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5일 사장단 인사를 시작으로 정기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한다. 주요 사업부장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유임되지만 사업부 실·팀장을 맡고 있는 고참 부사장들은 대거 교체된다. 경기 침체로 인한 위기 상황을 ‘안정 속 쇄신’ 인사를 통해 돌파하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 '안정 속 쇄신'…사장단 유임, 부사장은 대폭 교체
스마트폰·가전·TV 사업부장 유임
4일 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 정기 인사에서 스마트폰, TV, 생활가전,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등 주요 사업을 책임지는 사장급 이상 사업부장들은 대부분 유임된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S 등 정보기술(IT) 계열사 최고경영자들도 재신임받는다.

부사장급에선 쇄신 분위기가 감지된다. 1964년생을 기준으로 고참 부사장 다수가 옷을 벗는다. MX(모바일경험)·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등 주요 완제품 사업부에서 2인자로 꼽히는 개발실장, 전략마케팅팀장 등이 교체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부문에서도 후공정을 책임지는 TSP총괄 등이 바뀔 것으로 전해졌다.

‘사장단 대부분 유임, 부사장 대폭 교체’로 정리되는 이번 삼성전자 인사는 악화하는 경영환경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영 노하우를 갖춘 사장급 리더에게 위기 돌파를 맡기는 동시에 참모 진용의 변화를 통해 분위기 쇄신과 조직 혁신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다.

올해 사장 승진자는 이 회장을 측근에서 보좌한 경영지원 조직 부사장들 가운데 나온다. 이 회장의 글로벌 경영을 지원하는 김원경 글로벌대외협력(GPA)팀장(부사장)이 대표적이다. 사장으로 승진하는 여성 임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컨트롤타워 복원 계획은 조직 개편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15일 글로벌 전략회의 개최
정기인사 이후엔 조직 개편과 글로벌 전략회의 등의 일정이 이어진다. 한종희 부회장이 이끄는 DX(디바이스경험)부문에선 일부 사업부에 플랫폼 기반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조직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경계현 사장의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엔 글로벌 반도체 산업 연구를 전담하는 리서치 조직이 탄생한다. 삼성전자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 인사를 센터장으로 내정했다.

이달 15일께엔 DX부문의 글로벌 전략회의가 열린다. 매년 6월과 12월 개최되는 회의는 주요 사업부 경영진과 해외법인장들이 머리를 맞대고 사업 전략을 짜는 행사다. 과거엔 해외법인장들이 귀국해 참여했지만 코로나19 이후로는 온·오프라인 병행 방식으로 열리고 있다.

올해 전략회의에선 ‘위기 극복’ ‘미래 준비’ ‘제품·서비스 경쟁력 강화’ 등을 논의하게 된다. 삼성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지만 미래에 대한 준비는 게을리할 수 없다”며 “고객이 원하는 제품·서비스를 개발해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Y, 다보스 포럼 참석 저울질
이재용 회장의 글로벌 경영도 속도를 낸다. 지난달 이 회장은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나 삼성 계열사들의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에 힘을 보탰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등과는 반도체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피터 베닝크 ASML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등과 미래사업과 관련한 의견도 나눴다. 최근에는 비공개로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 현지 고객사들을 만나고 주요 협력회사와 미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 이날 이 회장은 아랍에미리트(UAE) 출장길에 올랐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을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내년 첫 출장 일정으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3’(1월 5~8일), 스위스 다보스포럼(1월 15~20일) 등이 꼽힌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다보스포럼 참석을 공식화했다.

황정수/정지은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