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정부가 안심전환대출·적격대출·보금자리론 등 세 가지 정책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통합한 ‘특례 보금자리론’을 출시한다. 1년간 한시적으로 운용되는 특례 보금자리론은 자격 요건이 완화돼 내 집 마련의 문턱을 낮출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 4%대 고정금리로 출시될 전망이어서 고금리 시대 실수요자의 이자 부담을 줄여줄 전망이다. 현재 5대 시중은행의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는 연 5.59~7.72%다.
1년 한시 운영 '특례 보금자리론'…DSR 규제도 안 받아

○3대 정책 주담대 ‘합체’

1년 한시 운영 '특례 보금자리론'…DSR 규제도 안 받아
특례 보금자리론은 변동금리형 주담대를 장기·고정금리형으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과 주택 구입자를 대상으로 한 장기고정금리 대출인 적격 대출을 보금자리론에 통합한 상품이다. 보금자리론은 연소득 7000만원 이하인 사람이 6억원 이하 소형 주택을 살 때 이용할 수 있는 정책금융상품이다. 그동안 정책형 주담대 상품이 이렇게 세 가지로 운영되다 보니 가입 신청이 번거롭고, 대출 금리도 서로 달라 고객 불편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특례 보금자리론은 주택 가격이 9억원 이하라면 소득에 상관없이 최대 5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그동안 소득 제한 때문에 정책형 주담대를 이용할 수 없었던 맞벌이 부부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아울러 현행 보금자리론 주택가격 상한인 6억원을 9억원까지 상향 조정하고, 대출 한도도 기존 3억6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올렸다. 주택 가격은 대출 신청일 기준 시세로 판단한다. 주택 가격이 내려가는 추세인 점을 고려하면 시세 9억원 이하인 대상 주택은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 강북 지역에선 국민주택 규모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아파트의 9억원 이하 거래가 속속 이뤄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준공된 서울 성북구의 래미안포레카운티 전용 84㎡는 지난달 4일 8억2500만원에 손바뀜했다. 작년 5월까지만 해도 10억원 넘는 가격에 거래됐지만, 10월 9억원대로 떨어진 뒤 지난달 8억원대에 매매됐다.

○DSR 규제서도 제외

특례 보금자리론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받지 않아 대출 한도를 늘리는 데 유리하다. 현재 총 대출액이 1억원을 넘어서면 DSR 규제가 적용돼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을 수 없다. 그러나 특례 보금자리론은 이런 제한이 없다. 은행 주담대를 신청할 때보다 대출 규모를 늘릴 수 있는 셈이다. 기존 보금자리론과 마찬가지로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은 각각 70%, 60% 수준으로 적용될 전망이다.

특례 보금자리론은 새로 집을 사려는 무주택자는 물론 고금리 변동형 주담대를 가진 1주택자와 전세 보증금을 반환해줄 용도로 대출이 필요한 1주택자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역차별 논란을 피하기 위해 대출 용도와 무관하게 동일한 금리를 적용한다.

기존 보금자리론이나 적격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이들이 특례 보금자리론으로 갈아타는 것도 가능하다. 최종 확정 금리를 따져봐야겠지만 대출 한도 측면에선 특례 보금자리론이 더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

금리는 연 4%대 후반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안심전환대출 금리는 연 3.7~4.0%, 보금자리론은 연 4.65~5.05%, 적격대출은 연 5.26~6.24% 수준이다.

안심전환대출의 경우 금리 수준이 낮은 편인데도, ‘주택가격 6억원 이하’와 같은 까다로운 이용 요건 때문에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 제3차 안심전환대출 누적 신청 금액은 8조8355억원(7만399건)으로 집계됐다. 마감일을 5영업일 남긴 시점까지 전체 공급 목표(25조원)의 35.3%를 채우는 데 그쳤다.

특례 보금자리론의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여부도 관심이다. 장기 고정금리 대출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요소여서 흥행의 변수로 꼽힌다. 지난해 출시된 우대형 안심전환대출은 기존 대출을 갚을 때 또는 안심전환대출을 조기 상환하고 일반 주담대로 갈아탈 때 모두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했다. 반면 기존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은 3년 이내에 중도 상환할 경우 대출 일수에 비례해 0.9%의 수수료를 매겼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