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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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에서 금융자산을 10억원 넘게 보유한 부자가 42만 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금리 인상을 감안해 향후 1년간 예·적금 비중을 늘릴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장기 유망 투자처로는 거주용 외 주택을 꼽았다. 금융자산 10억~20억원을 보유한 30~40대 신흥 부자도 8만 명에 육박했다.

주식 냉각에 부자 증가 ‘주춤’

4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2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한국 부자’는 모두 42만4000명, 전체 인구의 0.82%로 추정됐다. 2020년보다 8.0% 늘었지만 증가율은 2019년(10.9%)보다 하락했다. 지난해 주가지수 상승세가 꺾이면서 부자 수 증가 속도도 더뎌졌다는 설명이다. 한국 부자가 보유한 총 금융자산은 2883조원으로 전년보다 10.1% 증가했다. 2019년 증가율(21.6%)의 절반을 밑도는 수준이다.

부자 10명 중 9명(38만5000명)은 1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자산가’였다. 금융자산이 10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인 ‘고자산가’는 7.3%(3만1000명), 30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초고자산가’는 2%(9000명)였다. 올해 기준 이들 부자의 자산 중 부동산과 금융자산 비율은 56.5%, 38.5%였다. 일반 가구의 부동산과 금융자산 비율(79.5%, 16.1%)에 비해 금융자산 비중이 2.4배 많았다. 부동산시장 침체 여파로 2021년(부동산 58.2%, 금융 36.3%)에 비해 부동산 비중이 줄었다.
금융자산 10억 넘는 부자 42만명…"내년 예금 늘릴 것"

부자들도 투자 손실 못 피해

부자들도 자산시장 침체 여파를 피하진 못했다. 설문에 응답한 부자 400명 중 ‘올해 투자 수익을 냈다’고 응답한 비율은 17%에 그쳤다. 지난해(42%)보다 절반 넘게 줄었다. 반면 ‘손실을 봤다’는 비율은 5.8%에서 18.8%로 증가했다. 금융투자 상품별로는 주식과 펀드 손실 비율이 수익을 각각 14.7%포인트, 6.7%포인트 웃돌았다.

부자들의 안정지향적 투자 성향도 강해졌다. 손실 위험을 최소화하고 예·적금 수준의 수익률을 기대하는 ‘안정추구형’과 ‘안정형’ 비중의 합은 50.6%로 2021년(46.6%)보다 4%포인트 증가했다. ‘적극투자형’과 ‘공격투자형’ 비중의 합은 지난해 27.5%에서 올해 22.3%로 5.2%포인트 줄었다.

단기적으론 예·적금…장기는 부동산

부자들은 앞으로 1년간 예·적금 투자를 늘리려는 의향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단기 금융자산 운용 전략과 관련해 ‘예·적금 투자를 늘리겠다’는 응답률이 29%로 가장 높았다. 3년 이상 장기 유명 투자처로는 ‘거주용 외 주택’을 꼽은 비중이 43.0%로 가장 많았다. 거주용 부동산(39.5%)과 빌딩·상가(38%), 토지·임야(35.8%)가 뒤를 이었다. 토지·임야 선호도가 전년보다 7.8%포인트 높아져 상승폭이 가장 컸다. 반면 지난해 유망 투자처로 꼽혔던 주식(31%)은 선호도가 29.5%포인트나 낮아졌다.

부자들은 비상장주식이나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 투자에는 부정적이었다. ‘비상장주식에 투자한다’는 대답은 8.3%에 그쳤고 ‘과거엔 투자했으나 현재는 투자하지 않는다’(17%)는 응답이 두 배가량 많았다. 가상자산 투자 비중(7.8%)도 작년보다 1%포인트 감소했다.

연구소는 이번 조사에서 금융자산 10억~20억원을 보유한 30~40대 7만8000명을 ‘신흥 부자’로 정의했다. 이들은 전체 부자의 18.4%, 전체 부자의 총 금융자산 중 3.5%(99조5000억원)를 차지했다. 신흥 부자들은 사업 소득(32.2%)과 부동산 투자(26.4%), 상속·증여(20.7%) 순으로 부를 이뤘다고 답했다. 전통 부자(금융자산 20억원, 50대 이상)에 비해 상속·증여 비중이 5.2%포인트 높았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