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내 경기가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을 내렸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부진이 심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금리 인상 여파가 실물 경제에 파급되면서 하방 압력이 더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KDI는 8일 발표한 ‘1월 경제동향’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부진이 심화함에 따라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한 것에 비해 전망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경기 진단이 나빠진 것은 수출 부진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수출은 1년 전보다 9.5% 줄었다. 11월(-14.0%)보다는 완화됐지만 여전히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했다. 품목별로 반도체 수출액이 29.1% 감소하고 석유화학 수출 역시 23.8% 줄었다.

대(對)중국 수출 감소율은 27%로 지난해 10월 -15.7%, 11월 -25.5%에 이어 감소폭이 확대됐다. 대미 수출은 8.0%에서 6.7%로 증가세가 소폭 둔화했다.

천소라 KDI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충격에도 그동안 반도체 등 제조업이 수출을 어느 정도 뒷받침해줬는데 지금은 그게 꺾였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로 상승세를 타며 경기를 떠받치던 서비스업 생산과 소비도 둔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비스업 생산은 숙박 및 음식점업 등 대면서비스업의 회복세가 느려지면서 10월(4.8%)에 비해 부진한 2.6%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11월 소매판매는 2.2% 감소해 전월(-0.7%)보다 감소폭이 커졌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