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 RP 매도로 유동성 확보
11월 12.7조…지난해 2배 달해
채권도 지난달 3.5조 어치 팔아
금융당국의 고금리 경쟁 자제 압박 등 여파로 은행 예금금리에 이어 보험회사 저축성보험 이자율도 연 6%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오름세가 한풀 꺾이고 있다. 당분간 시중에서 판매되는 저축성보험 확정이율 최고 수준은 연 5%대에 머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퇴직연금발(發) 머니 무브 등으로 연말연시 유동성 확보가 절실한 보험업계는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를 통해 활로를 찾는 모양새다.
연 6% 턱밑에서 멈춘 저축성보험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은 전날 연 5.95% 금리의 저축성보험을 내놨다. 동양생명도 이달 1일부터 연 5.95%짜리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올초만 해도 연 1~2%대에 불과하던 저축성보험 금리는 지난 8월 연 4%를 돌파한 데 이어 10월엔 연 5%를 넘어서는 등 고공행진했다. 지난달 초엔 연 5% 후반 상품이 나오면서 연 6% 돌파가 ‘초읽기’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연 6% 턱밑에서 금리 경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생명보험업계에 사실상 자제령을 내린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과당경쟁 자제를 요청한 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대에서 연 4%대로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를 연 6%대까지 끌어올렸다간 금융당국에 찍힐 수 있어 다들 눈치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한때 연 6%대 이율 적용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 KDB생명 측은 “대내외 여러 상황을 고려해 금리를 적용한 것이지 당국 자제령으로 인해 금리를 연 5.95%대로 낮춘 건 아니다”고 했다.
생보사들이 저축성보험 금리를 앞다퉈 올린 이유는 2012년에 대거 판매한 저축성보험 만기가 올해 돌아오기 때문이다. 최근 보험 해지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저축성보험 이율을 올려 유동성을 확보하고 기존 고객을 묶어두려 했는데, 이런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금융 소비자의 효용이 감소하는 부작용도 제기된다.
RP 매도액 10조원 넘어
보험업계의 자금 수요는 이외에도 많다. 우선 통상 1년 단위로 계약이 이뤄지는 퇴직연금 만기가 연말에 다가오면서 최대 수십조원 수준의 자금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과 IBK연금보험 등 총부채 대비 퇴직연금 부채 비중(지난 6월 기준)이 30%가 넘는 보험사가 적지 않다. 여기에다 내년에 만기가 되는 보험업권 자본성 증권 규모가 4조원을 웃돈다. 금리 급등기가 이어지며 보험사의 보험료 수입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여러 이유로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보험업계는 최근 들어 RP 매도를 늘리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보험사의 RP 매도액은 지난 9월 9조4000억원에서 10월 10조4000억원, 11월(24일까지) 12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작년엔 월평균 RP 매도액이 5조6000억원이었다. 특히 만기가 2일 이상인 기일물 RP 매도가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유동성 관리를 위해 채권도 내다 팔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2조2319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3조5534억원어치 채권을 순매도했다.
