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허영인 SPC그룹 회장을 기소한 이유를 놓고 경제계가 술렁이고 있다. 혐의로 든 ‘계열사 주식 저가 양도를 통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회피’가 SPC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2012년 정부가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도입한 이후 너도나도 컨설팅을 받아 계열사 지분 정리에 나섰다. 불법 가능성을 해소하기 위한 선제 조치였다. 당시 이런 움직임이 위법에 해당하는지는 허 회장 재판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허 회장 등을 기소한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조용래)에 배정됐다. 재판 절차가 본격 진행되면 내년 1분기에 첫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재판에선 SPC의 가공 계열사 밀다원을 둘러싸고 치열한 법리 논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검찰은 허 회장 등이 2012년 1월 법 개정으로 신설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 같은 해 12월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SPC삼립에 저가 양도했다고 봤다.

SPC그룹은 밀다원이 생산하는 밀가루를 SPC삼립이 구매해 계열사에 공급하는 구조다. 총수 일가가 소유한 파리크라상과 샤니 자회사인 밀다원이 일감몰아주기의 수혜를 봤다고 보고, 이 매출을 증여로 간주해 총수 일가가 연 8억원, 10년간 74억원의 증여세를 내야 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정부와 과세당국은 10여 년 전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제도를 도입할 당시 일감몰아주기 혐의가 있는 기업에 지배구조를 개선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SPC뿐 아니라 D그룹 B그룹 Y그룹 H그룹 등 많은 기업이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계열사 매각, 합병 등 지배구조 정리에 나섰다. 경제계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를 해소하라는 정부 지침을 따른 기업에 ‘세금 회피’라는 굴레를 씌운다면 누가 정부 말을 믿겠냐”며 “위법 상태를 그대로 유지해 세금을 내는 게 옳은 일인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검찰이 밀다원 주식을 저가 양도했다고 본 근거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밀다원의 적정가격을 주당 1595원으로 제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상가격으로 언급한 404원의 네 배에 가깝고, 매각가인 255원보다는 여섯 배 이상 비싸다.

하수정/김진성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