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북스톤‘침대는 과학’이라는 에이스의 슬로건은 세대를 넘어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고 있다. 예전에는 보통 가구를 장만할 때 장롱, 화장대, 침대 등을 세트로 사곤 했지만, 우리 인생의 3분의 1을 침구에서 지낸다면, 그 잠자리는 굉장히 편안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에이스는 침대를 살 때 가구의 일부분으로 판단하면 안 되고, 과학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기가 막힌 발상이었다. 노자의 말씀 중에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이라는 것이 있는데, 우리 대화의 맥락으로 풀어보면 ‘사람들이 별생각 없이 갖는 고착개념의 반대(反)로 가는 것(者)이 도(道)의(之) 운동(動) 방식’이라는 뜻이다.
도(道)라는 것은 세상의 진리고 정답인데, 정답이라는 것을 잘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고착개념의 반대로 가는 길이다. 이때 염두에 둘 게 있다. 으레 기존의 고착개념과 반대되는 생각을 찾으려고만 하는데, 무조건 거꾸로 갈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방향을 찾아가야 한다.
왜(innocent why) 사람들이 우리의 제품을 원하는지에 대해 어린아이처럼 천진한 마음으로 질문해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 이유를 깊게 고민해야만 통찰력 있는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
일단 본인의 사업에 대해 사람들이 가진 고착개념이 무엇이지 생각해보고, 그걸 무조건 부정해보자.
______은 ______가 아닙니다. ______입니다.
그러면 업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 그리고 본질을 찾는다는 것은 자기 나름으로 브랜드를 정의하는 일이기도 하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죽은 ‘환자식’이 아닙니다.” 그럼 무엇일까? “건강식입니다.” 본죽은 그렇게 정의했다.
“운동화는 ‘운동할 때 신는 신발’이 아닙니다.” 그럼 무엇일까? “도전정신입니다.” 나이키는 ‘일단 해봐(Just do it)’라는 말로 도전정신을 표방했다.
“컴퓨터는 ‘계산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그럼 무엇일까? “창의력입니다.” 애플의 브랜드 개념인 창의력을 보여주는 말이 그 유명한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인데,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을 영어로 말한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화장품’이라 하면 뻔하게 떠오르는 고착개념을 일단 부정해보자.
“우리는 화장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 뭐라 정의하면 좋을까? 고객이 ‘왜’ 화장품을 사려는 거지? 아마도 아름다움을 돋보이려는 기대감에서 사용하는 게 아닐까? “우리는 ‘기대감’을 판매합니다.”라고 쓰면 어떨까.
실제로 레블론Revlon의 창업자인 찰스 레브슨Charles Revson은 직원들에게 “우리는 공장에서 화장품을 만들지만, 상점에서는 기대감을 파는 겁니다(In the factory, we make cosmetics. In the store, we sell hope)”라는 명언을 남겼다. 판매원이 그 말을 귀담아들었다면 ‘화장품을 팔아야겠다’가 아니라 ‘기대감을 팔아야겠구나’ 하고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지 않을까.
‘장난감’ 하면 뭐가 떠오르는가. 일단 뻔하게 떠오르는 고착개념부터 부정해보자.
“우리는 장난감을 판매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 뭘까? 고객이 ‘왜’ 자녀에게 장난감을 사주고 싶어 하는가에서 답을 찾아보자. “우리는 신나게 즐거운 시간(jolly good time)을 판매합니다.”는 어떠한가.
저희는 호화로운 집(house)을 판매하는 것이 아닙니다. 안락하고 행복한 가정(home)을 판매합니다. 저희는 좋은 침대(bed)를 판매하는 것이 아닙니다. 깊고 달콤한 잠(sleep)을 판매합니다. 저희는 명품(luxury item)을 판매하는 것이 아닙니다. 고상한 품위와 유서 깊은 문화(grace and culture)를 판매 합니다.
이제 우리의 브랜드를 대입시켜 답을 찾아보자. 사람들에게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다고 생각하지 말고, 상상의 날개를 한껏 펼쳐서 그들에게 ‘꿈과 느낌과 자부심과 일상생활의 편리함 등을 제공하겠다’고 생각해보자. 단순히 멋진 표현을 찾으라는 게 아니다. 사업에 대해 자기 나름의 정의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뮤직어워드를 처음 받고 나서 기자회견을 했는데, 누군가 가사를 쓸 때 무엇을 가장 염두에 두냐고 물었다. 그때 “저희가 가사 내용을 진심으로 느끼고 있느냐는 점입니다. 그리고 청중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는 것이 멤버 RM의 대답이었다.
