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SLL∙래몽래인∙재벌집막내아들문화산업전문회사
사진제공=SLL∙래몽래인∙재벌집막내아들문화산업전문회사
"그 누구도 순양자동차가 할아버지의 망상, 독단 그리고 아집이라고 부르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비장한 이 대사는 화제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 등장하는 진도준(송중기 분)이 할아버지 진양철 회장(이성민 분)에게 하는 말이다. 극중에서 순양그룹 총수 진양철 회장은 순양자동차의 실적 악화로 비난이 쏟아지자 매각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손자 진도준은 순양자동차의 경차 신차 '아폴로'를 성공시켜보겠다고 한다.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화면 캡처. 순양자동차의 경차 신차 아폴로를 진도준(송중기 역)이 소개하고 있다./사진=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화면 캡처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화면 캡처. 순양자동차의 경차 신차 아폴로를 진도준(송중기 역)이 소개하고 있다./사진=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화면 캡처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외관은 '마티즈'와 비슷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지만 '재벌집 막내아들'은 현실 세계를 상당 부분 반영한 드라마다. 그래서 순양차 아폴로가 어떤 차인지 궁금증이 이는 대목. 드라마를 보면 진도준이 신차 판매 계획을 밝히는 자리에서 순양자동차의 경차 신차 아폴로가 등장한다.

아폴로의 생김새는 대우자동차 '마티즈'와 닮았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드라마 내용상 아폴로가 대우차 마티즈를 모티브로 만든 것은 아니지만 아폴로의 외관이 마티즈와 유사해보인다는 것이다.

극중에서 순양차 아폴로는 경차 부문 최단기간, 최다판매로 기네스북에 등재된다. 이 설정도 대우차 마티즈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쉐보레 스파크/사진=쉐보레 홈페이지
쉐보레 스파크/사진=쉐보레 홈페이지
마티즈는 1998년 4월 출시됐는데 시판 첫 날 8000대가 계약됐다. 이후 출시 한 달 만에 내수 판매 1만대를 돌파해 당시 단일 차종 월간 최다 판매차로 등극했다. 마티즈는 1998년 한 해 약 10만대를 판매해 국내 연간 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기네스북에 오른 일은 없다.

마티즈의 기록적 판매에도 불구하고 대우그룹 부도로 대우자동차 승용차 부문은 2002년 GM에 인수됐고, 이후 한국GM의 2011년 쉐보레 브랜드 도입에 따라 차 이름이 '쉐보레 스파크'로 바뀌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02년 순양차 아폴로처럼 경차 불티나게 팔렸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시대적 배경인 2002년 경차 시장은 어땠을까. 진도준은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으로 월드컵 마케팅에 성공해 최단시간 가장 많이 파는 기록을 세우지만, 실제로는 2002년 당시 경차 시장은 좋지 못했다.

경차는 불황일 때 잘 팔리는 자동차로 알려져 있다. 경차 시장이 가장 호황기였던 시절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이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경차는 총 15만6521대가 팔렸다. 전체 승용차 판매량(56만8063대)의 27.1%를 차지했다.

이후 경차 판매량은 계속 줄어든다. 1999년 12만9285대(14.1%), 2000년 9만20697대(8.7%), 2001년 8만2140대(7.7%), 2002년 5만7178대(4.6%)까지 하락한다.
사진=JTBC '재벌집 막내아들
사진=JTBC '재벌집 막내아들
경차 시장 상황이 급격하게 안 좋아지자 현대차는 첫 경차 아토스를 2002년 후속 모델 없이 단종시켰다. 기아 경차 비스토 역시 비슷한 시기인 2003년 생산이 중단된다.

2012년 다시 정점을 찍은 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대형 차량 선호 현상으로 줄곧 하락세를 기록하던 경차 판매량은 최근 다시 반등하고 있다. 2019년 이후 3년 만에 경차 등록 대수가 10만대를 훌쩍 넘어섰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경차 누적 등록 대수는 12만4624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8만7608대) 대비 42.2% 급증한 수치다.

그 중심에는 현대차의 경형 SUV 캐스퍼가 있다.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판매되는 경차 캐스퍼 모닝 레이 스파크 4종의 1~11월 누적 판매량은 총 12만2453대다. 이 기간 가장 많이 팔린 경차는 캐스퍼로 4만4493대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차는 가볍고 작은 차라는 이미지였지만 요즘에는 고급 옵션이 붙으면서 많이 바뀌었다"며 "특히 작은 차라는 통념을 깨고 공간 활용을 넓게 하면서 소비자들 이목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