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두고 신선식품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강추위까지 덮쳐 주요 품목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20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가격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22개 작물 중 14개 작물의 가격이 전주 대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KAPI는 19일 전날보다 13.12 오른 178.83을 나타냈다. 이는 여름 ‘물폭탄’ 등의 영향으로 신선식품 가격이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치솟았던 작년 추석 연휴 직전(190.57)에 근접한 수준이다.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작물은 오이다. 국내산 오이 도매가격은 ㎏당 5893원으로 전주 대비 58.7% 올랐다. 최근 흐린 날씨가 이어짐에 따라 일조량이 부족해 생산량이 감소했다.
이어 깻잎(30.8%), 대파(28.6%), 당근(21.2%), 포도(18.3%) 순으로 가격 상승률이 높았다. 전남 신안이 주산지인 대파는 폭설 등의 여파로 지난달부터 우수한 품질의 물량이 대폭 감소했다. 당근은 지난해 9월 제주지역 산지의 태풍 피해가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시 태풍으로 산지의 약 30%가 염해를 입어 출하물량이 많이 감소했다.
여기에 최근 한파가 이어진 것도 타격을 줬다.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바이어는 “대부분의 품목은 설 연휴가 지나면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격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 고급 식자재인 한우의 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사육 두수는 많이 늘어났는데, 고물가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기 때문이다.13일 팜에어·한경 축산물가격지수(KLPI)를 산출하는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전날 한우 도매가는 ㎏당 1만5829원으로 전주 대비 4.0% 하락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20.1% 싼 가격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등급 등심은 12일 ㎏당 9만6440원에 거래됐다. 1년 전(11만1940원)에 비해 13.8% 떨어졌다.공급이 수요를 크게 웃도는 게 주원인이다. 축산업계는 통상 250만~270만 마리를 적정 사육두수로 본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한우 사육두수는 370만 마리에 달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말까지 사육두수가 358만 두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한우 사육두수는 2015년 이후 계속 증가해 왔다. 축산업계는 한우가 비싸게 거래되던 3년 전께 축산농가에서 사육두수를 크게 늘린 게 지금과 같은 상황을 야기했다고 보고 있다. 한 축산유통업체 관계자는 “2020년 전후로 사육 두수를 조절했어야 하는데, 당시에 코로나19 재난지원금 효과로 소비자들의 한우 수요가 견고했다”며 “이때 결단하지 못하는 바람에 한우 시장에 만성적 공급 과잉이 고착됐다”고 설명했다.한우협회는 축산농가에 암소가 더 이상 송아지를 낳지 못하도록 도축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2~3년을 키워 도축하는 소의 특성상 공급량을 재빨리 조절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구매욕은 꺾였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비싼 한우 대신 수입 축산물을 택하는 소비자가 늘었다”며 “명절을 앞두고 보통 한우 시세가 많이 오르는데, 올해는 오름폭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 한우 등심(1등급)은 전년보다 12.6% 하락한 ㎏당 1만380원에, 국거리(1등급)는 15.3% 내린 4980원에 판매되고 있다.고기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채소류는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추위에 취약한 채소류가 작년 말 한파로 생육에 타격을 입은 데다 하우스 난방비 등 재배 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다.오이는 ㎏당 3767원에 거래되며 지난주 대비 9.2%, 전월 대비 26.5% 올랐다. 최근 3개월간 쉼 없이 상승했다. 상추와 부추는 지난주보다 저렴해졌지만, 전년 동월 대비 50%가량 비싸다.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부추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강추위로 생육이 부진해 출하량이 줄어들면서다. 6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전날 부추 평균 도매가격은 ㎏당 8690원으로 집계됐다. 전주 평균 가격 대비 29.9% 올랐다. 전월 대비 81.6%, 전년 동월 대비 75.6% 급등했다.추운 날씨가 부추 가격을 밀어 올렸다. 부추는 영상 10도 이상의 따뜻한 기온에서 잘 자라는 작물이다. 최근 주요 부추 산지의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서 생육이 부진해 시장에 풀리는 물량이 줄었다는 게 대형마트 채소 판매자의 설명이다.농가의 각종 비용 부담이 커진 것도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겨울철 시설 하우스에서 부추를 재배하는 농가는 최근 인건비는 물론 난방비용 부담까지 커졌다.부추 가격은 올 상반기 내내 최근 10년간의 월별 평균가격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파프리카는 전주 대비 12.5% 올랐고 사과(11.2%)와 양상추(8.9%), 호박(4.5%)도 가격이 상승했다.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이달 중순부터 이어진 한파로 전국에서 작물 냉해가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 겨울 과일인 감귤은 수확을 앞두고 과실이 부패해 공급이 급감했다.채소 재배 농가들은 하우스 적정 온도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음달 하순 설 연휴(21~24일)까지 앞두고 있어 농산물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30일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전날 귤 5㎏(소형과)의 도매시장 평균가격은 1만6640원으로, 지난해(1만3236원)보다 25.7% 올랐다. 12월 중순 이전에는 지난해 가격이 더 높았으나 이후 역전됐다. 제주 지역에 폭설이 내려 수확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노지 감귤은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1월 중순까지 딴다. 귤은 습기에 약해 눈이나 비가 오면 표면의 수분이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확해야 한다. 이달 들어 눈이 계속 내리면서 과실이 부패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잘 자란 감귤이 기온 때문에 막바지에 품질이 떨어진 것이다.악천후로 배 결항이 많은 것도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 대형마트 과일담당 바이어는 “수확을 끝내면 주로 배로 감귤을 운송하는데, 최근 결항이 많아 도매시장에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감귤 가격은 설 연휴까지 더 오를 전망이다. 귤은 연말연시에 수요가 급증하고 설 직전 한 차례 더 수요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 농가나 유통업체에서는 수확기에 저장한 귤을 설 명절까지 활용하지만, 올해는 정상품이 줄어 설까지 공급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추위에 취약한 엽채류도 도매가격이 급등했다.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지난 29일 양상추는 ㎏당 1865원에 거래돼 전주보다 57.0% 올랐다. 상추(40.0%) 부추(39.3%) 깻잎(33.6%)도 상승 궤적을 그리고 있다.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