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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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 대비가 대왕대비(大王大妃)보다 무섭네요."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올린 기업 임원들의 푸념이 부쩍 늘었다. 이들은 매년 좋은 실적을 내야 한다는 한다는 압박과 기대가 힘겹다고 호소한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LX인터내셔널 현대코퍼레이션 HMM 등 작년에 최대 실적을 거둔 정유·종합상사·해운 업계 임원들의 부담감이 특히 크다. 이들 회사의 올해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최대 70% 넘게 빠질 전망이다. "작년에 올린 역대급 실적이 올해를 짓누르고 있다"는 임원들의 반응도 적잖다.

25일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 각각 3조7483억원, 2조343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으로 추산되는 작년 실적(추정치)과 비교해 각각 30.89%, 37.59% 줄어들 전망이다. 올들어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과 석유제품 마진(원유 가격에서 석유제품 가격을 뺀 값)이 쪼그라들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종합상사 업체들의 전망도 어둡다.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올해는 경영 환경이 판이해졌다. 지난해 사상 처음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진입했을 것으로 추산되는 LX인터내셔널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7954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에 비해 21.97%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다. 인도네시아 석탄 광산(GAM광산)과 인도네시아 팜오일 공장을 운영하는 이 회사는 석탄과 팜오일 가격이 지난해 급등하면서 1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코퍼레이션(옛 현대종합상사) 사정도 비슷하다. 작년 최대 실적을 올린 것으로 추산되는 이 회사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657억원으로 10.73% 감소할 전망이다.

작년에 사상 처음 10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되는 HMM 분위기도 비슷하다. 이 회사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조6431억원으로 작년보다 73.73% 감소할 전망이다. 이 회사 실적과 같이 움직이는 해상운임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 20일 1029.75로 전주보다 1.67포인트 빠졌다. 역대 최고치인 작년 1월 7일(5109.6)과 비교해 80%가량 떨어졌다. 올해 교역량이 감소한 것 등이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올해 실적이 작년보다 나빠질 것이라는 일부 정유사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올해 실적이 주춤해지면서 정유사 이익을 환수하는 횡제세 논의가 수면 아래로 잠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