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보생명, 손보사 품고 금융지주사 전환 추진
마켓인사이트 12월 7일 오후 5시19분

교보생명이 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한다. 교보금융지주를 출범시켜 생명보험과 증권 자산운용뿐 아니라 손해보험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다. 그 일환으로 MG손해보험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7일 보험·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내년 2월 이사회에서 금융지주사 전환 안건을 의결하는 것을 목표로 최근 재무적투자자(FI)에 계획을 전달했다. 교보생명을 인적분할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쪼갠 뒤 주식 교환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신창재 회장과 FI는 지주사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교보생명의 FI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9.05%), 어펄마캐피탈(5.33%), IMM PE(5.23%) 등이다.

금융지주사의 라인업을 완성하기 위해 손해보험사 인수도 추진한다. 지난주 MG손해보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사모펀드 더시트파트너스가 조성하는 펀드에 핵심 출자자로 참여하기로 했다. 인수 제안 금액은 500억~1300억원 수준으로, 교보생명이 인수금액의 3분의 2를 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교보생명 지분 24%를 보유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 등 FI는 시큰둥한 반응이어서 지주사 전환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인적분할과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한데 신 회장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 FI를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별결의를 통과하려면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사업영토 확장해 몸값 높여 교보금융지주로 IPO 재추진

교보생명이 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여러 번 만지작거린 카드다. 하지만 이번에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성장 정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주사 전환이 유일한 카드라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신(新) 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으로 생명보험 사업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며 “재무적투자자(FI)들과 풋옵션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FI들과 국제 중재와 형사 소송을 동시에 벌이고 있다. FI들이 2019년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했는데 풋옵션의 유효성과 가격을 둘러싼 갈등이다. 교보생명은 이 때문에 지난 7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심사에서 고배를 마셨다.

교보생명은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IPO(기업공개)를 재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손보사 인수합병(M&A)을 통해 지주회사로서의 모양새를 갖춘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교보생명은 교보증권(73.06%) 교보악사자산운용(50%)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100%) 등을 거느리고 있지만 손보사는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MG손보를 인수하면 종합 금융그룹으로서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지주사 전환을 통해 풋옵션 분쟁을 종결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몸값을 높이면서 IPO 전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한다면 FI 지분을 되사주고 분쟁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지주사 전환으로 몸값이 얼마나 높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컨소시엄의 한 관계자는 “2년 전께 악사손해보험 인수를 추진했다가 접은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전략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동훈/조진형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