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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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밀과 콩 등 식량작물의 자급률 목표치가 세 차례나 다르게 발표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에서 지난 2021년 발표한 목표치까지 포함하면 최근 1년3개월 새 네 가지의 서로 다른 숫자가 제시됐다. 목표달성을 위한 노력이 가시화되기도 전에 목표치가 잇따라 수정되면서 정책 의지가 오히려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밀 자급률 목표, 8개월 새 7.0→7.9→8.0% 널뛰기

27일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식량자급률 목표 재론: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윤 석열 정부는 작년 5월과 9월, 12월 등 세차례에 걸쳐 밀과 콩의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다르게 제시했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밀과 콩의 자급률 목표치는 2027년까지 각각 8.0%와 43.5%다. 지난해 12월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된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에 담긴 내용이다. 전체 식량 자급률을 2021년 44.4%에서 2027년 55.5%로 높이겠다는 내용을 밝히면서 세부 항목에 밀과 콩의 자급률 목표치가 제시됐다.

하지만 이는 이보다 석달 전인 지난 9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목표치인 밀 7.9%, 콩 40.0%와는 차이가 난다. 석달 전에 비해 농지나 생산계획의 변화가 크지 않았는데도 이같이 변동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5월 국정과제에서 밝힌 목표치는 이와 또 다르다. 당시 정부는 밀 자급률을 7.0%, 콩 자급률은 37.9%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목표 달성 시기 등은 다르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한 2025년 밀 5.0%, 콩 33.0% 등의 자급률 목표와의 연계성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식량자급률 목표 바꾸지 말아야"

패션5 직원이 맷돌로 고대밀을 제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 제공=SPC
패션5 직원이 맷돌로 고대밀을 제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 제공=SPC
‘식량자급률’은 ‘국내 소비 식량 중 국내 생산량이 차지하는 비율’을 가리킨다. 물 량, 금액, 열량 등 다양한 기준으로 산출될 수 있고, 사료용 곡물의 포함 여부, 주식(쌀, 밀, 보리) 외 곡물 의 포함 여부 등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구분된다.

자급률이 높은 쌀과 달리 밀과 콩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작물이다.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 밀과 콩의 자급률 목표치를 설정하는 것은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처럼 목표치가 단기간에 자주 수정되면서 오히려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를 쓴 김규호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목표치의 잦은 변경은 정부가 관련 사안을 진지하게 다루지 않는 인상을 주고, '식량자급률 목표' 자체를 형식적이고 자의적인 수치로 보이게 만들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급률 목표치가 조만간 한차례 더 수정될 수도 있다.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 따라 5년마다 수립해야하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이 올해 나와야하는데 이 기본계획에 자급률 목표치를 제시하도록 규정돼있기 때문이다. 김 조사관은 "곧 확정될 제5차 기본계획에서 식량자급률 기준과 목표를 당위적 방향성과 합리적 근거에 따라 정확히 제시하되, 이후 목표치의 잦은 변경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