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국내 기업이 글로벌 최저한세 시행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를 대한상공회의소에 제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상의는 제도 시행에 신중해야 한다는 건의문을 정부에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회가 내년 1월부터 글로벌 최저한세를 도입하는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달 통과시키면서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받을 수 있는 각종 세제 감면 혜택이 무용지물이 되거나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산업계에 따르면 대한상의는 글로벌 최저한세 시행으로 한국 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는 부분을 조사하고 있다. 일부 기업이 “한국 기업만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최저한세가 도입되면 한국 기업이 다른 나라에서 각종 세제 감면으로 10%의 법인세율을 적용받아도 한국에서 5%만큼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적용 대상은 직전 4개년(사업연도 기준) 중 2개년 이상의 연결재무제표상 매출이 7억500만유로(약 1조원) 이상인 다국적기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이 참여한 포괄적 협의체에서 2021년 주요 내용을 확정했다.

문제는 시행 시기다. 협의체는 2024년 모든 국가가 동시에 이 제도를 시행하자고 의견을 모았지만, 아직까지 자국 내에서 법제화 작업을 마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10여 개국에 불과하다. 유럽연합(EU)은 회원국인 헝가리의 반대로 지난달에야 겨우 지침을 마련했다. 일본은 연내 법제화를 마무리하겠다고 하지만, 실제 이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경제계에서는 미국 EU 등 글로벌 최저한세 논의를 주도하는 국가의 움직임을 지켜본 뒤 법안을 처리해야 했는데, 한국 정부와 국회가 너무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하면 헝가리(9%), 아일랜드(12.5%) 등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에 투자한 한국 기업만 15% 세율을 적용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가 기업 투자를 유치하려고 법인세 혜택을 주는데 글로벌 최저한세 때문에 한국 기업만 ‘세(稅) 족쇄’에 갇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글로벌 최저한세

다국적기업의 이익에 대해 특정 국가가 최저한세율(15%)보다 낮은 실효세율을 매기면 차액만큼 다른 국가에 추가 과세권을 부여하는 제도

정지은/박한신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