업의 본질을 정의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야말로 나의 확신과 영혼이 업의 본질에 흠뻑 젖어 있어야 하고, 그것이 소비자의 마음에 전해질 때 성공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 한경닷컴에서 한경 CMO 인사이트 구독 신청을 하시면, 매주 월요일 아침에 마케팅 콘텐츠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배경이베이(eBay)는 자사몰이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의 대명사로 통하도록 스니커즈 애호가들과 관계를 구축하고자 했다.이베이는 틱톡 스니커즈 애호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신발을 파악하고자 기획한 캠페인에 최대한 많은 스니커즈 애호가들이 참여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 방법이베이는 스니커즈 애호가들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새롭고 창의적인 방법을 시도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틱톡에서 투표 스티커가 출시되자 이베이는 곧바로 신기능을 적용해 인기 스니커즈 우승자를 가리는 해시태그 캠페인(#SneakerShowdown)을 진행했다.투표 스티커는 틱톡의 인피드 애드온(부가 기능) 중 하나로, 브랜드가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거나 퀴즈를 내고, 피드백 수집 등을 위해 게시물을 만들 수 있는 도구다. 투표 스티커는 특히 사용자 참여도를 제고하고 그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선사함으로써 광고의 상호 작용과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기능이다.#SneakerShowdown은 틱톡 스니커즈 애호가 커뮤니티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스니커즈 중 우승제품을 가리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용자들은 최고의 스니커즈를 묻는 설문을 통해 스니커즈 중 하나를 선택했다. 결과에 따라 사용자들이 이베이에서 파격 할인가로 우승 스니커즈를 구입할 수 있게 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이베이 #SneakerShowdown은 세 가지 버전의 스파크 애즈*를 사용했는데, 크리에이터의 영상과 함께 모두 투표 스티커를 적용해 효과적으로 사용자 참여를 유도하며 한층 더 높은 상호 작용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투표 결과 오프 화이트의 세일(Sail) 제품이 총 60%의 득표율로 아디다스 이지부스트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에 따라 사용자들은 "파격 할인 가격"으로 오프화이트 세일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 결과이베이의 #SneakerShowdown은 파격적인 할인 혜택과 투표 스티커가 가져온 상호 작용 덕분에 높은 참여율을 기록했다. 총 120만 명의 사용자들이 투표에 참여했고 캠페인 관련 댓글은 54% 이상 증가했다.**투표 스티커를 활용한 이번 광고는 다른 사례와 비교될 수 없을만큼 활발한 상호작용과 참여를 이끌어냈다. 무엇보다도 투표 스티커는 사용자-브랜드간 소통뿐 아니라 사용자들 간 소통을 더욱 활발하게 함으로써 이베이 스니커즈 애호가 커뮤니티를 더욱 성장시켰다. *스파크애즈: 크리에이터가 제작한 오가닉 영상 콘텐츠를 인피드 광고로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투표 스티커가 포함된 이베이 광고와 투표 스티커가 없는 이베이 광고에 대한 댓글 비율을 비교한 분할 테스트 결과 (자료제공 틱톡)마케터를 위한 지식·정보 플랫폼■ 한경 CMO 인사이트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95694
“ESG 아트 마케팅을 시작합니다”사회적기업 ㈜툴뮤직 정은현 대표는 “요즘 모든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신경써야 하는데 예술계에서는 ESG 관련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정 대표는 “ESG 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이런 틈새시장을 공략하려 한다”며 “환경문제, 사회문제, 지배구조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좋은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그는 “예를 들면, 환경콘서트,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소셜 뷰티 콘서트, 지배구조 문제 개선을 위한 합창 및 오케스트라 교육 등과 같이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음악 콘텐츠를 끊임없이 개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정 대표는 중앙대 피아노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일반대학원에서 피아노페다고지과를 마쳤고, 같은 대학원에서 음악학 박사를 수료했다.2020년 ‘음대생 진로 전략서:취업과 창업 사회적기업을 중심으로’라는 책을 출간했다. 