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시장 '찐반등'일까…주요 암호화폐 새해 25% 급등 [코인스캐너]
새해 암호화폐 시장의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글로벌 암호화폐거래소 FTX의 파산 이후 1만5000달러 선까지 곤두박질 쳤던 비트코인 가격은 약 두 달만에 2만달러대에 안착했다.

주요 암호화폐 상승률은 새해 들어서만 25%에 이르렀다.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 기대감이 코인 시장까지 달구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시적 반등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계심이 강하다.
최근 일주일간 비트코인 가격 추이. 코인마켓캡
최근 일주일간 비트코인 가격 추이. 코인마켓캡
15일 암호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40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2만744달러를 기록했다. 약 두 달 만에 처음으로 2만달러대에 안정적으로 올라섰다. 전날 한때는 2만1095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자료=웨이브릿지
자료=웨이브릿지

코인 시장 훈풍은 '대장주' 비트코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웨이브릿지에 따르면 비트코인 이더리움 바이낸스코인 리플 에이다 도지코인 솔라나 폴리곤 등 코인 시장 상위 10개 종목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CMX10' 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24.6% 올랐다.

새해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나면서 코인 시장에서도 동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만 기준금리를 4.25%포인트 끌어올리며 자산 시장의 '거품 잡기'에 나선 미국 중앙은행(Fed)이 마침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란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12일 발표된 미국의 작년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이런 시장의 바람을 한껏 키웠다. 미국의 12월 CPI 상승률은 1년 전보다 6.5%로 14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크립토 윈터' 진짜 끝물일까

이번 상승세가 암호화폐 약세장의 끝을 알리는 신호탄일지, 또 한 번의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일시적 반등)'에 그칠 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외환시장 마켓메이커 오안다의 크레이그 얼름 수석연구원은 코인데스크에 "(비트코인이 2만달러를 회복한 것은) 부활의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암호화폐 공포&탐욕 지수. 얼터너티브
암호화폐 공포&탐욕 지수. 얼터너티브
투자 심리는 확실히 개선되고 있다. 코인 정보업체 얼터너티브가 집계하는 '암호화폐 공포·탐욕지수'는 이날 하루 만에 6포인트 오른 52를 기록하며 '공포'를 벗어나 '중립' 단계로 올라섰다. 이 지수가 50을 넘어선 것은 작년 4월 5일(53) 이후 처음이다. 공포·탐욕지수는 비트코인과 주요 암호화폐 가격 변동성, 거래량 등의 데이터를 기초로 투자 심리를 계량화한 지표다. 0~100을 기준으로 숫자가 낮을 수록 극단적 공포, 높을 수록 극단적 낙관 심리가 우세하다는 뜻이다.

반면 아직 약세장이 끝났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시장조사업체 페어리드 스트래티지스의 케이티 스턴튼 공동창업자는 "현재 비트코인은 과매수가 몰린 상태"라며 "지금의 상승 랠리를 쫓는 것은 경솔하다"고 했다.

"거래량·유동성 회복 안돼"

낙관론을 경계하는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거래량 감소다. 코인시장 분석 업체 글래스노드는 "비트코인 가격대 기준 2만1000달러는 물론 1만8000달러 부근에서도 거래량이 거의 없고, 1만6000달러대에 집중돼 있다"며 "비트코인이 2만1000달러를 확실하게 뚫고 올라가지 않는다면 1만6000~1만7000달러대로 다시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FTX와 알라메다리서치의 파산은 코인 시장 거래량 감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암호화폐거래소 비트파이넥스의 분석가들은 "코인 시장에서 마켓메이커 역할을 했던 알라메다와 FTX의 부재는 본질적으로 코인 시장의 유동성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며 암호화폐를 대규모로 거래하는 이른바 고래와 대형 트레이더들에게는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유인이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거시경제 침체 조짐과 제미니·제네시스글로벌캐피털을 둘러싼 법적 이슈, 미국의 암호화폐 규제 강화 움직임 등도 당장 코인 시장에는 부담이다. 암호화폐를 맡긴 투자자들에게 연 8%의 이자를 약속한 디파이 상품 '제미니 언'을 운용했다가 FTX 사태에 휘말리며 서비스를 중단한 제미니와 제네시스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미등록 증권을 판매했다"며 기소당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