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 개막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호텔에서 열린 HD현대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정기선 사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허문찬 기자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 개막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호텔에서 열린 HD현대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정기선 사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허문찬 기자
“바다를 활용한 사업의 잠재가치는 24조달러(약 3경500조원)를 웃돕니다. HD현대는 이 같은 바다의 잠재가치를 개척해 수익화하는 ‘근본적 대전환(Ocean Transformation)’의 시대를 열겠습니다.”

정기선 HD현대(옛 현대중공업그룹) 사장은 CES 2023 개막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선언했다.

정 사장은 “해상풍력 등 바다 자원을 활용하면 전 세계 에너지 총사용량의 두 배만큼을 얻을 수 있다”며 “세계 물동량의 90%를 장악한 해상운송은 2050년까지 세 배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활한 바다의 잠재력을 재발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D현대그룹은 새로운 접근방식에 대해 △소형모듈원자로(SMR)·해상풍력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오션 에너지’ △무인화를 비롯한 첨단 미래 선박을 제조하는 ‘오션 모빌리티’ △선박·항만·기상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사업인 ‘오션 와이즈’ △그룹 계열사 아비커스가 추진하는 선박 자율주행 기술인 ‘오션 라이프’ 등의 4대 사업을 제시했다.

오션 에너지 사업은 최근 들어 가장 괄목할 만한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해상풍력 사업에 진출한 것도 그 일환이다. 그룹 전력 계열사인 현대일렉트릭이 제너럴일렉트릭(GE) 계열사인 GE리뉴어블에너지와 파트너십을 맺고 초대형 풍력터빈 관련 부품 합작사를 세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HD현대그룹 계열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미국 SMR 업체에 3000만달러(약 380억원)를 투자하며 원전 사업에 발을 디디기도 했다.

아비커스가 추진하는 레저보트용 자율운항 솔루션 ‘뉴보트(NeuBoat)’에 대해서도 그룹 경영진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는 “자율운항 상용화에 성공한 것은 국내 조선업계 가운데 아비커스가 유일하다”며 “HD현대 계열사들과 그동안 쌓은 압도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율운항 선박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조선업계의 앞으로 상황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 한국조선해양은 수주 197척, 수주액 239억5000만달러로 목표 대비 137%를 달성했다”며 “2026년까지 선박건조장(슬롯)이 다 찼고 글로벌 환경규제로 친환경선 수주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지난해 3월 HD현대 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지금까지 소회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임직원들과 힘을 합쳐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역동적인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완수 HD현대 부사장은 한화그룹과 인수 경쟁을 벌이는 STX중공업에 대해 “중소형 선박 엔진에 강점을 지닌 만큼 인수할 경우 그룹 엔진 사업의 영역을 넓히고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