음악분야에서 드물게 취업과 창업을 다룬 책이라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후 수원대, 명지대, 서울사이버대, 국립강원대, 안양대, 예원예대, 안양예고 등에 겸임교수 및 강사로 출강해 실질적인 취창업 교과목을 지도하게 되었고 수많은 예술대학교, 문화재단, 예술의전당 등에서 특강과 강의를 진행 중이다. Q: 툴뮤직은A: 사회적기업으로 청년과 장애인 음악가를 육성하고 예술가들의 취창업 문제를 개선하고 있다. 사업 영역은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교육, 공간 사업 등이다.클래식 아티스트인 임효선, 석상근, 최현이, 김지윤, 백향민 님이 함께 하고 있고, 대중음악 쪽으로는 멜로우키친, 엘까미니또, 양왕열 님이 있다. 이훈, 배성연, 콘솔피아노, 손정환 님 등 장애인 아티스트들도 함께 일하고 있다. 뇌졸중 피아니스트 이훈, 발달장애 피아니스트 배성연,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노영서 등을 최고의 무대에 서게 만들었을 때 뿌듯했다.음대생 출신들을 행정 인력으로 교육해 전문가로 육성하고 있다. 툴뮤직은 업무에서 데드라인 준수가 최우선이다. 당연히 양질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태도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언급하는 편이라 고객들에게 최대한 친절하고 예의 있게 진심으로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Q: 툴뮤직 장애인 음악콩쿠르는A: 결국 음악가들은 본인의 공연과 음원 제작을 통해 팬들을 만나야 한다.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자존감이 낮은 학생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일까를 고민해왔다.“당신이 특별합니다(YOU ARE SO SPECIAL)”라고 이야기해주고 고민거리를 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Special Education’은 특수교육으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발달의 장애를 지닌 아동들을 위한 교육이다.우연한 기회로 장애인 학생들을 지도하게 되면서 장애인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 친구들을 쫓아다니면서 많은 대회에 자연스레 참가하게 되었고, 몹시 불편하고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는 대회 진행을 보면서 내가 스스로 장애인 당사자를 배려한 콩쿠르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툴뮤직 장애인 음악콩쿠르를 2016년부터 시작했다. Q: 어려움이 많았을텐데A: 그렇다. 대회를 진행하면서 정말 어려운 일을 많이 겪었다. 심지어 2017년에는 재원조성이 되지 않아서 대회를 포기했다. 그 경험을 통해 저는 거꾸로 장애인 음악콩쿠르가 제 삶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그래서 2018년부터 다시 대회를 열었다. 지난해 6회 대회가 열렸다. 그동안 350명 이상이 참여했다. 올해 2월4일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수상자 음악회가 열릴 예정이다. 수상자들을 위한 공연과 음반제작도 지원한다.제 스스로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고, 그리고 제 소명과 가치를 위해 오늘도 “YOU ARE SO SPECIAL”이라고 외친다. Q: 툴뮤직의 마케팅은A: 온라인 마케팅과 오프라인 마케팅을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시대 이후로 온라인 마케팅으로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 유튜브를 비롯해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블로그와 SNS 마케팅에 대한 체계적인 학습을 통해 대중들에게 저희 회사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음악 및 콘텐츠 제작 전문업체인 에이앤티브스튜디오와 협업할 계획이다. ■ Interviewer 한 마디정은현 대표는 마케터에겐 목표, 실행력, 꾸준함, 성실함, 신뢰, 소비자에 대한 관심과 사랑, 트렌드에 대한 이해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일이 끝났을 때 무엇을 얻었는지 파악할 수 있으려면, 우선 양적, 질적 목표가 뚜렷해야 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행력이 중요하며, 실행할 때는 꾸준하고 성실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소비자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있어야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고, 트렌드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돼야 시의적절한 마케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정 대표는 여러 가치 중에서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누군가를 믿을 수 있어야 소비로 이어질 수 있으니 마케터는 자신의 상품과 브랜드에 신뢰를 더해야 한다는 것이다.신뢰를 비롯한 다양한 가치의 중요성을 되새겨보자.장경영 선임기자마케터를 위한 지식·정보 플랫폼■ 한경 CMO 인사이트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95694
