과 정주 여건에 맞게 영업시간을 다양화해 금융 소비자의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적대응도 예고했다. 박 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합의 위반에 따른 업무 방해 혐의로 사측을 경찰에 고소 조치할 예정"이라며 "가처분 신청도 검토하고 있고, 고소 이후 권리 침해 사실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되면 가처분도 같이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한편 이날 시중은행에선 특례보금자리론 신청도 비대면으로 받기 시작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기존 보금자리론(집값 6억원 이하·소득 7000만원 이하·대출 한도 3억6000만원)과 안심전환대출(보금자리론 동일), 적격대출(집값 9억원 이하·소득 제한 없음·대출한도 5억원)을 통합해 올해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정책 모기지다.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는 연 4.25∼4.55%(일반형)와 연 4.15∼4.45%(우대형)로 시작된다. 우대금리를 적용받으면 최저 3%대까지 적용받을 수 있지만 조건이 까다롭고,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하향 조정되고 있어 매력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례보금자리론은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돼 영업점에 고객들이 많이 찾아오진 않았다"라며 "내달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가 발표되면 대출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좀 더 지켜보는 분위기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