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은행 정기예금 증가폭이 역대 최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 여파로 주식과 암호화폐와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한 자금들이 안정적인 은행 예금으로 돌아오는 ‘역(逆)머니 무브’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믿을건 예금뿐"…정기예금 역대 최대폭 증가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22일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821조1826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12월 말(654조9359억원)과 비교해 25.4%(166조2467억원) 증가했다.

2019년 12월 말 646조810억원이던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준금리가 연 0.5%까지 떨어지자 같은 해 말엔 632조4076억원으로 2.12%(13조6734억원) 감소했다. 하지만 작년 7월 0.25%포인트 인상을 시작으로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연말엔 654조9359억원으로 전년보다 3.56%(22조5283억원) 늘었다. 기준금리가 연 3.25%까지 치솟은 올해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증가폭은 작년의 7배를 웃돈다.

올해 은행권의 정기예금 증가액도 사상 최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을 포함한 모든 은행의 10월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965조318억원으로 작년 12월 말(778조9710억원)보다 186조608억원(23.9%) 늘었다. 11월과 12월 정기예금 증가분을 더하면 2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2년 이후 20년 만의 최대 증가폭이다.

기준금리 인상 속에 은행 수신금리가 치솟은 게 영향을 미쳤다. 한은에 따르면 10월 기준 은행 정기예금(신규 취급액 기준)의 58%가 연 4% 이상의 이자를 받고 있다. 금리가 연 5%를 웃도는 고금리 정기예금 비율도 7.4%에 달했다. 2018년 이후 지난 6월까지 연 4% 이상 정기예금은 아예 없었고 올 1월만 해도 정기예금의 절반 이상(54%)은 금리가 연 1.5~2.0%에 그쳤다.

하지만 가파른 은행 예금금리 인상이 대출금리를 끌어올리고 카드사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자금 조달을 막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