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중앙은행들 금 보유량
3만7000t으로 48년만에 최대
지난해 3분기에만 400t 사들여
한국은행 10년째 금 매입 안해
금 보유량 적정한지 논란도
국제 금값이 치솟으면서 지난해부터 금을 사들인 각국 중앙은행의 전략이 적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반면 중앙은행의 ‘골드러시’에서 벗어나 10년간 금 보유량을 늘리지 않은 한국은행은 금 강세장에서도 웃지 못하고 있다. 한은의 금 보유량이 적정한지를 두고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중앙은행, 사상 최대 金 보유량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국제 금 선물가격이 최근 6주 연속 상승하면서 한때 트라이온스당 1940달러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9월 저점 대비 20% 올랐다. 역대 최고가(2069달러)도 사정권에 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세계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은 지난해 9월 기준 3만6746t으로, 1974년 이후 48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지난해 3분기에 매입한 금만 총 399.3t에 달한다.
세계금협회 자료를 보면 터키, 우즈베키스탄, 인도 등 신흥국 중앙은행이 금 매입을 주도했다. 중국 인민은행도 최근 금 매입을 늘리고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11월 금 보유량을 약 29t 늘렸다. 2019년 3월 이후 3년여 만의 금 매입이다.
중앙은행들이 금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다.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선호도가 커진 것이다. 또 지난해에는 강(强)달러가 지속되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 등의 가치가 달러화 대비 급락했는데, 금이 외환보유액 손실을 메워주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김희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2010년 유럽 재정위기, 2019년 코로나19 확산 등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금 수요가 확대됐다”며 “금융위기 이전에는 글로벌 중앙은행이 금을 순매도했지만, 이후 순매수로 변모해 꾸준히 금을 축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 금 보유량은 10년째 그대로
한은은 요지부동이다. 한은의 금 보유량은 2013년 2월 이후 10년째 104.4t에 머물러 있다. 달러로 환산하면 47억9000만달러어치다. 한국 외환보유액(4232억달러)의 1.1% 수준이다. 한은은 시가를 반영하지 않고 매입가로 표시한다. 현재 금 시세로 계산하면 65억달러(약 8조8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한은의 금 보유량은 2010년만 해도 14t에 불과했다. 그 해 금 보유량 기준 세계 57위였다. 당시 감사원은 한국의 경제 규모에 비해 금 보유량이 지나치게 적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후 한은은 김중수 총재 시절인 2011~2013년 금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공교롭게도 한은이 금을 사들인 직후 금값이 내리면서 정치권에서 ‘투자 실패’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 기준으로 한은의 평가차익은 2조3000억원 규모다. 평가수익률은 35.7%에 이른다.
한은도 지난해 미국 달러화 약세가 예상되자 실무적으로 금 매입을 검토했다. 하지만 외환보유액의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니라는 게 한은 판단이다. 한은 관계자는 “경상수지 적자가 이어지면서 외환보유액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외환보유액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측면에서도 금 비중을 늘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금 보유량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며 “금이 다른 자산을 대체할 만한지는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유하고 있어 봐야 이자도 안 붙고 보관료만 내는 금을 무작정 늘리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한은은 보유 중인 금을 영국은행(BOE)에 위탁해 보관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통화정책의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란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세, 법인세 등 감면으로 세수가 예상보다 부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추경이 편성되면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데다 국가 채무는 더욱 불어날 것이란 전망이다.6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열린 금통위에서 일부 위원은 “올해 하반기 불가피하게 추경이 편성될 가능성을 잠재적인 전망 시나리오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한 위원은 “정부 예산 편성 당시에 비해 경제 상황은 더욱 나빠졌고 부동산세·법인세 감면 조치로 세수는 예상보다 적게 걷힐 것으로 보인다”며 추경 가능성을 제기했다.한은 관련 부서는 이에 대해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 만큼 국세 수입 관련 불확실성은 높아 보인다”면서도 “추경 편성 여부는 향후 세입 상황이나 경기 흐름에 달려 있어 현시점에서 예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한은은 물가 안정을 위해 긴축 재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한 위원은 금통위에서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추세가 확인될 때까지 긴축적 정책 기조를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1일 한은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기획재정부에서 건전 재정으로 가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어 물가뿐 아니라 위기관리에 정책 공조가 잘 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함께 행사에 참석한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경제보좌관 겸 조사국장도 “정부 재정 운용이 올해는 새로운 큰 문제로 부상할 것”이라며 건전 재정을 강조했다.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실제로 추경 편성을 추진하면 한은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 경우 기준금리 인상 중단이나 인하 시기가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추경 편성 과정에서 기재부에 반대 의견을 전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총재는 지난해 5월 코로나 추경과 관련해 “규모가 커 물가 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조화를 이루도록 조율해야 한다”며 한은과 기재부 간 정책 공조를 강조했다.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내에서 올해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통화정책의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란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세, 법인세 등 감면으로 세수가 예상보다 부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추경이 편성되면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데다 국가 부채에 대한 부담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6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열린 금통위에서 일부 위원은 "올해 하반기 불가피하게 추경이 편성될 가능성을 잠재적인 전망 시나리오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이 위원은 "코로나19 이후 크게 확대됐던 재정지출이 올해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가 재정의 조기 집행률 목표치를 그 어느 때보다도 높게 설정한 만큼 올해 하반기에는 재정이 긴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부 예산편성 당시에 비해 경제 상황은 더욱 나빠졌고 부동산세·법인세 감면 조치로 세수는 예상보다 적게 걷힐 것으로 보인다"며 추경 가능성을 제기했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주장으로 촉발된 추경 편성 당위론에 대해 정부·여당은 현재까지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올해 한국 경제가 부진을 면치 못할 경우 추경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지난해 5월 편성된 59조원 규모 2차 추경은 경제성장률을 0.2~0.3%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었다. 더욱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당에서도 추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금통위에서 한은 내 관련 부서는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 만큼 국세 수입 관련 불확실성은 높아 보인다"면서도 "정부의 재정 기조가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됨에 따라 올해 재정은 긴축적으로 운용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경 편성 여부는 향후 세입 상황이나 경기 흐름에 달려 있어 현시점에서 예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국가 부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경제보좌관 겸 조사국장은 지난 1일 한은과 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앞으로 세계 경제에 재정 지출이 중요한 역할을 할 텐데 이자율이 높은 상태에서 정부가 재정을 어떻게 운영하는지가 새로운 문제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에 대해 "기재부에서 건전 재정으로 가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어서 물가뿐 아니라 위기관리에 정책 공조가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만에 반등했지만 한국은행은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2일 밝혔다. 연 3.5%로 기준금리를 올린 1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그간의 금리 인상 파급 효과를 보겠다”고 했는데, 전제조건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시장에선 한은이 오는 23일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서울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1월 물가는 전기료 인상등으로 전월보다 다소 높아졌다”면서도 “이는 지난달 금통위 당시의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한은은 1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5.2% 상승했지만 가격 변동성이 큰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물가 상승률은 전달에 이어 4.1%를 유지한 점에 주목했다. 이 부총재보는 “향후 물가 경로는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국제 유가 추이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했다.한은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데 대해서도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고 평가했다. 한·미 금리 차가 1.0%포인트에서 1.25%포인트로 확대(미국 금리 상단 기준)됐지만, 이는 1월 한은 금통위 때부터 예상된 수준이다.시장도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8%포인트 떨어진 연 3.183%에 마감했다. 이는 6개월 만의 최저치다.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