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고급 식자재인 한우의 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사육 두수는 많이 늘어났는데, 고물가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기 때문이다.
13일 팜에어·한경 축산물가격지수(KLPI)를 산출하는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전날 한우 도매가는 ㎏당 1만5829원으로 전주 대비 4.0% 하락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20.1% 싼 가격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등급 등심은 12일 ㎏당 9만6440원에 거래됐다. 1년 전(11만1940원)에 비해 13.8% 떨어졌다.
공급이 수요를 크게 웃도는 게 주원인이다. 축산업계는 통상 250만~270만 마리를 적정 사육두수로 본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한우 사육두수는 370만 마리에 달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말까지 사육두수가 358만 두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우 사육두수는 2015년 이후 계속 증가해 왔다. 축산업계는 한우가 비싸게 거래되던 3년 전께 축산농가에서 사육두수를 크게 늘린 게 지금과 같은 상황을 야기했다고 보고 있다. 한 축산유통업체 관계자는 “2020년 전후로 사육 두수를 조절했어야 하는데, 당시에 코로나19 재난지원금 효과로 소비자들의 한우 수요가 견고했다”며 “이때 결단하지 못하는 바람에 한우 시장에 만성적 공급 과잉이 고착됐다”고 설명했다.
한우협회는 축산농가에 암소가 더 이상 송아지를 낳지 못하도록 도축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2~3년을 키워 도축하는 소의 특성상 공급량을 재빨리 조절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구매욕은 꺾였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비싼 한우 대신 수입 축산물을 택하는 소비자가 늘었다”며 “명절을 앞두고 보통 한우 시세가 많이 오르는데, 올해는 오름폭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 한우 등심(1등급)은 전년보다 12.6% 하락한 ㎏당 1만380원에, 국거리(1등급)는 15.3% 내린 4980원에 판매되고 있다.
고기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채소류는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추위에 취약한 채소류가 작년 말 한파로 생육에 타격을 입은 데다 하우스 난방비 등 재배 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오이는 ㎏당 3767원에 거래되며 지난주 대비 9.2%, 전월 대비 26.5% 올랐다. 최근 3개월간 쉼 없이 상승했다. 상추와 부추는 지난주보다 저렴해졌지만, 전년 동월 대비 50%가량 비싸다.
“데이터는 농업에 필수적인 ‘흙’ 같은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가격을 예측해 출하 시기를 조절하고, 스마트팜에서 ‘재배 레시피(최적 재배 조건)’대로 생산하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농업법인 록야의 권민수 대표는 최근 서울 수서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권 대표는 “자유무역협정(FTA) 등 시장 개방으로 세계가 연결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업 분야 데이터 산업에서의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데이터가 한국의 농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록야는 원래 감자로 유명한 회사다. 2011년 권 대표가 친구 박영민 대표와 함께 창업했다. 감자 계약재배와 꼬마감자 개발 등이 주 사업 영역이었다. 이후 재배하는 품목을 60여 종으로 늘리고 유통까지 시작했다. 마켓컬리에서 파는 감자와 채소류 등이 록야의 손을 거친다.록야를 키워가던 권 대표는 2017년 농업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는 팜에어를 창업했다. 농산물 유통 분야에서 가격 불안정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권 대표는 “가격 예측 시스템을 만들어 록야의 사업을 정밀화하는 게 초기 목표였다”고 말했다.약 4년간 데이터를 축적한 뒤 팜에어는 포털 사이트 ‘테란’을 출시했다. 농산물 가격 변동을 다양한 각도로 분석할 수 있는 사이트다. 권 대표는 내부적으로만 이용하려던 계획을 바꿔 기업과 농민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유료로 데이터를 개방했는데도 약 1500명이 가입했다. 권 대표는 “농산물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하고 AI(인공지능)를 통해 작물의 재배 기간을 기준으로 단기, 중기 가격을 예측한다”며 “최근 한우값 하락을 5개월 전에 예측했다”고 말했다.권 대표는 팜에어의 가격 예측력이 높은 이유로 ‘농업회사 록야를 함께 운영하는 점’을 꼽았다. “경쟁자들도 같은 데이터를 보지만 팜에어는 지난 12년간 쌓은 농업 현장의 노하우를 더해 예측치를 내놓는다”는 것이다.팜에어를 통한 데이터 분석은 본업인 록야의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록야는 농산물 유통을 넘어 스마트팜을 통한 소재산업에도 뛰어들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마트팜의 실내 환경 등 이른바 재배 레시피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 작업은 공동 창업자인 박 대표가 이끌고 있다. 