[이승윤의 지금은 세계관의 시대] 많은 기업들이 상징적인 브랜드 캐릭터를 만들 때 기업의 핵심 가치를 대변하는 브랜드 스토리를 해당 캐릭터에 입혀 광고 메시지를 담아 내곤 한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기업의 광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브랜드 캐릭터들은 오히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좋지 못한 반응을 얻을 때도 적지 않다. 브랜드 캐릭터를 통한 마케팅을 성공시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짐작하게 한다. 이와 비교해 빙그레는 빙그레 왕국의 왕자인 ‘빙그레우스’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빙그레 왕국’이라는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는 ‘브랜드 유니버스(Brand Universe : 브랜드 세계관)’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을 수 있다. 빙그레의 마케팅팀은 철저하게 소비자들과 쌍방향으로 소통할 재밋거리를 던져주고 함께 세계관을 만드는 형태를 선택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빙그레의 광고 캐릭터는 철저하게 B급 콘셉트로 의도적으로 계산돼 만들어졌다. 단순하게 하나의 캐릭터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중심 캐릭터를 둘러싼 서브 캐릭터들도 소비자들과 끊임없이 교류하며 함께 만들어 나간다. 이를 바탕으로 빙그레 왕국이라고 불리는 가상 세계를 뚝심 있게 그려내고 있다.‘브랜드 유니버스’에서 세계관은 특정한 지식이나 관점을 가지고 세계를 근본적으로 인식하는 방식이나 틀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결국 브랜드의 정체성·철학·신념·관점들이 자연스럽게 묻어 나는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리고 브랜드 세계관이라는 그 틀 안에서 함께 어우러지며 활동하기를 원하는 팬들을 확보해 나가는 작업이다. 한국 브랜드 중 비교적 빠르게 ‘세계관’이란 개념을 마케팅 요소에 도입한 빙그레의 사례를 분석해 보면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젊은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세계관을 발전시켜 갈 수 있을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빙그레 마케팅팀의 소속으로 아이스크림 브랜드를 담당하고 있는 냉동 BM1팀 임태을 팀장과 홍보 파트의 C&C팀의 조수아 팀장을 만나 ‘브랜드 세계관’ 마케팅에 대해 들어봤다. -2020년 2월 24일 빙그레 왕국의 왕자인 빙그레우스 캐릭터가 탄생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기업들이 세계관을 만드는 시도는 활발하지 못했습니다. 이전 빙그레 인스타그램은 평범한 인스타그램이었죠. 빙그레가 이와 같은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조수아 팀장(이하 조수아) “2020년으로 되돌아가 보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기존의 웹브로슈어 형태에서 조금 벗어난 방식으로 제작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었습니다. 당시 SNS 키워드로 생각해 보면 인플루언서가 실제 상품도 제작하고 판매까지 이어지는 경우들이 좀 많았거든요.” -빙그레우스 같은 캐릭터가 브랜드들을 대표하는 인플루언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거겠군요. 우려하는 의견이 나오지는 않았나요. 조수아 “순정 만화 캐릭터 콘셉트에 B급이라 이런 비주얼과 소통 방식이 낯설어 초반에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당시 빙그레 인스타그램 운영자가 회사를 설득하느라 애를 많이 썼습니다. 지금은 빙그레우스가 빙그레를 대표하는 캐릭터를 넘어 모델까지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놀랍죠.” -빙그레우스가 소개되자마자 빠른 시간 내에 반응이 있었습니다. 다른 반응을 체감했나요. 임태을 팀장(이하 임태을) “당시만 해도 빙그레에는 장수 브랜드들이 많다 보니 젊은 소비자들에게 올드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젊은 감각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장수 브랜드 각각을 대표하는 만화 캐릭터들이 나오면서부터 오히려 회사의 이미지를 바꿀꾸는 계기가 됐습니다. 오래된 브랜드만 있는 회사에서 새로운 것을 계속 시도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죠.” -빙그레가 다루는 브랜드 60개 중 20개가 넘는 브랜드들을 대표 만화 캐릭터가 있더군요.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추구하는 전략이나 우선순위가 있나요.조수아 “우선순위가 있죠. 