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약세로 금값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관련 투자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 가격은 통상 미국 달러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만큼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NYSE)에서 지난 13일 거래된 금선물 2월물 가격은 온스당 1902달러로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9월 최저가(1628.2달러)와 비교하면 20% 가까이 올랐다.
작년 10월 원·달러 환율은 미 중앙은행(Fed)의 고강도 긴축으로 1400원대까지 올랐다. 당시 금선물 2월물 가격은 온스당 1600~1700달러를 웃돌았다. 하지만 지난달 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까지 떨어지자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란 기대가 반영되면서 환율은 현재 1200원 후반대로 내려왔다. 동시에 금선물 가격은 1900달러대로 올랐다.
달러 약세로 금값이 상승하자 금 관련 금융상품 수익률도 크게 뛰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주요 금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서는 수익률이 20%를 넘는 상품이 나왔다. 대표적인 금 ETF 상품인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H)’의 3개월 수익률은 22.35%에 달했다. 같은 기간 ‘KODEX 골드선물(H)’과 ‘TIGER 금은선물(H)’ 수익률은 각각 11.54%, 11.57%를 기록했다.
ETF 외에 은행 ‘골드뱅킹(금 통장)’ 계좌로도 투자할 수 있다. 계좌에 예금을 넣으면 국제 금 가격에 원·달러 환율을 곱해 잔액을 산출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달러 약세와 경기 침체 등으로 금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온스당 2100달러 수준까지 가격 상승이 기대된다”며 “올해 달러 약세가 예상되는 만큼 미국 등 해외 상장된 상품보다는 환 헤지가 가능한 국내 상품 투자가 유리하다”고 했다.
‘위기 방파제’, ‘닥터 코퍼’, ‘인플레이션 고삐’. 순서대로 금, 구리, 유가에 따라붙는 별명이다. 원자재에 이 같은 꼬리표가 따라붙는 이유는 금과 구리와 원유가 경기 선행 지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금값을 보면 달러의 움직임이 보이고 구리 가격을 보면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등 소비 지표부터 건설·제조업·항만 등 인프라 투자 규모를 예측할 수 있다. ‘구리 박사님’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구릿값으로 경기 회복이나 침체를 전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가도 마찬가지로 경기 풍향계다. 경기가 살아날 조짐이 보이면 원유 가격이 오른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기업들의 생산자 물가가 상승하고 이는 곧 몇 달 뒤 소비자 물가에 반영된다. 유가의 고삐가 잡히면 물가 상승률도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2023년의 시작, 경기 나침반인 원자재 시장은 어디를 가리키고 있을까. 달러 약해지자 빛나는 금 우선 ‘위기 방파제’ 금이 다시 빛나고 있다. 음의 상관관계에 놓인 달러의 힘이 약해지자 금의 가치가 올라간 것이다. 1월 10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2월물)은 1875.5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장중 금 선물은 온스당 1880선을 넘으면서 8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찍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금은 전통적으로 위기에 강했다.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주식 시장이 불안해지면 위험 회피와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해 돈이 금으로 향했다. 하지만 2022년에는 ‘금=안전 자산’ 공식이 통하지 않았다. 전 세계 중앙은행이 앞다퉈 금리를 인상해도 물가가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 상황이었지만 금은 인플레이션 완충 역할을 하지 못했다. 달러의 위세가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 긴축으로 달러 가치가 20년 만에 최고로 치솟으며 초강세를 보였고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금 말고도 매력적인 안전 자산이 생겼다. 달러가 오르자 금의 실질 가격이 오른 점도 한몫했다. 금 선물은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오르면 미국 외 투자자들은 금을 비싸게 사야 하기 때문이다. 원래 달러와 금값은 반대로 움직인다. 1971년 미국 정부가 금 본위제(금태환)를 폐지한 이후 기축 통화인 달러의 가치가 오르면 금의 가치가 떨어졌고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면 위험을 회피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금값이 올랐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금의 위상은 높았다. 2022년 3월 초 국제 금값은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서는 경기 침체 우려와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로 금이 각광받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의 타격은 예상보다 강했고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도 시장의 예상을 웃돌았다.Fed가 지난해 금리 인상을 단행할 때마다 금값은 주저앉았다. 지난해 11월에는 금값이 1600달러 선까지 내려왔다. 3월 초 2000달러를 돌파했던 금값이 연중 최저점까지 내려오자 각국 중앙은행들은 공격적인 저가 매수에 나섰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각국 중앙은행은 400톤의 금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55년 만에 최대치였다. 