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 패션 브랜드 헤지스의 서울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 ‘스페이스H’에 설치된 셀프사진관.  LF 제공
LF 패션 브랜드 헤지스의 서울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 ‘스페이스H’에 설치된 셀프사진관. LF 제공
‘셀프사진관’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10~20대 사이에서 셀프사진관에서 우정 사진을 찍고 자신의 SNS에 올리는 것이 유행하면서다. 프라다와 LF, 호텔신라 등 기업도 셀프사진관 운영업체와 협업한 공간을 선보이고 있다. 셀프사진관 운영업체 관계자는 “단기간에 수요가 늘어 행사에 보낼 사진 기계가 부족할 정도”라고 말했다.

셀프사진관 전국 1000여 개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생네컷, 포토그레이, 하루필름 등 주요 셀프사진관 업체 3곳의 현재 가맹점 수는 총 591개로 집계됐다. 후발 주자를 포함한 전국 셀프사진관은 1000개 이상이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몰리는 서울 2호선 홍대입구역 3번 출구 반경 1㎞ 안에는 셀프사진관 32개가 몰려 있다. 인생네컷, 하루필름, 포토이즘박스, 포토그레이 등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셀프사진관 브랜드만 20~30개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2018년 인천 부평에서 시작한 인생네컷은 현재 전국 376개 가맹점을 열면서 지난해(304개) 대비 72개 늘었다. 인스타그램의 인플루언서들이 동업해 세운 하루필름은 작년 가맹점이 10여 개였으나 올초 100개를 돌파했다. 2017년 문을 연 APR의 포토그레이는 올해 ‘감성스튜디오’로 리브랜딩한 뒤 가맹점을 111개로 늘렸다. 2023년까지 국내 매장을 200여 개로 늘린 뒤 일본 도쿄 하라주쿠에 진출할 계획이다.

최근 기업이 주최하는 각종 행사장에도 셀프사진관이 들어서고 있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프라다는 하루필름과 협업해 지난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1층에 셀프사진관 팝업스토어를 설치했다. 방문객이 사진을 찍으면 프라다의 브랜드 로고가 얼굴과 함께 인화되는 방식이다.

LF와 ABC마트, 호텔신라 등도 셀프사진관 업체와 협업한 공간을 선보이고 있다. LF 관계자는 “10~20대들이 셀프사진관에서 사진을 찍고 SNS에 업로드하면 입소문이 퍼진다”며 “사진 기계를 들이는 데 많은 비용이 들지 않아 가성비가 좋다”고 말했다.

‘반짝 유행’ 우려도

프라다가 韓 셀프사진관 손 잡은 까닭은
셀프사진관의 인기는 2017년 무렵부터 시작됐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인화지를 흑백사진 등 다양한 콘셉트로 꾸밀 수 있고 한 장에 4000원대로 부담스러운 가격대가 아니어서 10~20대 여성과 연인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SNS에 이들의 ‘인증샷’이 올라오며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이 본격화했다. 과거 2000년대 유행했던 스티커 사진과는 달리 사진에 QR코드가 있어 동영상과 사진을 웹사이트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창업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도 셀프사진관이 확산하는 주요 배경이다. 임대료를 제외한 평균 창업자금은 평균 1억원 정도다. 인건비가 많이 들지 않아 한 사람이 여러 점포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셀프사진관이 ‘반짝 유행’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이미 모방 브랜드가 나오는 등 각종 카피캣이 등장하고 있다”며 “2018년 인형 뽑기방처럼 과당경쟁을 하면 줄폐업하는 사태를 겪을 수 있다”고 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