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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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서 예테크 좀 해보려했더니 늦은 건가요. 힘들게 모은 돈인데…요즘 어렵다는 2금융권에 넣기엔 걱정돼요."(33세·직장생활 4년차)

14년 만에 등장했던 연 5%대 은행 예금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중순까지만해도 미국의 강한 통화긴축 의지, 기준금리 인상이 더해져 곧 연 6% 은행 예금이 출현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는데 말이죠.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대표상품인 '우리 WON플러스 예금'은 최고 연 4.98%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상품은 주요 시중은행 정기예금 중 가장 먼저 연 5% 예금 시대를 연 상품이었습니다. KB국민은행의 대표상품인 'KB STAR 정기예금'은 연 4.7%까지 하락했습니다.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은 연 5.1%를 제공하지만 기본금리는 연 4.8%이고, 특별우대금리 0.3%포인트가 추가되는 형태입니다.

은행에서 연 5%대 예금 찾기가 어려워진 배경엔 금융당국 권고와 자금시장 경색 우려가 자리합니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일부 업권 대비 은행으로 자금이 쏠릴 것을 우려한 금융당국이 수신금리 인상 자제를 요청하면서 예적금 금리 상승이 주춤해졌습니다.

반 년 전만 해도 지나친 이익을 추구한다며 은행 이자장사를 비판하고,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 공시를 통해 금리 경쟁을 유도했던 당국이 왜 금리인상 자제를 요청한 걸까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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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은행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은행권 시중 자금 쏠림현상이 제2금융권의 유동성 부족을 야기할 수 있다. 과도한 자금조달 경쟁을 자제해달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부터 10월까지 은행 정기예금으로만 약 164조원가량이 순유입됐습니다. 7월부터 10월까지는 매달 20조~30조원 이상의 돈이 몰렸습니다. 10월엔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에만 48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들어갔습니다.

이렇듯 은행으로 시중자금이 과도하게 쏠리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선 자금조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저축은행이 고객 돈을 끌어오려면 은행보다 수신금리를 높게 유지해야 하는데 자금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선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실제 은행의 수신 경쟁 자제 권고에 대해 2금융권의 요구가 있었다는 말도 전해집니다.

당부인지, 경고든지 간에 김 위원장 발언 이후 은행들은 예적금 금리를 추가 인상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이 점차 커지는 모습입니다. 대출금리는 계속 오르는 반면 수신금리는 낮아지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힘들게 모은 돈인데 이걸 어쩌나요"…직장인 '한숨' [채선희의 금융꼬투리]
증시, 가상화폐시장 불안 속 투자처 찾기가 어려워진 재테크족들은 0.1%포인트(p)의 금리도 아쉽다며 볼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지나친 시장 개입이자 모순적인 행정', '은행 이자장사 한다고 압박해놓고 이제와선…참 일관성 없는 정책', '금리는 시장 흐름에 맡겨야 하는 것 아닌가. 정부 논리대로면 2금융 위기가 정말 심각한데, 국민들이 2금융권에 돈을 넣을 이유가 없죠' 등의 반응입니다.

은행들 입장에서도 난감합니다. 정부가 수신금리 인상 자제 뿐 아니라 은행채 발행 자제를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채권 발행과 수신금리 인상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당국이 모두 압박하면서 손발이 묶였다는 하소연이 나옵니다. 은행도 금융기관인데 대출금리 인상이라도 용인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이죠.

다만 한편으론 은행이 그동안 사상최대 이익을 내며 타 업권 대비 여유를 가진 만큼 불안한 금융환경에서 '맏형'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금리 인상 덕에 올해 1∼3분기 40조6000억원에 달하는 이자이익을 거뒀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조9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습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