강달러의 질주로 주요국의 통화 가치가 하락하고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으로 위기 방파제를 쌓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은 투자 측면에서도 성공적이었다. 지난해 4분기부터 금값이 다시 올랐다. 경기 침체 우려로 미 장기 국채 수익률도 하락하는 데다 달러 가치도 하향 안정세에 들어선 영향이다. 금값이 다시 뛰기 시작한 배경엔 국내외 경제가 변곡점을 맞을 수 있다는 예상이 깔려 있다. 증권가에선 올해 물가·금리·달러가 다시 하향 안정화되는 이른바 ‘골디락스(goldilocks)’ 시기가 도래했다고 분석한다. 골디락스는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상태로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모두 적절한 이상적인 경제 상황을 말한다. 위기론이 대세지만 이에 대한 반론으로 골디락스가 등장하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긴축 경계심이 큰 만큼 금은 1950달러 부근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면서도 “골디락스가 강력해진다면 안전 자산인 금과 경기 동향에 민감한 위험 자산인 구리 가격이 동반 상승할 수 있고 안전 자산과 산업용 금속의 특성을 모두 보유한 은에 집중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금·은·구리 모두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은 온스당 1650~1950달러로 예상했던 기존 금값의 장기 목표치를 2100달러(사상 최고치)로 올려 잡았다.금값이 뛰자 국제 금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가격도 상승세다.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 H)’ ETF는 최근 3개월 동안 15.54% 올랐다. ‘KODEX 골드선물(H)’ ETF와 ‘TIGER 골드선물(H)’ ETF의 3개월 수익률은 각각 8.28%, 8.12%다. 약달러뿐만 아니라 중국의 경기 회복 역시 금값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들어서도 금값 상승이 계속되는 것은 Fed의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기대감과 이에 따른 달러 추가 약세 기대감 때문”이라며 “중국 경기를 바라보는 시각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데 중국 경기 회복에 따른 산업용 수요 증가 기대감이 금값 랠리를 더욱 지지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닥터 코퍼의 예측, 늘 명중은 아니야 경제학 박사 못지않게 경기 예측을 잘한다는 구릿값 역시 올해는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올해 1월 10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선물은 8766.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통상 제련업계에서는 구리 선물 가격 8000~9000달러를 안정선으로 본다. 구리 선물 가격이 7000달러 선까지 떨어지면 구리 가공비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1만 달러를 넘어서면 구리 수요가 급격히 줄기 때문이다.지난해 구리 가격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2022년 3월 초 1만 달러를 웃돌던 구릿값은 7월 중순 720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당시 구릿값이 급격하게 하락하자 언론에서는 “닥터 코퍼가 경기 침체 시그널을 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리 가격 변동 추이를 통해 경기가 살아날지, 유지될지, 침체될지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구리는 도로·항만·토목 등 대규모 개발 계획이나 전자·통신·자동차 산업 전반에 걸쳐 필수로 들어가는 원자재다. 인프라 투자가 이뤄지거나 정보기술(IT) 기기, 자동차 등 전방 수요가 늘어날 기미가 생기면 구릿값이 먼저 뛰는 구조다.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닥터 코퍼’라고 불린다.최근 구릿값이 다시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구리를 두고 예측하는 경기 침체 경고음이 줄었다. 하지만 구릿값 상승이 반드시 경기 회복과 직결되지는 않는다. 최근 구리를 둘러싼 상황이 변했기 때문이다.전 세계 구리의 50%를 소비하는 중국의 움직임에 따라 구리의 수요와 공급이 결정된다. 구리의 최대 수요국이던 중국은 지난 몇 년간 원자재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제련소를 잇달아 건설했다. 제련 업체 간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구리의 원료인 동광석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수요 공급의 원칙에 따라 경기와 상관없이 구릿값이 뛰기도 한다.한국 유일 전기동제련 금속 기업인 LSMnM의 관계자는 “닥터 코퍼 속설은 맞을 때도, 맞지 않을 때도 있었다”며 "최근에는 중국이 신규제련소 설립을 통해 100% 자체생산을 목표로 구리 자급률을 높이고 있어 제련소 간 가격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경기 흐름과 무관하게 구리 자체의 수급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 역시 구릿값의 변수 요인이다.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장기간 침체 상태에 놓였던 만큼 리오프닝과 경기 부양책이 시작된다면 구리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 하락 시나리오에 무게 실려올해 유가 역시 지난해보다 안정적일 것으로 예측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올해 연평균 국제 원유 가격(두바이유 기준)이 작년(배럴당 96.32달러)보다 하락한 배럴당 85.46달러일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유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120달러까지 치솟으며 한국 기업들의 생산 비용을 올리는 데 한몫했다. 올해 1월 들어 국제 유가가 80달러를 밑돌면서 상반기 국제 유가는 하락 시나리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분기별 전망치는 1분기 83.02달러, 2분기 82.59달러, 3분기 86.52달러, 4분기 89.73달러였다. 