권 대표는 “새싹 인삼을 스마트팜에서 재배해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인 ‘한방의 삼’을 내놨다”며 “제품이 성공하면 스마트팜 자체를 수출하거나 농민들에게 보급할 계획”이라고 했다.권 대표는 “록야는 디지털 기반의 종합농산물 유통회사로 성장하고 있다”며 “작년 361억원인 매출이 올해 8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강진규 기자제작 지원=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설 선물로 한우 특수부위 구이 세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색적인 맛을 추구하는 젊은층의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등심·안심 등에 일부 부위에 편중됐던 소고기 소비 세분화가 가속화되는 추세다.13일 현대백화점은 올해 설 선물세트 판매기간(2~11일) 상품군별 매출을 살펴본 결과, 제비추리·토시살·안창살 등 한우 특수부위로 구성된 구이용 선물세트 매출 증가율이 높았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40.5%의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38만원짜리 '한우 특수부위 매' 세트와 '한우 특수부위 난' 세트가 판매량이 높았다고 회사 측은 말했다. 매 세트는 제비추리·토시살·안창살·갈비살·부채살·치마살 각 200g으로 구성됐다. 난 세트에는 살치살 600g과 갈비살 600g이 들어있다.특수 부위는 한 마리를 도축할 때 나오는 양이 적다. 소 한 마리에서 30㎏ 이상 나오는 등심과 달리 제비추리, 안창살, 토시살은 1㎏ 내외 나온다. 현대백화점 측은 "정육 선물세트는 특수부위를 비롯한 구이류 상품 매출이 급증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입맛이 서구화된 3040세대 젊은층이 명절의 분위기를 주도하는데다 조리도 간편해서다. 기존에 선물세트 대명사로 꼽히던 찜갈비, 불고기용 부위 등의 인기를 넘어설 정도다. 지난해 추석에도 구이용 한우세트 매출이 전년보다 50% 증가해 찜갈비 매출 신장률(15%)의 3배를 넘겼다.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대표 고급 식재료인 한우 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우 사육 두수는 계속 늘어난 반면 물가 상승 부담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기 때문이다.13일 팜에어·한경 축산물가격지수(KLPI)와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전날 한우 도매가는 ㎏당 1만5829원으로 전주 대비 4.0%, 전년 동월 대비 20.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조사한 소비자 가격은 1등급 등심은 12일 ㎏당 9만6440원에 거래됐다. 1년 전(11만1940원)에 비해 13.8% 하락했다.한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은 것이 주 원인이다. 축산업계에서는 통상 250만두~270만두를 적정 사육두수로 보고 있는데 지난해 9월 기준으로 한우 사육두수는 370만두까지 증가한 상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말까지 358만마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사육 두수는 2015년 이후 계속 증가했다. 약 3년 전 한우 가격이 비싸게 거래되던 시기에 농가에서 사육 두수를 늘린 것이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한 축산유통업체 관계자는 “2019~2020년에 사육 두수를 조절했어야 했는데 당시에는 소비자들의 한우 수요가 견고한 것처럼 보였다”며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영향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우협회에서는 암소가 더이상 송아지를 낳지 못하도록 암소 도축을 권하고 있지만 2~3년 키워 도축하는 소의 특성 상 공급량을 재빨리 조절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반면 물가 상승에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하락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명절을 앞두고 보통 한우 시세가 많이 오르는데 올해는 오름폭이 그리 높지는 않다”며 “비싼 한우 대신 수입 축산물을 택하는 소비자들도 늘었다”고 밝혔다. 대형마트에서 한우 등심(1등급)은 전년보다 12.6% 하락한 1만380원에, 국거리(1등급)는 15.3% 하락한 4980원에 판매되고 있다.고기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채소류 가격은 상승세다. 가뜩이나 추위에 취약한 채소류들이 겨울철 한파로 인해 생육이 부진한데다가 하우스 난방비 등 재배 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오이의 경우 ㎏당 3767원에 거래되며 지난주 대비 9.2%, 전월 대비 26.5% 올랐다. 최근 3개월간 쉼 없이 상승했다.파프리카는 지난달보다 가격이 112.2% 뛰었고 상추와 부추는 지난주보다는 가격이 저렴해졌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50% 가량 비싸다.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