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의 3분의1 금액을 출자금통장에 입금하셔야 합니다.”

5일 연 8% 정기예금을 특판으로 내놓은 가락 새마을금고의 공지문이다. 예금에 들기 위해 새벽부터 기다린 금융소비자들은 이 조건을 보고 불만을 터뜨렸다. 출자금에 대해선 추후 실적과 관계없이 배당금이 없다고 명시한 것도 논란을 키웠다. 실질적인 예금금리는 연 5% 후반대에 불과한 셈이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지역조합이다보니 많은 출자금을 납입한 사람들에게 많은 혜택을 돌려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날 가락 새마을금고는 연 8% 금리로 내놓은 특판 정기예금을 판매 중이다. 당초 이 예금은 이례적으로 높은 금리로 주목을 받았다. 최근 출시 중인 새마을금고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금리가 통상 연 5% 후반대, 높아도 연 6% 초반대이기 때문이다. 가령 같은 날 출시된 전주송천새마을금고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6.44%였다.

새벽부터 긴 대기열이 섰지만 곧 대기자들로부터 불만이 나왔다. 이 상품의 가입요건 때문이다. △예금액의 3분의 1을 출자금으로 내고 △출자금에 대해선 배당이 없으며 △출자금 해지 신청을 해도 다음 연도 결산총회(3월2일)에 돌려주겠다고 한 것. 예금액의 3분의1을 출자금으로 내고 배당을 받지 못하면 실질적인 이자는 연 8%가 아니라 연 6%로 떨어진다. 출자금의 경우 1년 만기 가입시 4개월동안 돌려받지 못하기 때문에 사실상 연 5% 후반대 예금상품인 셈이다. 커뮤니티에서는 “예금자보호도 안 되는 출자금을 3분의 1씩이나 요구하냐”, “수익이 안 나서 배당을 못하면 몰라도 처음부터 배당금 안주겠다는 출자금은 말이 안된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업계에서는 가락 새마을금고가 처음부터 연 5%대 정기예금을 내놓지 않고 이같은 상품을 출시한 건 1차적으로 ‘충성 조합원’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본다. 소액의 출자금만 납입하고 단기 정기예금상품에 가입한 후 만기가 오는대로 조합을 탈퇴해 예금을 이동하는 사례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자산 규모가 작은 상호금융조합은 이처럼 고금리로 받아놓은 예금액이 빠져나갈 때마다 유동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지역민들이 납입한 출자금으로 운영되는 지역 상호금융조합의 특성을 이해해야한다"며 "많이 기여한 지역 조합원들에게 최대한 많은 혜택을 돌려주자는 취지로 나온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자본적정성 비율과 유동성을 관리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도 분석된다. 현재 가락 새마을금고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7.88%로 권고비율(8%) 대비 낮은 편이다. BIS 규제비율에서 출자금은 자본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예금액의 3분의1을 출자금으로 받게 되면 BIS비율이 오르는 효과가 있다. 이 예금의 만기가 다가올 쯤에는 유동자산에 만기 3개월 이하 대출자산 뿐 아니라 출자금이 포함되기 때문에 유동성비율도 개선된다. 출자금을 만기 4개월 뒤에나 돌려준다는 점에서 예금과 대출의 만기가 조금 어긋나도 유동성비율이 관리되는 효과도 낼 수 있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배당의 경우 가락새마을금고의 연말 결산이 완료되지 않아 배당여력이 있는지 확인되지 않은 탓에 일단 없다고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며 “배당 여력이 생기면 이사회 결정에 따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