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거리응원장 인근 편의점에 손님들이 줄을 섰다./ 사진=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광화문 거리응원장 인근 편의점에 손님들이 줄을 섰다./ 사진=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4년에 한 번인 월드컵인데, 오늘 아침 출근이어도 맥주는 포기 못하죠."

6일 오전 3시께. 16강에 진출한 대한민국이 브라질전을 앞둔 1시간 전. 거리응원이 펼쳐지는 광화문광장 근처 편의점과 마트에는 맥주와 주전부리(과자)를 사러 온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통상적으로 겨울철은 맥주 수요 비수기지만, 이날만큼은 예외였다. 광화문 근처 한 세븐일레븐 편의점에는 인기 맥주가 동 나는 등 월드컵 특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손흥민 선수의 축구 유니폼을 입은 20대 대학생 무리는 편의점 앞에서 30분가량 기다렸다가 맥주와 새우깡을 양손 가득 사 갔다. 문 모 씨(26.남)는 거리 응원장에 앉아 "4년에 한 번뿐인 월드컵인데 집에서 볼 수 없었다"며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면서 경기를 관람하니 추운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영하 6도 안팎까지 내려간 강추위에도 시민들은 월드컵을 더 재밌게 즐기기 위해 맥주를 한 손에 든 채 거리 응원장을 향했다. 이미 핫팩과 방한용품들은 집에서부터 챙겨온 터였다. 붉은 악마 측이 설치한 광화문 광장 응원 구역에는 멀리서도 보일 정도로 시민들이 가득했다.
광화문 인근 편의점의 맥주 진열대. 일부 맥주를 제외하고는 매대가 거의 비워졌다. / 사진=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광화문 인근 편의점의 맥주 진열대. 일부 맥주를 제외하고는 매대가 거의 비워졌다. / 사진=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붉은 악마 머리띠를 한 20대 여성 두 명은 회사 오전 반차를 내고 거리응원에 나섰다. 그들은 광장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핫팩을 손에 꼭 쥐며 경기 시작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이 중 일산에서 왔다는 이 모 씨(24.여)는 "솔직히 너무 춥지만 다 같이 모여서 보는 것도 추억이라고 생각한다"며 "(광화문) 근처 편의점에 맥주가 없을까 봐 집 근처 편의점에서 사왔다"고 했다.

편의점도 일찌감치 분주했다. 브라질 전이 열린 이날 맥주와 과자나 컵라면 등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새벽 세븐일레븐 직원은 "브라질 전 경기 시작 4시간 전부터 손님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며 "맥주와 과자 등 안주거리를 넉넉히 준비했는데도 계속해서 (모자란 재고를) 채우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한국 축구대표팀은 6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브라질에 1-4로 졌다. 한국은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이 속한 H조에서 1승 1무 1패를 거두고 조 2위로 16강에 오른 성적으로 이번 월드컵을 마무리했다.
광화문 인근 편의점의 과자 진열대. 일부 과자를 제외하고는 매대가 거의 비워졌다. / 사진=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광화문 인근 편의점의 과자 진열대. 일부 과자를 제외하고는 매대가 거의 비워졌다. / 사진=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한국이 패배하면서 월드컵 거리 응원도 경기종료와 함께 신속히 마무리 됐다. 시민들은 광장을 머물렀던 자리를 깨끗이 청소한 뒤 경찰의 안내에 따라 하나둘 광장을 떠났다. 대부분 집으로 귀가했지만, 일부 시민들은 아침식사가 되는 근처 식당으로 향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2일 포르투갈 전 거리 응원이 열렸던 광화문 광장 인근 10개 점포의 경우 매출이 가장 많이 오른 점포는 2주 전과 비교해 최대 64.6%까지 매출이 늘었던 바 있다. 당시 광화문 거리응원장 인근 세븐일레븐의 맥주 수요량은 급증했다. 포르투갈 전이 열린 광화문 인근 세븐일레븐 점포 10곳의 전체 맥주 매출은 3주 전보다 1000% 올랐다. 피크타임인 오후 8시부터 자정 사이에는 3200% 증가하기도 했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