빙그레 제품 중 상대적으로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거나 상징적인 제품 컬러를 갖고 있는 것들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다른 경쟁사 제품이 아니라 TOM(top of mind)으로 빙그레 제품을 먼저 떠올릴 수 있으니까요. 비비빅이나 메로나 같은 아이스크림이 대표적입니다. 독특한 모양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사랑 받아 온 브랜드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확실히 각인돼 있는 브랜드들이니까요. 이런 브랜드들이 캐릭터화돼야 캐릭터만 보더라도 소비자들이 손쉽게 머릿속으로 해당 캐릭터와 연결된 실제 제품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메인 캐릭터인 빙그레우스 외에 내부적으로 반응이 가장 좋은 캐릭터는 뭔가요.임태을 “메로나 아이스크림을 의인화한 ‘옹떼 메로나 부르쟝’ 캐릭터가 가장 인기있습니다. 얼마 전 엘르 코리아가 30주년 매거진 특집 기사를 하는데 먼저 빙그레에 제안했고 순수 애드버토리얼(advertorial)로 옹떼 메로나 부르쟝 캐릭터가 엘르 코리아 매거진에 모델화돼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습니다. 캐릭터 자체가 워낙 패션 센스가 좋은 형태로 구축되었거든요. 우리가 이런 시도를 하지 않았다면 패션 매거진에 광고가 아닌 형태로 우리 브랜드가 등장하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조수아 “최근 가상 세계인 제페토 메타버스 플랫폼에 들어가 빙그레 왕국 세계관을 알린 시도도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불러왔습니다. 가상 세계에서 활동하는 젊은 고객들이 자신들의 아바타를 만들고 아바타에 커스텀 아이템을 입히는 데 돈을 쓰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잖아요. 이런 점에 착안해 빙그레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아바타를 꾸밀 수 있는 20종의 아이템들을 마련했고 3개월 정도 판매도 하고 리워드 형태로도 뿌렸습니다. 그 결과 112만 개 정도가 판매됐죠. 실제 아이템들 중 판매가 된 것들도 많았고 그중 커스텀은 조금 비싼 가격에 판매했음에도 불구하고 반응이 좋았습니다. SNS 중심의 캐릭터 소개가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면 가상 세계의 빙그레 왕국은 알파세대나 제트세대들에게도 빙그레의 세계관이 통할 수 있을지 가늠해 보는 테스트나 다름없었죠. 결과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도 만족하고 있습니다.” -빙그레는 만화 캐릭터를 중심으로 세계관이 구축되고 있습니다. 세계관이라는 게 다양한 방식으로 구축할 수 있을 텐데 ‘만화 캐릭터’, 그중에서도 특히 ‘순정 만화풍’을 선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조수아 “만화 캐릭터도 다양하잖아요. 캐릭터 설정 전에 B급 유머가 가능한 캐릭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다음 중요한 부분이 지속성. 그러니까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정해진 광고비나 제작비로 1년 혹은 그 이상을 끌어갈 수 있어야 하는 거죠. 실존 모델을 쓰거나 3D 캐릭터는 비용이 더 커지겠죠. 동시에 스토리 형태로 제작할 수 있는 이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하는데 적절한 방향을 찾다 보니 만화 캐릭터가 됐습니다. 또 순정 만화 캐릭터는 의외성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는 점에서도 장점이 컸어요. 굉장히 잘생겼는데 허당이라는 느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캐릭터가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또한 MZ세대를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B급 정서를 전달하지만 조금 더 연령대가 있는 이들도 받아들이기 쉬운 캐릭터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순정 만화 캐릭터에서 어렸을 때 봤던 캔디나 테리우스를 연상하는 이들도 많아 선정한 이유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래의 빙그레 팀이 그려가는 세계관의 방향은 무엇인지요. 조수아 “과거의 브랜드 전략이 빙그레우스 중심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브랜드 중점으로 이 세계관이 어떻게 긍정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려고 합니다. 빙그레우스는 캐릭터성으로 봤을 때는 모든 제품들을 다 달고 있어 전체 기업 브랜딩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이게 지식재산(IP)화돼 어떤 제품과 컬래버레이션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거든요. 제품 카테고리별 마케팅 담당자들의 관점에서는 담당 제품을 잘 팔기 위한 다른 마케팅 계획이 다 있을 것이므로 이런 부분들과 세계관이 잘 연결될 방법을 고민하는 게 앞으로 중요해 보입니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대학 마케팅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