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 농심 회장
신동원 농심 회장
농심의 마케팅 전략이 진화하고 있다. 고(故) 신춘호 창업주 시절엔 품질 개선에 무게중심을 두는 바람에 마케팅 전략은 다소 진부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21년 신동원 회장 취임 후엔 팝업스토어, 메타버스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고객과 쌍방향 소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간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타버스 팝업을 현실공간에

농심은 오는 9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한 달간 서울 성수동 에스팩토리에서 ‘신라면 카페테리아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고 4일 발표했다. 작년 10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선보인 ‘신라면 분식점’을 현실화한 공간이다.

당시 농심은 방문객들이 매운맛 정도와 면발 종류, 건더기 스프를 취향껏 선택해 가상공간에서 신라면을 끓이는 이벤트를 했다. 9일에는 가장 호응이 좋았던 레시피를 제품으로 구현한 ‘신라면 제페토 큰사발’도 출시할 예정이다. 이번에 마련한 팝업스토어에서 방문객들은 원하는 맛의 라면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신라면 디자인을 활용한 담요, 펜, 마스킹 테이프 등 굿즈도 판매한다.

○선대 회장과 다른 행보

성수에 辛라면 카페 뜬다…달라진 '신동원의 농심'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식품업계에서도 농심은 신중한 마케팅을 해왔다. 1965년 농심이 처음으로 라면을 출시한 이후 신 창업주는 제품 개발과 제품명에 집중했다. 신 창업주가 자신의 성을 따서 ‘신(辛)라면’이라는 이름을 짓고, ‘사나이 울리는 농심 신라면’이라는 광고 문구를 직접 만든 건 유명한 일화다.

‘너구리’(1982년), ‘안성탕면’(1983년), ‘짜파게티’(1984년)도 모두 신 창업주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신 창업주가 이끌던 당시 농심은 광고모델, 카피 선택 등 모든 마케팅 전략을 신 창업주의 결재를 받아 실행하는 구조였다”며 “창업주의 자부심이 워낙 강해 실무부서가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제시하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였다”고 했다.

2021년 7월 취임한 신동원 회장은 아버지와는 다른 행보를 보인다. ‘뉴 농심’을 선언한 신 회장이 글로벌 톱이 되기 위해 제시한 몇 가지 포인트 중 하나가 기업 이미지다. 신 회장은 “‘인생을 맛있게, 농심’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으로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겠다”며 “고객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동반자로서 더 친근하게 다가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2030 고객 확보 노력

농심은 소비자와 오프라인 접점을 늘리며 농심의 헤리티지(유산)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작년 11월 서울 상수동에서 운영한 안성탕면 팝업스토어는 농심의 과거와 현재를 소개하는 전시가 주를 이뤘다. 건면 신제품 ‘파스타랑’은 미래관에 배치해 건면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2021년 초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을 론칭한 뒤에도 오프라인 마케팅을 병행했다. 작년 5월 잠실 롯데월드몰에 국내 최초로 비건 코스메뉴를 제공하는 ‘포리스트 키친’을 열었다.

마케팅업계 한 관계자는 “농심이 확보해야 할 신규 고객인 10~20대는 입맛이 빨리 바뀌기 때문에 브랜드 충성도가 기성세대보다 훨씬 낮다”며 “레시피를 직접 만들 수 있도록 돕거나, 브랜드 역사를 적극적으로 알려 친숙도를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