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제은행(BIS)은 전 세계 금융시장에 약 80조달러 규모의 파악하기 어려운 은행 부채가 존재한다며 이같은 불투명한 부채가 경제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8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BI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외환 스왑과 관련한 결제보증은 장부에 기재하지 않는 은행 빚이다"라며 "이 부채는 향후 경제에 위험요소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은행은 해외 자산에 투자할 때 자국 통화를 미국 달러화로 바꾸기 위해 현지 투자기관들과 외환 스왑 약정을 체결하고, 거래가 종결되기 전까지 결제보증 의무를 진다.

BIS는 "하지만 은행들이 지급결제 의무 등을 재무제표에 기록하지 않기 때문에 중앙은행이나 정책 입안자들이 변동성이 큰 시장 상황에서 잠재적 달러화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급결제 의무가 비교적 단기간이고, 안정적 외화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거래지만, 변동성이 큰 시장 상황에서는 이마저도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BIS는 "외환 스왑 시장은 자금경색에 매우 민감하며, 이는 2020년 3월 코로나19나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명백하게 나타났다"며 "당시 달러화를 빌리기도 어려웠고, 구한 사람들도 높은 금리를 감당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BIS는 이를 금융시장의 '사각지대'라고 정의했다. 2008년 이후 외화 지급결제 관련 부채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BIS가 추정한 미국 외 외국 은행들과 그림자은행(비은행 여수신기관)이 보유한 숨은 부채 규모는 약 80조달러(약 10경 5688조원)에 달했다.

BIS는 "외화 지급결제 관련 부채는 달러화가 유동성 경색에 빠지기 전까지는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자료나 통계가 없다는 점 때문에 정책 입안자들이 시장 혼란을 줄이는 조처를 하는 데 더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덧붙였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