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개정 행정절차법에 명시…정부 "적법한 절차"
'공공복리 위해 긴급했는지' 관건…법적 다툼 가능성
코로나가 들여온 '문자·카톡 행정'…문자 업무개시명령도 효력?
화물연대 파업 과정에서 정부는 시멘트 화물차 기사 778명(7일 기준)에게 업무개시명령서를 발부했다.

이 중 464명에 대해선 등기우편으로 명령서를 보냈고, 264명에게는 문자메시지로 전송했다.

사진으로 찍은 명령서를 메시지로 보내는 방식이다.

나머지는 정부가 확보한 주소나 전화번호에 오류가 있어 현장조사를 통해 화물차주 정보를 다시 확인하는 중이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 같은 주요 행정처분과 송달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하는 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명령 발동 초기부터 효력 논란이 불거졌기에 적법 여부를 따져봤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문자 송달은 적법하다고 강조한다.

그 근거는 행정절차법 24조다.

법에는 다른 법령 등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문서로 행정 처분을 하도록 명시돼 있다.

전자문서를 통해 처분하는 경우 당사자가 동의해야 하며, 신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거나 사안이 경미할 때는 문서 외의 방법으로 처분할 수 있게 돼 있다.

원칙적으로는 업무개시명령서 실물 문서를 당사자가 받아야 하며, 화물차주의 동의가 있을 때 문자·카카오톡 메시지로 통지하고 처분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개정된 행정절차법이 올해 7월부터 시행되며 추가 조항이 덧붙었다.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해 긴급히 처분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휴대전화를 이용한 문자 전송 등 문서가 아닌 방법으로도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새로 도입된 조항이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4월 올린 정부 입법안에 이 조항이 처음 등장한다.

같은 해 11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원회의 법안 심사 때는 행안위 수석전문위원이 "최근 비대면 전자정부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행정청이 전자문서로 처분을 해 국민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개정안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의는 없었다.

코로나가 들여온 '문자·카톡 행정'…문자 업무개시명령도 효력?
정부는 문자 메시지 처분의 효력을 강조하면서도 우편송달, 최종적으론 공시송달까지 여러 방안을 병행해 명령서를 송달한다는 방침이다.

문자 메시지를 보낸 화물차 기사들에게는 전화를 걸어 명령서를 봤는지 확인하고 있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다툼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운송 거부자가 문자 수신 사실을 부정하는 경우 업무개시명령 효력을 놓고 법적 다툼이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파업 당시 대법원은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한 전 대한의사협회 간부 3명에 대해 송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하지 않았다.

당시 행정절차법은 '통상의 방법으로 주소를 확인할 수 없거나 송달이 불가능할 경우' 업무개시명령을 게시판 등에 공고하도록 했는데, 주소 확인이나 송달이 불가능하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고를 했다는 이유였다.

코로나가 들여온 '문자·카톡 행정'…문자 업무개시명령도 효력?
화물연대는 문자 송달의 효력을 다퉈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화물차주들의 운송 거부가 정식 우편송달 절차 이전에 문자부터 보낼 정도로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해 긴급히 처분할 필요가 있는 경우'였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용우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는 "업무개시명령 송달과 처분 두 과정에서 동시에 '공공의 복리를 위한 긴급한 처분'이 필요해 예외 적용이 가능한 것인지 논란이 될 수 있다"며 "행정절차법 개정 취지나 송달의 기본 원칙을 고려하면 문자 송달에 효력이 있다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문자 발송 주체나 형식도 문제 삼고 있다.

업무개시명령 형태를 보면 수기로 작성됐거나, 문자를 보낸 주체가 공무원이 아닌 운송사 직원인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조연민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문자 업무개시명령서의 발신인이 누구인지, 명령서가 제대로 작성됐는지도 판단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문자 업무개시명령'의 효력이 정확히 가려지려면 사법부의 판단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