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31일 실적 설명회
메모리 작년 4분기 적자 추정
'인위적 감산' 소극적이었지만
실적 방어위해 '생산조절' 검토
26일(현지시간) 열린 인텔의 기업설명회(IR)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에 대해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생각하지 못한 숫자”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업황에 관해선 “경기 침체 영향으로 올 상반기 내내 역풍을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보다 비관적인 인텔의 업황 전망에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올해 실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조(兆) 단위로 예상되는 분기 적자를 줄이는 게 급선무란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경영진은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인위적 감산’에 들어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장에 찬물 끼얹은 인텔
이날 인텔 IR에서 관심을 끈 부분은 올해 반도체 업황 전망이었다. 최근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이 TSMC, 삼성전자 등 반도체기업에 대해 매수를 권하는 분석보고서를 잇달아 내면서 시장에선 업황 개선 전망이 확산했다. 겔싱어 CEO는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설명회에서 ‘올 하반기 개선 조짐’에 대한 언급도 있었지만 발언의 대부분은 ‘신중론’에 무게가 쏠렸다.
그는 현 상황을 ‘유례없는 공급 과잉’이라고 표현했다. 또 시장 상황이 단기간에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주요 반도체 수요처인 PC 시장의 불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인텔이 전망한 올해 PC 출하량은 2억7000만~2억9500만 대다. 겔싱어 CEO는 “PC 출하량은 예상 밴드의 하단에 가까울 것”이라며 더 신중한 견해를 밝혔다. 올 상반기 서버용 칩 수요에 대해서도 “전년 동기 대비 부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늘어나는 반도체 재고도 골칫거리다. 수요가 급감하면서 제조사뿐만 아니라 유통사에도 적정 수준 이상의 재고가 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전자의 재고 수준은 30조원, SK하이닉스는 15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반도체기업들이 현금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재고를 헐값에 넘기면서 실적이 더 악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1분기 ‘조 단위’ 적자 전망
반도체업계에선 비관적인 전망이 인텔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오는 31일 기업설명회를 앞둔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5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D램, 낸드플래시 가격이 급락하면서 메모리사업부는 이미 적자 국면에 진입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반도체 부문 실적에 대한 시장 전망은 더 부정적이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가 반도체사업에서 1분기 1조원, 2분기 1조5000억원 안팎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실적 방어 필요성 커져
삼성전자 경영진은 ‘인위적인 감산’ 검토에 들어갔다. 인위적인 감산은 웨이퍼 투입량을 조절하거나 최악의 경우 라인을 멈춰 생산량을 크게 줄이는 것을 뜻한다.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일본 키오시아 등 경쟁사들은 지난해 10월께부터 인위적인 감산과 설비투자 축소를 선언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인위적인 감산에 소극적이었다. 현재 상황을 유지하며 경쟁사의 손실을 유도하는 것이 중장기적인 경쟁 구도에 유리하다고 판단해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설비 재배치 등 라인 최적화와 제품 전환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생산량을 조절하는 ‘소극적 감산’만 해왔다.
분위기가 바뀐 건 반도체 시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하면서 업계 최고 수익성을 자랑하는 삼성전자마저 실적 방어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현재 상황이 지속되면 1분기 적자 규모가 시장 전망치(1조원 안팎)를 크게 웃돌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감산을 통해 칩 공급량을 줄이면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멈추면서 스마트폰 제조사, 서버업체 등이 칩 구매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추가 감산을 하면 올해 하반기엔 D램 시장이 확연한 반등세를 보일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감산 동참 여부가 업황 개선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과 네덜란드가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동참한다.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네덜란드, 일본 당국자들이 이날 밤늦은 시간까지 워싱턴DC에서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해 협상 중이며 이르면 27일 최종 합의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 나라는 해당 조치를 공개적으로 발표할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관련 입장을 밝히는 것을 거부했다.이번 합의로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중국 수출 규제가 더 강화돼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수출하지 못하게 된다. 일본 정부도 자국 반도체 장비 기업인 니콘 등에 비슷한 수출 제한을 가할 전망이다.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금지하고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반도체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는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이후 핵심 반도체 생산장비 제조국가인 일본과 네덜란드를 상대로 제재 동참을 요청해왔다.