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국 수입 의존도가 지난 4년간 낮아졌지만, 공급망 핵심품목의 의존도는 오히려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6개 품목은 100% 중국 수입에 의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무역협회는 ‘미국의 공급망 핵심품목 리스트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난해 10월 미 상무부가 발표한 핵심광물, 에너지, 정보통신기술(ICT), 공중보건 등 4개 부문의 2409개 공급망 핵심품목 리스트를 분석한 결과를 27일 공개했다.
무협 "美 공급망 핵심품목 中의존도 여전…46개는 100% 의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전체 중국 수입 의존도는 2019년 18.1%에서 작년 1∼8월 16.9%로 하락했다. 하지만 공급망 핵심 품목 의존도는 같은 기간 19.5%에서 19.8%로 올랐다. 핵심품목 2409개 중 156개는 중국 수입 의존도가 70% 이상이었다. 46개는 중국에 100% 의존하고 있었다.

특히 텅스텐, 백금족 금속, 천연흑연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되는 핵심광물의 대중 의존도가 높았다. 업종별로는 통신·네트워크, 컴퓨터 장비 등 ICT 분야의 중국 수입 의존도가 가장 높았다. 수입액 상위 5개 핵심품목 중 하나인 노트북은 92.9%가 중국에서 수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비롯한 ‘탈(脫) 중국’ 추진하는 이유도 대중 의존도 심화에 대한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고서는 미국이 이번에 발표한 핵심품목 리스트를 토대로 본격적인 공급망 관리에 나설 것으로 예측했다.

무협은 미 정부 차원의 공급망 관리가 반도체·배터리 등에서 강점을 보이는 국내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나율 무협 연구원은 “우리로서는 미국이 중국에 편중된 원료소재 공급처를 다변화한다는 잠재적 이익에 더해 반도체·배터리·연료전지 등 강점 분야에서는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