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사진)가 지난해 판매량에서 일본 닛산자동차의 ‘인피니티’를 처음으로 제쳤다. 현대차·기아가 혼다, 닛산의 양산차 판매량을 앞지른 데 이어 프리미엄 라인에서도 일본 차 ‘도장 깨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지난해 미국에서 5만6410대를 판매했다. 전년(4만9621대)보다 13.7% 증가한 것으로, 처음으로 연 5만 대 판매 벽을 넘었다. 반면 인피니티는 지난해 4만6619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2021년(5만8553대)보다 20.4% 줄었다. 제네시스는 2016년 미국에 처음 진출한 뒤 2020년까지 2만 대 안팎의 판매량을 보이다가 2021년부터 판매량이 확 올랐다.

혼다자동차의 럭셔리 브랜드 아큐라 판매량은 2021년 15만7408대에서 지난해 10만2306대로 35.0% 급감했다. 도요타자동차의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 판매량은 같은 기간 30만4475대에서 25만8704대로 15.0% 감소했다. 일본 완성차 업계가 반도체 수급난 대응에 실패하는 상황에서 제네시스가 상품성 높은 신차를 바탕으로 점유율을 뺏어온 것으로 분석된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해 1월 신형 G90 출시 행사에서 “제네시스가 (상품성에서) 이미 아큐라와 인피니티를 추월했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에서는 인피니티와 혼다자동차의 럭셔리 브랜드 아큐라가 판매되지 않지만 미국에선 연 15만 대 안팎 팔리는 등 굳건한 ‘팬층’을 보유한 브랜드다. 업계 관계자는 “럭셔리 브랜드는 상품성뿐 아니라 ‘헤리티지(유산)’가 중요해 오랜 세월에 걸쳐 이미지를 쌓아야 판매량이 상승한다”며 “출발이 늦은 제네시스가 인피니티를 앞선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딜러사가 고객에게 판매하는 평균 판매단가도 제네시스가 앞서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제네시스의 평균 신차 판매가격은 6만3064달러로 집계됐다. 인피니티(6만1852달러), 아큐라(5만2966달러), 렉서스(5만6049대) 등은 물론 아우디(5만9516달러), 볼보(5만9085달러)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