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이를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한편 일본과 네덜란드의 동참으로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제한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오는 30일부터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로 전환되면서 주요 기업들도 사내 방역 지침 완화에 나섰다.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사내 게시판에 코로나 방역기준 변경에 따라 오는 30일부터 새로 적용될 사내 방역 지침을 공지했다.이에 따라 마스크는 오는 30일부터 개인 좌석에서 착용을 권고하는 것으로 바뀐다. 대신 회의실이나 통근버스 등 개인 좌석 외 실내 공간에서는 필수로 착용하도록 했다. 구내 식당에서는 비말 차단막은 유지하되 한 칸 띄어 앉기는 해제한다. 코로나로 운영이 중단됐던 그룹 운동(GX)과 탕·사우나 등도 운영 재개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이용시 마스크 착용은 필수다.현대차도 국내외 출장을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교육·행사·회의·보고 등의 경우에도 비대면 권고에서 대면 허용으로 바뀌었다. 업무 외 활동도 '자제'에서 '허용'으로 완화됐다.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 구성원 간 회식이나 외부 식당·카페 이용시 팀장의 승인이 필요했으나 오는 30일부터는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완화하기로 했다. 비즈니스 파트너가 본사 사옥에 출입할 경우에는 안내데스크에서 체온 측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또 구내 식당 이용 시차제를 폐지하고 칸막이도 없애기로 했다.LG전자는 사내 마스크 착용 수칙을 기존 '필수'에서 '권고'로 완화한다고 공지했다. 다만 사내 부속의원이나 건강관리실 방문시, 통근버스 탑승시에는 마스크 착용을 기존과 같이 유지하기로 했다.CJ그룹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권고로 조정했다. 또 사내 자체 점검 사항을 배포해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직원, 코로나 확진자의 접촉자는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사내 부속의원과 통근버스 이용시에도 마스크는 필수로 착용하도록 했다.롯데백화점은 본사 직원들의 경우 사무실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자율적으로 권고하고 회의실이나 엘리베이터 등 밀집도가 높은 공간에서는 마스크 의무착용을 유지하도록 했다. 매장 내 고객과 직원들의 마스크 착용 의무도 권고로 전환한다. 다만 점포에 입점한 병원과 약국에서는 고객과 직원 모두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이마트는 매장 근무 직원들에게는 마스크 착용을 적극 권고하고 주기적으로 환기와 소독을 시행하기로 했다. 계산대의 가림막 운영은 유지할 계획이다.반면 포스코는 정부가 마스크 착용의 필요성과 방역 수칙 생활화를 강조한 만큼, 30일 이후에도 당분간 사무실 내 마스크 착용 방침을 유지한다고 이날 사내 공지했다.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오는 30일부터 의료기관과 약국, 감염 취약시설, 대중교통을 제외한 장소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권고로 전환한다. 이들 장소를 제외하고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어길 경우 부과됐던 10만원의 과태료도 폐지된다.실내 마스크 의무가 유지되는 장소 중 감염취약시설은 요양병원·장기요양기관, 정신건강증진시설, 장애인복지시설이며, 대중교통수단은 버스, 철도, 도시철도, 여객선, 도선, 택시, 항공기, 전세버스, 특수여객자동차 등이다.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세계적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어닝 쇼크’ 수준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올해 1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 침체에 따른 반도체 수요 감소로 올 상반기 내내 칩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해 반도체 생산량을 줄이는 ‘인위적 감산’ 검토에 들어갔다. 인텔은 26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매출이 6년 만의 최저인 140억4200만달러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31.6% 감소한 수치다. 수익성에서도 월가의 전망과 달리 11억3200만달러의 영업손실과 6억61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인텔의 1분기 실적 전망도 비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회사는 1분기 매출 105억~115억달러, 주당순손실 15센트를 제시했다. 증권사 전망치 평균(매출 139억3000만달러, 주당순이익 24센트)에 크게 못 미친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인텔이 끔찍한 분기 실적을 기록했고 올해도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실적 공개 후 인텔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9.7% 급락했다.인텔의 실적 쇼크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유례없는 공급 과잉’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반도체 수요 급감으로 칩 제조·유통·고객사 모두에 적정 수준을 웃도는 20주치가량의 재고가 쌓인 것으로 전해졌다.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올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재고 조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반도체 업황이 빠르게 악화하면서 삼성전자는 웨이퍼 투입량을 조절해 D램,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줄이는 ‘인위적 감산’을 검토하고 있다. 공급을 줄여 재고를 축소하고 칩 가격 하락세를 멈추게 하려는 목적이다. 삼성전자 내부엔 지금과 같은 공급 과잉 상황이 지속되면 올 1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조(兆)단위 영업손실을 낼 것이란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황정수/정지은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