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오늘까지 협조 안하면 조사 거부·방해 제재 절차"
화물연대 "조사 범위 모호…노조를 부당하게 조사"
공정위, 화물연대 현장조사 3차 시도…'조사 방해' 본격 검토
공정거래위원회가 6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현장 조사를 다시 시도했다.

지난 2일과 5일 화물연대의 협조 거부로 현장 조사가 불발된 뒤 하루 만에 이뤄진 세 번째 시도다.

공정위는 이날 오전부터 현장조사를 위해 화물연대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 인근으로 조사관을 보냈으나 아직 건물에 진입하지는 못했다.

공정위는 화물연대 측 법률대리인과 전화 등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현장 조사에 응하라고 요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측은 공정위의 요구에 따라 일과 시간 안에 조사에 관한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연대는 전날 공정위의 조사 목적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자료 제출 요구 범위가 넓다고 반발한 바 있다.

공정위 부산사무소도 이날 오전 화물연대 부산지역본부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시도했으나 사무실 문이 닫혀 불발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당초 예정된 조사 기간인 오늘까지 화물연대가 현장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공정거래법상 조사 거부·방해에 대한 (제재를 위한)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화물연대가 소속 사업자에게 운송 거부(파업 동참)를 강요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운송을 방해했는지 등에 대한 조사는 자료 제출 명령, 출석 요구 등을 통해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화물연대 현장조사 3차 시도…'조사 방해' 본격 검토
공정위는 화물연대가 총파업 과정에서 공정거래법 제40조(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와 제51조(사업자 단체의 금지 행위)를 위반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이들 조항에 따르면 사업자들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기로 합의하거나 다른 사업자가 그렇게 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사업자단체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거나 구성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방해하는 것도 금지 대상이다.

다만 이런 조항은 '사업자'에 적용되는 것이어서 화물연대 소속 기사들의 사업자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다.

화물연대 측은 "화물연대를 노동 삼권이 보장되는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고 사업자단체로 규정하면서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 조사하겠다는 것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이라며 "화물연대에 대한 공정거래법 위반 조사는 부당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공정위는 화물연대 소속 차주 대부분이 사업자 등록을 했고, 개인 차량을 이용해 자율적으로 영업하는 점 등에 미뤄볼 때 이들이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

노조라는 명칭에 상관없이 사업자 단체 성격이 있으면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 규정을 적용할 수 있고, 근로자 성격이 인정된다고 해서 사업자가 아니라고 볼 순 없다는 것이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오는 21일로 예정된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에 대한 전원회의 결과가 화물연대의 사업자단체 여부를 가르는 참고자료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정위는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가 건설사에 비노조 사업자와의 계약을 해지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소속 노조원의 작업 활동을 제한한 행위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심의를 앞둔 상태다.

노조를 제재한 선례가 아예 없지는 않다.

공정위 대전사무소는 재작년 민주노총 건설노조 충북건설기계지부 충북스카이크레인지회 등이 발주처가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소속 사업자와 계약하도록 한 행위를 사업자단체 금지행위로 보고 심사관 전결로 경고 조치한 바 있다.

2019년에는 공정위가 울산항운노조가 경쟁 노조 작업을 방해한 행위를 공정거래법으로 제재했다.

다만 이 사례는 노조 자체가 근로자 공급 사업 허가를 받은 등록 사업자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