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만에 10% 가까이 하락
파죽지세 '킹 달러' 힘 빠져
中봉쇄 완화 땐 더 빠질 가능성
원·달러 환율이 4개월 만에 1200원대를 기록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가능성을 시사하자 하루 만에 20원 가까이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19원10전 내린 1299원70전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 1200원대를 기록한 건 지난 8월 5일(1298원30전) 후 4개월 만이다.
환율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7원80전 하락한 1301원에 개장한 뒤 10분여 만에 1200원대로 내려왔다. 이후 오름세로 돌아섰다가 오후께 1294원60전까지 하락 폭을 키웠다.
원화가 강세(환율 하락)를 보인 건 간밤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 속도를 완화할 시기가 이르면 12월에 올 수 있다”고 말한 데 따른 것이다. 시장에서는 당초 파월 의장의 연설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속도 조절의 구체적 시기까지 특정하면서 Fed의 스탠스가 이전과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10% 오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 예상(10.4%)을 밑돈 것도 달러 약세에 따른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원·달러 환율은 9월 28일 기록한 연고점(1439원90전) 대비 140원20전 하락했다. 한 달여 만에 10% 가까이 빠진 것이다. 향후 전망도 하락에 힘이 실리고 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 기대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도 환율 하락을 예상하는 이유로 꼽힌다. 중국의 고강도 방역 정책에 대한 항의 시위가 이어지면서 베이징·상하이·광저우·충칭 등 대도시는 방역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위안화도 강세를 나타냈다. 중국 위안화 역내 환율은 0.0207위안(0.292%) 내린 달러당 7.0717위안을 기록했다. 위안화 강세는 통상적으로 원화 강세로 이어진다. 다만 지난달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 줄어드는 등 둔화 폭이 확대되는 것은 원·달러 환율 상승을 자극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시사로 전 거래일 대비 19원10전 내린 1299원70전에 마감했다. 환율이 1300원 아래로 하락한 것은 지난 8월 5일(1298원30전) 후 처음이다.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허문찬 기자
미국의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이 세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도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커졌다.1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지난 10월 미국의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5.0% 올랐다”고 발표했다. 월가와 미국 중앙은행(Fed)의 추정치(5.0%)에 부합했다.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지난 7월 4.7%를 기록한 뒤 8월(4.9%), 9월(5.2%) 2개월 연속 올랐지만 이번엔 석 달 만에 하락했다. 전월 대비로는 0.2% 올랐다. 9월 0.5%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오름세 둔화가 확연하다.근원 PCE는 계절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부문은 빼고 집계한다. Fed가 기준금리 결정 등 정책 고려에 앞서 참고하는 주요 지표로 꼽힌다. 식품과 에너지를 포함한 10월 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기보다 6.0% 상승했다. 전월 상승률(6.3%)보다 0.3%포인트 낮았다.인플레이션 데이터가 긍정적으로 나오면서 나오면서 시장은 오는 2일 나올 11월 미국 고용지표에 주목하고 있다. 10월 미국의 신규 일자리는 26만1000개로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경제학자들은 지난달 미국의 신규 일자리 수가 20만개 내외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지난 30일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신규 일자리가 월 10만개 이상이라면 노동 공급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경제학자들이 내놓은 추정치를 적용하면 고용 시장 불안을 우려하기엔 시기 상조라는 얘기다. 다만 고용시장이 빠르게 움츠러드는 모습이 보일 경우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시장의 압박도 커질 전망이다.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30일(현지시간) “과도한 긴축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기 침체 없이 물가를 잡을 연착륙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을 쏟아낼 것이란 예상을 깨고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강조하자 글로벌 증시는 급등했다. 이달부터 긴축 속도 조절파월 의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브루킹스연구소 주최 연설에서 “(기준금리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에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에 근접했다”며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 시점은 이르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될 수 있다”고 했다.지난 6월부터 4회 연속 기준금리를 75bp(1bp=0.01%포인트) 올렸지만 12월엔 50bp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금리 선물시장에서 Fed가 12월에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할 확률은 하루 만에 66%에서 77%로 높아졌다. 내년 3월 금리 전망 수준은 연 5.0~5.25%에서 연 4.75~5.0%로 떨어졌다.파월 의장은 “연착륙을 달성할 수 있는 경로가 좁아지고 있지만 그 경로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연착륙에 대한 기대도 버리지 않았다.이날 공개된 지표들도 파월 발언을 뒷받침했다. Fed의 경기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은 “수요 약화와 공급망 차질 해소로 물가 상승의 속도가 느려졌다”고 진단했다. 소매업체들이 과잉 재고를 털기 위해 몇몇 제품의 가격을 낮췄고, 목재 등 일부 원자재 가격도 내려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미 노동부의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10월 구인 건수는 1030만 건으로 전월보다 35만3000건 감소했다. 노동 수요가 줄면 임금 상승세가 꺾여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든다.1일 발표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도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에 힘을 실어줬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미국의 10월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5.0%로 집계됐다. 월가와 Fed의 추정치(5.0%)에 부합했다. 이 상승률은 지난 7월 4.6%를 기록한 뒤 8월(4.9%), 9월(5.2%)에 계속 올랐지만 석 달 만에 상승세가 꺾였다.근원 PCE 가격지수는 가격 변동이 심한 식료품과 에너지 부문을 빼고 계산한다. Fed가 정책 결정에 앞서 참고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포함한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전월 6.3%에서 10월 6.0%로 0.3%포인트 하락했다. 금리 인상 끝난 건 아냐파월 의장은 “물가 안정을 위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 1년간의 긴축 정책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했다”며 “40여 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해결하려면 노동시장이 진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둔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 달의 데이터에 불과하다”며 “물가상승률이 수개월 하락한 뒤 다시 상승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에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신중론을 펼쳤다.파월 의장은 “최종 금리 수준은 9월 예상보다 다소 높아질 것(somewhat higher)”이라고 내다봤다. Fed가 9월 FOMC 때 내놓은 내년 말 기준금리 중간값(연 4.6%)보다 실제 기준금리가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파월 의장이 11월 FOMC 기자회견 때 “상당히 더 높을 수 있다(a lot higher)”고 한 것에 비해 표현 강도가 약해졌다. 이 때문에 시장은 최종 금리 상승보다 금리 속도 조절론에 더 주목했다. 이날 나스닥지수는 4.41% 급등했고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각각 2.18%, 3.09% 올랐다.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