상반기엔 낮은 수준을 유지하지만 하반기 이후 강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지난해 말부터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가격 상한제를 시행 중이다. 러시아가 석유를 판매해 우크라이나 전쟁 비용에 대는 것을 막고 전쟁 이후 급격히 오른 원유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였다. 가격 상한제는 러시아산 원유 가격을 배럴당 60달러 이하로 제한하고 이를 지키지 않고 거래한 기업은 보험·금융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조치다.에너지경제연구원은 만약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가 이 조치에 반발해 석유·가스 공급을 중단하거나 하반기에 OPEC+(석유수출국기구+기타 산유국)가 고강도 감산을 결정한다면 올해 평균 유가도 지난해와 비슷한 92.85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요 측면에서도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완화 조치로 중국 석유 수요가 늘면 국제 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봤다.반대로 유가 하락 시나리오도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거나 급속한 세계 경기 침체가 찾아온다면 올해 연평균 국제 유가가 77.73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봤다. 이란 핵합의(JCPOA : 포괄적 공동 행동 계획) 복원에 따른 이란 원유 수출 재개도 국제 유가를 끌어내릴 수 있는 요인으로 꼽았다.에너지경제연구원은 “Fed가 금리 인상 기조도 유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Fed가 하반기 이후 완화 기조로 돌아선다면 유가 상승 압력이 되겠지만 만약 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한다면 달러화 강세에 따라 유가가 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킹달러’ 현상이 주춤하면서 ‘환테크족’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고물가와 미국발 긴축 우려에 급등하며 지난해 9월 14년 만에 처음 1400원 선을 넘어섰다. 자금시장 불안까지 이어지며 1449원96전(10월 24일)까지 치솟았지만, 약 두 달 만에 1200원 중반대로 13% 넘게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환테크는 잠시 쉬어갈 때”라고 입을 모은다. 원·달러 환율 전망은전문가들이 환테크에 회의적인 이유는 ‘환율 전망’ 때문이다. 남흥식 우리은행 본점영업부 PB센터팀장은 “고객에게 환테크를 제안하기에는 위험한 시기”라며 “금리 인상 속도가 주춤하고 물가도 잡혀가고 있어 달러 강세 가능성이 작아졌다”고 했다. 이어 “달러가 다시 강세로 다시 돌아서려면 강한 스탠스로 미국 중앙은행(Fed)이 긴축 정책을 밀어붙여야 하는데 시장은 그렇게 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한국경제신문이 최근 외환시장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명은 올해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겠지만 1200원 밑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10명 모두 올해 환율 하락을 예상했고, 이 중 8명은 올해 환율 저점을 달러당 1200원대 초반으로 전망했다.소수지만 환율이 달러당 1100원대 후반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전규연 하나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과도하게 오른 환율이 되돌림되는 과정에서 쏠림이 나타나면 1100원대 후반으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전문가 10명 모두 환율이 지난해처럼 달러당 1400원대로 치솟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또 올해 환율 흐름을 결정지을 주요 요인으로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국 통화정책, 유럽 경기 등을 꼽았다. 무역수지도 환율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언제 흑자로 돌아서느냐에 따라 환율 수준이 좌우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성진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금융 위기가 끝나고 원·달러 환율은 1050~1200원에 머물렀다”며 “유학생처럼 달러가 필요한 사람은 필요한 최소 금액만 달러를 매수하고, 원·달러 환율이 1150원 아래로 내려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외화 정기예금은 짧게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에서 자산 일부를 환테크에 투자하라는 조언도 있었다. 하인성 신한은행 PWM잠실센터 PB팀장은 외화 정기예금을 짧게 가져갈 것을 추천했다. 시중은행 외화 정기예금은 가장 손쉽게 환투자를 할 수 있는 상품이다. 환율 변동 차익은 물론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이 판매하는 외화 정기예금 상품은 가입 기간이 1일~2년까지 다양한 데다 기간도 조정할 수 있다. 지난 12일 기준 시중은행의 만기 1년 외화 정기예금(거주자 기준) 금리는 하나(연 4.65%) 우리(연 4.97%) 신한(연 4.87%) 국민(연 5.39%) 등이다. 하 팀장은 “외화 예금 금리가 원화 예금과 비교했을 때 높은 수준”이라며 “만기 3, 6개월 금리 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가입 기간을 짧게 잡아 변동성에 대응할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하나은행은 외화예금을 기반으로 하는 외화 매매 플랫폼 서비스 ‘하나 FX마켓’을 활용할 것을 추천했다. 다른 은행, 증권사의 원화 계좌와 하나은행 외화계좌 간 수수료 없이 외화 매매가 가능하다. 환테크에 관심 있는 고객들에게 보다 높은 우대 환율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로, 일정 환율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거래를 체결해주는 예약 거래도 활용할 수 있다.환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주목하는 환테크족도 있다. 환헤지형 상품은 외국 지수를 추종하는 ETF 중에서 환율을 특정 시점으로 고정해놓은 상품을 말한다. 환노출형은 주식 가치 변화에 더해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도 부담한다. 