대신증권은 9일 금융 업종에 대해 최근 주가가 부진했지만, 채권시장은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최선호주(톱픽)로는 키움증권을 꼽았다.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은행·증권·보험 관련주가 외국인의 매도세를 중심으로 하락했다"며 "경기 둔화에 대한 걱정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최종금리가 높은 수준을 보일 것이라는 우려가 주가 하락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은행·증권주는 최근 몇 주간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차익매물 출현으로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손해보험주는 정부의 자동차보험료 인하 압박과 정비업계의 공임 인상 주장으로 불거진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 우려에 내림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박 연구원은 국내 채권시장이 안정을 찾고 있다며 "미국 채권금리는 경기침체 우려로 장기물 중심의 하락세를 보였고, 기업어음(CP) 금리는 12월부터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CP 91일물 금리는 지난 9월 중순부터 상승세를 이어오다가 이달 1일 5.54%에서 상승 흐름을 멈췄다.그러면서 "원·달러 환율은 소폭 올랐지만 3분기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4분기 증권사 운용 손실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최선호주인 키움증권에 대해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에 적게 노출됐고, 주가가 크게 떨어져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다"고 평가했다.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주요 생명보험사가 연 6%에 육박하는 고금리 저축성보험 상품을 줄줄이 출시하고 있다. 저축성보험이란 예·적금에 질병이나 사망 등의 보장 기능이 더해진 상품을 뜻한다.지난 8월만 해도 연 4%대에 불과하던 저축성보험 확정이율이 지난달부터 연 5%대로 껑충 뛰어올랐다. 현재 동양생명(연 5.95%), 푸본현대생명(연 5.9%), 교보생명(연 5.8%), 한화생명(연 5.7%) 등이 연 5%대 후반 상품을 팔고 있다. 대다수가 5년 만기 일시납 형태다.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저축성보험 금리는 연 6% 돌파를 앞두고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금리 하락 시 이차역마진 등으로 재무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과당경쟁 자제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 6% 돌파도 시간 문제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생보사들이 연말 최대 수십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머니무브’를 앞두고 유동성 확보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2012년 ‘절판 마케팅’까지 펼쳐가며 대거 팔았던 고금리 저축성보험이 올해부터 줄줄이 만기가 돌아온다. 저축성보험은 비과세 혜택이 부여되는 10년 단위로 해지와 재가입이 이뤄지는 사례가 일반적이다. 최근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를 넘어서면서 생보사들이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기존 고객을 잡아두기 위해 저축성보험 금리를 높여야 할 유인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저축성보험은 계약자가 낸 보험료 전액이 아니라 사업비 등을 뺀 잔액이 적립되는 구조라는 데 유의해야 한다. 실제 수익률이 표면금리보다 낮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금감원에 따르면 55세 남성이 연복리 4.5% 저축성보험에 5000만원을 5년간 넣었을 때 받는 환급금은 6074만원으로, 실질금리는 연 3.97% 수준이다.저축성보험은 은행권 정기예금과 달리 추가 납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기준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을 고려할 때 5년간 연 5%대 금리를 주는 저축성보험에 목돈을 묻어두는 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금융감독원은 내년부터 보험부채를 현재 가치로 평가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시행됨에 따라 보험사의 지급여력제도도 자산과 부채 공정가치 기반으로 전면 개편이 이뤄진다고 5일 밝혔다. 그간 금감원은 국제 자본규제와 부합할 수 있도록 신 지급여력제도(K-ICS)를 마련해 시행을 준비해왔다. K-ICS는 일반회계와 감독회계를 구분해 건전성감독기준 재무상태표를 별도로 정의하고,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일반회계와 동일하게 연결재무상태표를 원칙으로 작성하되 보험사의 리스크 실질을 반영하고 자산과 부채 산출기준을 다르게 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요구자본 산출은 국제적 정합성 제고를 위해 장수와 해지, 사업비, 대재해, 자산집중위험 등을 신규 측정리스크로 추가했다. 정교한 리스크 측정을 위해 위기상황 발생 시 충격 수준을 자산·부채 미래 현금흐름에 부여했을 때 감소하는 순자산을 측정토록 충격시나리오법도 도입했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현장점검도 실시해왔다. 신제도 도입에 대한 준비현황과 K-ICS 비율 산출 적정성을 주요 테마로 선정, 회사 임직원과의 면담 등을 통해 실무기준 적용방식의 적정성을 파악하고 애로사항 등 의견을 청취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준비현황 점검 결과, 재무제표 작성이나 K-ICS 비율 산출을 위한 시스템 부문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보험회사가 착실하게 준비해온 것으로 파악됐다"며 "다만, 산출 결과의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한 검증 절차 등 내부통제 프로세스의 경우는 아직 진행 중인 회사가 많아 기간 내 완료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내달 신제도가 차질없이 도입될 수 있도록 IFRS17 시행을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적극 지원하는 등 법령 개정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며 "핫라인 구축과 설명회 개최 등을 통해 보험회사가 제도 운영 시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험회사와 지속적으로 소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장슬기기자 jsk9831@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