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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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셀럽(셀러브리티의 약칭)'으로 불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패션이 공개될 때마다 장안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자주 들고 나와 화제가 된 가방에서 국내 중소 브랜드 제품이란 유의미한 공통점이 발견돼 눈길을 끈다.

최근 윤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에 동행한 김 여사가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내릴 때 들고 있던 가방이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 여사가 당시 들고 있던 가방은 대구에 위치한 소셜벤처 기업 '할리케이'의 미니 토트백으로, 김 여사가 들었다 하면 '품절 대란'이 벌어지는 상품이다.

이 가방은 닥나무 껍질로 만든 한지 가죽과 커피 마대로 만들어졌다. 할리케이는 친환경 생산을 지향하는 업체로, 평소 친환경에 관심이 많은 김 여사의 행보와도 궤를 같이한다. 김 여사는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를 찾아 청년 환경 운동가 자매를 만날 때도 이 가방을 들었다.
들기만 하면 '품절'…김건희·한동훈 가방의 '놀라운 공통점' [이슈+]
이처럼 김 여사의 '애정템'인 사실이 알려지자 공식 홈페이지 기준 19만9000원인 이 가방은 곧바로 동이 나버렸다. 지난 19일 할리케이 측은 "현재 주문 폭주로 비니 미니 토트백 블랙 컬러(김 여사가 착용한 제품)는 품절이며 다른 컬러 또한 품절 임박"이라고 안내했다.

기성 정치인들에 비해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이목을 끈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아이템도 화제가 됐다. 한 장관의 패션은 그가 지난해 1월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명예훼손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하면서 본격적으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이때 한 장관이 들고나온 서류 가방이 누리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패션 전문 커뮤니티 '디젤매니아'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당시 한 장관이 든 가방에 대한 문의 글이 빗발쳤다. 이 가방은 의상학을 전공한 대표가 디자인부터 생산 전반을 담당하고 있는 독립 브랜드 '데이빗앤헤넬'의 제품이다. 한 장관의 '착샷'이 공개된 뒤 폭발적인 화제가 됐고, 이후 단종됐던 상품이 되살아났다.

오승열 데이빗앤헤넬 대표는 당시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한 장관이 가방을 들고나온 뒤 홈페이지 방문자가 약 100배 정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기 어렵지만, 매출과 문의 전화량 역시 '폭증'했다고 귀띔했다. 오 대표는 "한 장관이 든 가방은 7~8년 전에 만든 가방으로 보인다"며 "당시 가격은 20만원 초반대였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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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와 한 장관이 든 가방의 공통점은 바로 합리적인 가격으로 형성된 한국의 소규모 브랜드 제품이라는 것이다. 이름을 알리기 어려운 브랜드에 홍보의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국내 셀럽의 국내 브랜드 이용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전문가의 호평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브랜드들도 해외명품 못지않게 좋은 브랜드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유명 셀럽들이 우리 브랜드 아이템을 활용해 이슈가 되면 우리 브랜드의 수준이 업그레이드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소비자들이 소규모 브랜드도 알 수 있게끔 하는 좋은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정치인 등을 비롯한 유명인들의 패션 아이템이 품절 대란을 빚는 현상에는 '스토리텔링' 기능이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김건희가 든 가방', '한동훈이 쓴 안경' 등 제품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야기를 덧붙일 수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 소비가 더욱 즐거워진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방을 살 때뿐만 아니라 들고 다닐 때도 '김건희가 들었던 가방'이라는 스토리가 추가되는 것"이라며 "단순히 상품이 좋아서가 아니라 남들한테 '이건 한동훈이 들었던 가방'이라고 남들한테 스토리텔링도 할 수 있고, 스스로 소비도 더 재밌어지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품절 대란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