환율이 하락세일 때는 환헤지형 투자로 리스크를 줄이고, 환율 상승에 베팅할 때는 환노출형 투자로 목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환노출형 ETF 또는 KODEX미국달러선물을 추천한다”며 “다시 환율이 상승할 경우 장기적인 환차익 이익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지난 2년간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했던 홍콩 증시가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켰다. 올 들어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최상위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저점 대비 50% 가까이 뛰었지만 아직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 당국의 규제 그림자를 벗어난 빅테크,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를 누릴 소비재, 여행 관련 기업 등에 관심을 두라는 조언이다. 홍콩 증시, 열등생에서 우등생으로올 들어(1월 1~12일) 홍콩 H지수는 9.05% 급등했다. 이달 들어 반등세를 보인 코스피지수(5.75%)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2.40%), 닛케이225지수(1.36%) 등 다른 아시아 주요국 증시 대비 월등한 성적표다. 미국 나스닥지수(5.11%), S&P500지수(3.74%)보다도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홍콩 증시는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시련의 시기를 보냈다. 2년 가까이 줄곧 내리막길을 걸으며 약 60% 하락했다. 중국 경기 둔화와 빅테크 기업에 대한 전방위적 규제, 미국 중앙은행(Fed)의 강도 높은 통화 긴축 탓에 짓눌렸다.그러나 최근 홍콩 증시의 하락을 불렀던 원인들이 상승 근거로 전환되고 있다. 상승세의 가장 큰 기폭제는 ‘제로 코로나’에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된 중국의 방역 정책이다. 이달 들어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면서 정점이 지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도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금융과 관광 서비스 산업 비중이 높은 홍콩은 중국과의 인적 교류가 중요한 국가다.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중국 봉쇄로 인해 홍콩은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리세션(경기 후퇴)을 경험했다”며 “중국의 본격적인 리오프닝 이후 어느 국가보다 강한 경기 회복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중화권 증시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되던 빅테크 규제 문제도 해소됐다. 홍콩 증시 하락세는 2020년 10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당국의 핀테크 규제를 비판하면서 시작됐다. 당국은 대대적 규제를 통해 ‘빅테크 길들이기’에 나섰다. 앤트그룹의 기업공개는 무산됐고, 2021년 알리바바에는 182억위안(약 3조4000억원)의 반독점 과징금이 부과됐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홍콩 상장 빅테크 주가는 추락했다.그러나 과도한 ‘제로 코로나’ 기조로 중국 경제가 얼어붙자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달 연례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민영기업 살리기·디지털 경제 장려’를 천명하며 빅테크 규제 완화 신호를 보냈다. 지난 8일 마윈이 앤트그룹 의결권을 53.5%에서 6.2%로 축소한다는 결정까지 발표되면서 당국의 빅테크 규제도 일단락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발표 직후 당국은 “알리바바와 긴밀한 접촉을 이어가며 지원을 약속할 것”이라고 화답했다.미국 인플레이션이 ‘피크아웃(고점 기록 후 하락)’하면서 빅테크 주가를 짓눌러왔던 Fed의 강한 긴축 기조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호재다. “상승 여력 남았다”홍콩 H지수는 지난해 10월 저점 이후 약 48% 반등해 7300선까지 올라왔다. 매수하기엔 늦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상승 여력이 아직 남았다고 본다. 삼성증권은 상반기 최선호 국가로 홍콩을 꼽았다. 올해 홍콩 예상 순이익 추정치를 올리며 상반기 H지수 예상 범위도 6050~8200으로 상향했다.갖가지 호재로 상승 랠리를 기록하고 있지만 여전히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부담은 크지 않다. 현재보다 10% 더 올라 8000선에 안착해도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1배로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속도 조절에 들어가 조정이 올 때마다 매수할 만하다는 조언이 나온다.특히 알리바바 등 빅테크에 대한 기회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다. 관련 정부 정책이 ‘규제’에서 ‘육성’으로 급격히 바뀐 데다 리오프닝에 따른 소비 증가 수혜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미래에셋증권은 알리바바 실적이 1분기부터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엔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배송 자체가 불가능했다. 정용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방역, 규제완화 효과를 감안하면 2024년 실적 기준 PER 11배 주가 수준은 아직 저평가 구간”이라고 말했다.하나증권은 메이퇀, 트립닷컴 등을 단기 유망 종목으로 제시했다. 메이퇀은 음식 배달이나 호텔 예약, 구인·구직 관련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리오프닝이 본격화할수록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온라인 여행사 트립닷컴도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트립닷컴의 춘제 기간 여행 예약 건수는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춘제 해외여행 예약 건수도 전년 대비 약 5.4배 급증했다.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