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자담배 업체 쥴(JUUL)이 기업매각에 나섰다. 글로벌 전자담배 업체 세 곳을 대상으로 인수합병(M&A)에 대한 초기 협상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쥴이 필립모리스, 재팬 타바코(JTI), 알트리아 등에 기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수합병뿐 아니라 신규 투자, 유통·판매 파트너십 체결 등 다양한 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트리아는 담배 브랜드 말보로를, JTI는 메비우스를, 필립모리스는 팔리아멘트를 판매하고 있다.

매각 대금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알트리아가 평가한 쥴의 기업가치는 약 10억달러(약 1조 2000억원)에 달했다. 2019년 지분 35% 취득하며 대주주가 된 알트리아는 지난해 9월 쥴과의 파트너십을 해지했다. 다른 전자담배 업체를 인수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서였다. 쥴도 다른 담배회사에 지분을 판매할 권리를 갖게 됐다.

쥴이 새로운 대주주를 찾아 나선 이유는 파산 위기 때문이다. 판매 금지 명령을 받은 데다 미성년자 흡연 조장 혐의로 각종 소송에 걸려있어서다. 쥴은 지난해 6월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판매 금지 명령받았다. 쥴의 항소로 미국 법원이 해당 명령에 제동을 걸면서 시장 퇴출 위기는 모면했다.

하지만 미국 33개 주 정부는 미성년자 흡연 조장 혐의로 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쥴은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신 보상금 4억3850만달러(약 6050억원)를 납부했다. 지난달 6일에는 개인, 교육청이 제기한 민사소송 5000여건을 종결하며 합의금 17억달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파산 위기에 몰렸지만, 자구책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11월 직원 30%를 해고한 데 이어 신규 투자자를 모집해 3억~5억달러를 확보했다. 미국 내 시장점유율도 27%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담배 시장을 노리는 대기업들에 매력적인 매물이란 설명이다.

FDA가 쥴을 퇴출할 경우 대비책도 갖췄다. 쥴의 해외법인에서 개발한 전자담배를 FDA에 제출해 판매 허가를 받는 식이다. WSJ에 따르면 쥴의 캐나다, 영국 법인에서 이미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