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로 본 '新 세계화'…"문화가 무역을 대체한다"
BTS(방탄소년단)가 현재 세계화의 흐름을 나타낸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적인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의 주장이다. 그는 BTS를 대표 사례로 들며 상품을 주고받던 무역의 흐름이 서비스로 전환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29일(현지시간) 퍼거슨 교수는 블룸버그에 ‘K팝의 최고를 통해 본 세계화의 실존’이란 칼럼을 실으며 BTS가 달라진 세계화의 모습을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문화 세계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퍼거슨 교수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옥스퍼드대를 거쳐 하버드대 교수를 지냈으며 스탠퍼드대 후버 칼리지 선임연구 교수로 재직 중이다. <둠> <문명> 등을 집필해 세계적인 경제사학자라는 명성을 얻었다. 지난해 1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러시아의 침공을 여러 차례 경고하기도 했다.
니얼 퍼거슨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
니얼 퍼거슨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
퍼거슨 교수는 서양과 아시아의 대중문화 산업이 결합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봤다. 그는 2020년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빌보드 핫100과 빌보드 글로벌200에서 1위를 석권한 최초의 그룹이란 점을 강조했다. 동시에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거론하며 '문화 세계화'라는 현상을 지목했다.

퍼거슨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BTS를 비롯해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 열풍 등 아시아 대중문화가 새로운 세계화를 나타내는 기호로 여겨진다. 틱톡은 15억 300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SNS로 자리 잡았다. 아시아 대중들의 선호가 세계로 확산한 것이다.

세계화 연구에 천착한 경제학자 리처드 볼드윈의 시각도 이와 비슷하다. 볼드윈 스위스 제네바 국제경제대학원 교수는 "제조업의 세계화는 정점을 찍었지만, 서비스는 그렇지 않다"며 "세계화의 미래는 상품이 아니라 서비스가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볼드윈 교수는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되지 않는 중간 서비스가 세계화의 핵심이다"라며 "디지털 기술이 중간 서비스 교역의 문을 열었고, 고소득 국가에선 이런 서비스에 무역장벽이 없기 때문에 성장세가 가팔랐다"고 강조했다.

세계화가 종말이 왔다는 주장이 과장됐다는 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맥킨지 글로벌의 연구를 인용해 서비스 관련 무역량을 측정했다. 2010~2019년 서비스, 유학생 및 지식재산권(IP) 무역량은 상품 무역량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서비스 무역량은 매년 50% 이상 증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이 현상이 심화했다. 중국산 운동기구가 미국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상품 무역도 완전히 종결되지 않았다. 퍼거슨 교수는 BTS를 비롯해 세 가지 실마리를 제시했다. 미국의 무역적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32%에서 2015년 48%로 증가했다. 2021년에는 32%에 머물렀다. 애플의 중국산 제품 비중도 2020년 100%에서 현재 85~95% 수준으로 낮아졌다. 세계화의 종말을 우려할 만큼 상품 무역이 축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서방국가의 제재로 유럽과 러시아 경제가 단절됐다는 인식이 퍼졌다. 하지만 실제 러시아의 유럽연합(EU) 수출액은 2021년보다 2022년 더 증대됐다. EU에서 러시아산 상품을 과거보다 덜 수입한 회원국은 전체 27개 중에서 7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세계화가 지정학적 위기를 줄이진 않는다는 관측이 나온다. 퍼거슨 교수는 “미국과 중국 경제의 조화로운 통합을 의미하는 '차이메리카(China+America)'가 끝나고 '신냉전'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내다봤었다”라며 하지만 차이메리카와 신냉전은 공존 가능하다고 깨달았다”고 했다. 경제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통합을 이어가지만 동시에 갈등도 지속된다는 뜻이다.

BTS의 사례로도 세계화와 강대국 사이 정치적 긴장이 드러난다는 설명이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BTS 멤버가 한국의 남북한 분단 상황으로 인해 군 복무 의무를 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라고 퍼거슨 교수는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BTS가 재결합하는 2025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초청돼 세계화 분위기를 밝혀주기를 희망한다”고 부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