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에 '겨울과일' 감귤 수확 제동…설까지 가격 오르나 [한경제의 신선한 경제]
12월 중순부터 이어지고 있는 한파로 한반도 전역에서 작물 냉해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겨울 제철과일 감귤은 수확을 앞두고 과실이 부패해 공급이 줄었고 채소 재배 농가들은 하우스 적정 온도 유지에 한계가 온 상황이다. 다음달 말 설 명절까지 앞두고 있어 농산물 가격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란 의견이 업계에서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다.

수확 앞두고 썩어버린 감귤

감귤 시세는 기후와 연동돼 움직이고 있다. 12월 중순 이후 제주 지역에 한파특보가 발효됐고 폭설까지 동반해 감귤 수확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30일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전날 2022년산 귤 5kg(소형과)의 도매시장 평균가격은 1만6640원으로 2021년산 1만3236원 대비 25.7% 올랐다. 12월 중순 이전에는 작년 가격이 더 높았으나 그 이후로 시세가 역전됐다.
12월 중순부터 오른 감귤 도매 가격+(자료=KAMIS)
12월 중순부터 오른 감귤 도매 가격+(자료=KAMIS)
노지 감귤은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1월 중순까지 수확한다. 귤은 습기에 약하기 때문에 눈이나 비가 오면 과실 표면의 수분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확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이달 들어 눈이 계속 내리면서 과실이 부패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이미 잘 자란 감귤의 품질이 기후 때문에 막바지에 품위가 떨어지는 상황이다.

악천후로 해운 결항이 많은 것도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 대형마트 과일 담당 바이어는 “수확을 끝내면 주로 배를 활용해 내륙에 감귤을 운송하는데 최근 해운 결항이 많아 도매시장에 원활하게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3주가량 설이 빨리 찾아온 것도 감귤 시세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귤은 연말연시에 수요가 급증하고 설에 한 차례 더 수요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 농가나 유통업체에서는 수확기에 저장한 귤을 설 명절까지 활용하지만 올해는 감귤 정상품이 줄어 설까지 귤 공급이 줄어들 전망이다.

“보일러 틀 수도 없어”...엽채류 가격 급등

추위에 취약한 엽채류도 도매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29일 양상추는 ㎏당 1865원에 거래되며 전주보다 57.0% 뛴 것으로 나타났다. 상추(40.0%), 부추(39.3%), 깻잎(33.6%)도 가격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 3개월 부추 가격(자료=테란)
최근 3개월 부추 가격(자료=테란)
겨울철 농가에서는 채소류를 하우스에서 재배해 외부의 찬 온도를 내부 난방으로 상쇄한다. 하지만 온도가 지나치게 하락하면 난방에도 한계가 발생한다. 난방을 위해 보일러를 가동하는 비용이 채소류 판매 단가를 웃돌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마트 채소 담당 바이어는 “딸기처럼 비싸게 팔릴 수 있는 작물은 한파가 오면 보일러를 틀어 어느정도 물량 출하가 가능하지만 채소류는 과일 대비 단가가 낮아 보일러를 무한정 가동할 수 없다”며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기온이라면 농민들이 대비를 했을 테지만 급작스러운 한파를 맞아 대처가 부족한 현실”이라고 전했다.

상추와 깻잎도 지난주에 이어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거리두기가 없는 연말을 맞아 모임 수요가 늘며 쌈채소 수요가 덩달아 확대됐다.

KAPI지수는 최근 한 달 사이에 약 50% 오르며 9월말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달 초(115.32포인트·12월 1일) 대비 46.6% 상승한 169.06포인트를 기록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