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협과 신협 등 상호금융회사들이 고금리 예금 특판상품을 한도 설정 없이 내놨다가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자금이 몰리면서 고객에게 해지를 읍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 10.75% 정기적금을 판매한 남해축산농협은 ‘적금을 해지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문자를 가입 고객들에게 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남해축산농협은 문자에서 “적금 특판이 비대면으로 열리면서 저희 농협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예수금이 들어왔다”며 “너무 많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기에 경영상의 어려움에 봉착했다”고 털어놨다. 남해축산농협이 판매한 ‘NH여행적금’은 당초 10억원을 목표로 대면 영업이 시작됐으나 직원의 실수로 비대면에서도 가입이 이뤄지면서 1000억원 이상의 예수금이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농협의 출자금은 73억5300만원, 현금성 자산은 3억2900만원에 불과하다.

경북 경주시 동경주농협에서도 최고 연 8.2% 금리의 정기적금 특판 상품을 비대면으로 내놨다가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동경주농협은 비대면으로 지난달 25일 딱 하루 동안 상품 가입을 열어놨는데 만기 때 돌려줘야 할 원리금이 5000억원에 달할 만큼 신청이 쇄도했다. 동경주농협은 “이번 특판으로 경영 부실이 우려돼 염치 불고하고 고객님들에게 해지를 호소드린다”고 했다.

경남 합천군 합천농협 역시 지난 5일 최고 연 9.7% 특판적금을 내놨다가 이자 지급 포기를 선언했다. 당시 최대 가입 금액이 없고 비대면으로 다수 계좌 개설이 가능했던 게 화근이 됐다.

제주 사라신협도 연 7.5% 특판 자유적립식 적금(12~23개월 만기)을 출시했다가 신청이 쏟아지자 추가 가입을 막았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