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1조 구찌 이끌 새 CD 사바토 드 사르노
구찌를 7년간 이끈 유명 디자이너인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후임이 결정됐다.

럭셔리 그룹 케어링은 구찌의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사바토 드 사르노(Sabato De Sarno·39)를 임명했다고 29일 밝혔다. 사바토 드 사르노는 오는 9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가을·겨울 패션쇼에 데뷔할 예정이다.

사바토 드 사르노는 구찌에 합류하기 전에 패션 브랜드 프라다와 돌체앤가바나, 발렌티노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구찌의 ‘간판 디자이너’인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구찌를 떠난 뒤에 유명 디자이너가 구찌에 올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대중 인지도가 낮은 사바토 드 사르노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에 올렸다.

사바토는 가장 최근에 발렌티노에서 남성·여성복을 이끌며 패션계에 이름을 알렸다. 2009년 발렌티노에 입사하기 전에는 돌체앤가바나와 프라다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구찌와 같은 메가 브랜드는 유명 디자이너보다 이런 무명의 디자이너를 디렉터로 임명하는 경우가 있다. 이미 구찌라는 브랜드 자체가 패션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 비네론(Jean Vigneron) 에곤젠더(Egon Zehnder) 컨설턴트는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구찌에 합류할 때도 무명이었다”며 “규모가 작은 브랜드는 유명 디자이너를 영입해 효과를 보는 경우가 있지만 메가브랜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마르코 비자리 구찌 CEO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바토는 이탈리아의 럭셔리 브랜드에서 일하면서 얻은 풍부한 경험이 있다”며 “그는 구찌의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다”고 영입 이유를 밝혔다.

구찌는 케어링 그룹 매출의 55%, 영업이익의 69%를 차지하는 패션 브랜드다. 작년에는 매출 97억달러(11조9795억원)을 기록했다.

전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2015년 발탁돼 구찌의 디자인을 총괄한 지 4년 만에 구찌 매출을 40% 이상 늘렸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엄격한 봉쇄 조치에 들어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교체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