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5년 더 버텨야"…입주예정자, 대체 주택 마련
조만간 전면 철거, 압쇄·절단 혼용…2027년 12월 입주 목표

[※ 편집자 주 = 새해 벽두 광주에서 발생한 화정 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에 대한 경찰 수사가 끝났습니다.

사고 당시 무사 생환을 바랐던 작업자 6명은 29일간 사투에 가까운 수색 끝에 잔햇더미에서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고, 우리 사회는 재발 방지를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연합뉴스는 연말이 되기까지 11개월여에 걸친 경찰 수사 마무리에 맞춰 남은 이들의 고통, 책임자 처벌 진행 상황, 안전 대책을 되짚는 4편의 기사를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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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붕괴 그 후] ③ 주변 상인·입주예정자, 폐허 속 1년
HDC 현대산업개발(현산)의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도 고통을 호소하고 불편을 겪는 이들이 있다.

참사 현장 인근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은 인적이 끊긴 거리에서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고 있고, 올해 11월 입주예정일만 바라보고 있던 5천여 명의 예비 입주자들도 미뤄진 입주일까지 지낼 곳을 찾느라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들의 고통과 불만은 전체 철거 후 재시공까지 마무리되는 앞으로 5년 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빚만 쌓였다" 발걸음 끊긴 거리에 생계 위협받는 상인들
사고 후유증은 1년이 지나도록 가시지 않았다.

다시 찾은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 인근 거리는 차들만 오갈 뿐 행인은 보이지 않았다.

임대가 나붙은 곳도 여러 곳. 상인들은 한산한 거리를 바라보며 애타게 손님을 기다릴 뿐이다.

거리에서 만난 상인들은 "코로나 한창때보다 힘들다.

먹고 살길이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절반 가까이 되는 상인들은 아직 피해보상을 받지 못했고, 합의한 보상금을 받은 상인들도 침체한 상권에 생계 위협을 겪고 있다.

사고 직후 도로 통제로 한 달 가까이 문을 닫으면서 손님의 발길이 끊겼고, 붕괴 사고가 일어난 곳이라 유동 인구 자체가 줄었다는 게 상인들 설명이다.

6년 동안 이곳에서 장사했다는 유모(46)씨는 "월세, 전기세 등 고정비용이 있는데 매출은 계속 30∼50% 떨어지니 생계를 위해 지금까지 받은 은행 대출만 5천만 원"이라며 "입주가 완전히 끝나야 상권이 안정화될 텐데 5년을 또 어떻게 버틸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붕괴사고 피해를 봤다고 신고한 상가는 87곳으로, 이중 합의가 완료된 곳은 52곳이다.

현대산업개발 측의 보상안과 피해 상가들의 요구안 사이의 간극을 좁히지 못해 35곳은 아직 협상하고 있다.

현산은 협상을 포기하고 공탁을 걸어 법정 다툼으로 끌고 갈 기미도 보인다.

손해사정 금액을 기준으로 측정된 배상금을 현산이 공탁소에 맡겨두면 상인이 정해진 기간에 찾아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합의는 불발이다.

서구 관계자는 "현산 측에서 공탁도 고려한다고 했지만, 아직 진행 중인 건 아니다"며 "원만하게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파트붕괴 그 후] ③ 주변 상인·입주예정자, 폐허 속 1년
◇ "당장 전셋집이든 월셋집이든 구해야" 집 없는 입주예정자들
입주예정자들도 하염없는 기다림 속에서 살고 있다.

화정아이파크 847세대 5천여 명의 예비 입주자들은 당초 올해 11월 입주할 예정이었다.

붕괴 사고로 입주가 연기되자 전세·월세살이를 했던 입주예정자들은 급하게 대체 집을 구하고 있다.

한 입주예정자는 원래 살던 집을 매매하고 그 집에서 입주예정일까지 단기 월세로 지내기로 했는데, 사고로 인해 최근 대출을 받아 새로 집을 구하기도 했다.

이승엽 화정아이파크 입주예정자 대표는 "당장 전셋집이든 월셋집이든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원책은 어느 정도 마련됐으나 입주가 지연되는 동안 머물 곳에 대해서는 개개인이 알아서 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입주예정자 보상 합의는 여러 차례 상경 집회와 호소 끝에 지난 10월 성사됐다.

현산이 참사 7개월 만에 내놓은 입주지원안은 입주 지연 배상금을 줄이려는 꼼수라는 반발을 샀고 국회에서도 논란이 됐다.

붕괴 사고로 갈 곳을 잃은 입주예정자 대표가 국정감사장에서 울먹이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고 국회의원들의 질책이 쏟아지자, 현산은 중도금까지 포함해 입주 지연 배상금을 확대 지급하기로 하고 입주예정자들과 합의했다.

[아파트붕괴 그 후] ③ 주변 상인·입주예정자, 폐허 속 1년
◇ 행정절차 마무리되면 전면 철거 시작…압쇄·절단 혼용
상인들과 입주민들의 고통은 화정아이파크 현장에서 철거와 재시공이 완료되기까지 최소 5년간 이어질 전망이다.

붕괴 건물인 201동 외벽 안정화 작업은 이달 말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안전관리계획서 승인 등 전면 철거를 위한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면 재시공을 위한 철거 작업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전면철거는 압쇄와 절단을 혼용한 방법을 적용할 예정이다.

바닥은 압쇄기를 설치해 철거하는 일반적인 철거방식으로, 기둥은 다이아몬드 재질로 된 쇠톱(다이아몬드 와이어 소우) 장비를 이용해 철거한다.

해외 철거공법 실적을 다수 보유한 독일 P사와 캐나다 R사 등이 현장 참여 업체로 거론되고 있다.

현산 측 관계자는 "최대한 안전성을 확보해 철거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철거 후 재시공은 2027년 12월 입주를 목표로 이뤄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