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이 일주일째 지속되면서 산업계에선 누적 1조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오는 주말까지 출하 등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당장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화주 단체들은 “주말 전 남은 기간이 골든타임”이라며 파업의 즉각 중단을 재차 호소했다. ◇“2년 기다려 받은 신차 주행거리 벌써 200㎞”한국시멘트협회‧한국석유화학협회‧대한석유협회‧한국자동차산업협회‧한국철강협회‧한국사료협회 는 30일 한국무역협회 주관으로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피해 상황을 보고했다.성수기 기준 하루 18만~20만t을 출하해 온 시멘트 업계는 파업 이후 출하량이 10% 미만으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하루에 180억여원씩 매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동해‧단양‧제천 등 시멘트 생산 공장과 수도권 유통 기지의 출하가 완전히 중단된 상태다.레미콘 업계 피해도 상당하다. 대한건설협회 조사 결과 전국 459개 건설 현장 중 56%에 해당하는 256개 현장에서 레미콘 타설이 중단됐다.석유화학 업계에서도 지난 28일부터 출하에 차질이 발생했다. 일평균 출하량이 평소(7만4000t‧약 970억원) 대비 30%까지 급감하면서 하루 680억원씩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선 완성차를 ‘로드 탁송(직원들이 직접 완성차를 몰아 운송하는 방식)’으로 출고하면서 인건비 등 관련 부담이 약 4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로드 탁송으로 신차 주행거리가 늘고 인도 일정이 지연되면서 고객 불만도 가중되고 있다. 현장에선 “2년 기다려 받은 신차의 주행거리가 벌써 200㎞”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철강 피해 8000억…“내주 공장 문 닫을 판”철강사들은 누적 60만t 규모의 출하 차질로 8000억원어치의 피해를 봤다. 지난 9월 태풍 ‘힌남노’로 인한 피해 수습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파업 리스크가 겹치며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주정박(술 생산 후 나온 곡물 찌꺼기) 등 컨테이너로 수입되는 사료 제조 원료 역시 일주일째 입고가 중단된 상황이다. 이날 오전까지 무역협회가 운영하고 있는 ‘긴급 애로‧피해 신고센터’에는 41개 기업이 총 70건의 피해 우려 신고를 했다. 수입 원료의 운송이 정체되며 생산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수출 물량의 선적이 지연돼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정만기 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은 “일일 기준 피해액은 1조원 이상”이라고 밝혔다.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시멘트‧석유화학‧사료 업계에선 일부 생산 설비의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다. 석유화학 업계의 경우 최근 업황 악화로 평균 가동률을 최저 수준인 80%까지 낮춘 터라 가동 정지 외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다. 산업 특성상 한 번 가동을 멈추면 재가동까지 최소 2주가 소요돼 천문학적인 비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다.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의 총파업(집단운송 거부)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총파업 현장을 직접 돌아다니며 조속한 복귀를 촉구하면서 업무개시명령을 다른 업종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원 장관은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에 있는 시멘트 운송 업체를 찾아 운송 거부 상황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원 장관은 이 업체와 계약을 맺은 화물 차주와 통화하면서 "단체 행동이나 동료 눈치를 본다고 법을 어겨선 안 된다"며 "시멘트 공급이 끊겨서 건설 일용직과 많은 중소기업, 협력업체들의 일감이 중단됐기 때문에 국민을 생각해서 복귀해달라”고 말했다.시멘트 이외에 다른 업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발동 가능성도 시사했다.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7일째로 접어들면서 정유, 철강, 컨테이너 등 여러 분야에서 물류 경색이 심해지고 있어서다.원 장관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이날이 지나면 정유·철강·컨테이너 등에서 하루가 달리 재고가 떨어지거나 적재 공간이 차면서 국가 경제 위기도가 급속하게 올라갈 것”이라며 “피해 상황이 벌어진 다음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면 늦기 때문에 피해 상황이 급박하게 진행되면 언제든지 추가적인 운송개시명령을 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원 장관은 이날 오후엔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사무실을 방문해 레미콘 공급 중단에 따른 현장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지난 24일부터 계속된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시멘트 출하량이 평시 대비 10% 미만으로 감소한 상태다. 시멘트 공급이 끊기면서 전국 레미콘 생산량도 지난 29일 기준 평시 대비 8% 수준으로 줄어 건설 현장에 레미콘 공급이 사실상 중단됐다. 이에 따라 46개 건설사, 전국 985개 현장 중 577개(59%) 현장에서 레미콘 타설이 중단된 것으로 조사됐다. 운송거부가 장기화되면 대부분의 건설현장이 '셧 다운'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이 자리에서 둔촌주공 현장소장은 “현재 골조공사가 진행 중으로 지난 25일부터 레미콘 공급이 중단돼 철근, 형틀 작업만 일부 진행하고 있다"며 "레미콘 타설 중단이 장기화되면 공사가 전면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이와 관련 입주예정자 대표는 “이미 공사비 분쟁으로 공사가 장기간 중단되면서 큰 피해를 입었는데 화물연대로 인한 공사 지연으로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한다면 입주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가 빠른 시일 내에 재개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바란다”고 강조했다.원 장관은 "정부는 시멘트 운송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해 운송업체 등을 통해 업무 복귀를 요청하고 있다”며 “많은 운송자가 시멘트 수송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명령서가 차질 없이 송달된다면 물류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건설현장도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한편 화물연대와 정부는 총파업 이후 두 번째 면담을 진행했지만 시작한 지 40분 만에 결렬됐다. 이번 면담은 지난 29일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후 첫 공식 대화다. 하지만 양 측은 기존 입장만 반복하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정부는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되 품목 확대는 안 된다는 입장을,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를 영구화하고 품목을 확대하라는 종전 입장을 고수했다.정부는 총파업을 계속하기 위한 '명분 쌓기' 식의 면담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2차 면담마저 성과 없이 종료되고 정부가 시멘트 이외에 다른 분야로까지 운송개시명령을 확대할 조짐이라 조속한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많아지고 있다.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안전운전제 폐지론엔 "정말 안전을 보장하는지 전면적 실태조사부터""조직화없는 저임금 노동자 일자리 뺏는 파업에 단호 대응"대통령실은 30일 화물연대 및 지하철 파업 등에 단호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파업을 하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지만, 불법은 안 된다"며 "더구나 국민 안전을 볼모로 하거나 조직화하지 않은 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파업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정부는 국민을 지키는 일을 중단없이 제공해야 하는 사명이 있고, 그게 정부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김 수석은 우선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에 대해 "업무 복귀 명령을 거부한 운송종사자에게 명령서가 발송되고 있다"며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지하철 파업과 관련해선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오늘부터 파업에 들어갔는데 하필 오늘 전국에 한파경보가 내려졌다.12월 2일엔 철도노조가 파업에 나설 예정"이라며 "지하철과 철도를 이용하는 국민들의 상당한 불편이 예상돼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김 수석은 "우리 정부는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워나가는 과정"이라며 "정부가 노사문제를 법과 원칙에 따라 풀어나가지 않고 그때그때 타협하면 또 다른 파업과 불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시멘트에 이어 유조차에 대해서도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음을 내비쳤다.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기본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은 그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며 "잠정적으로는 유조차 운전거부로 휘발유 차질이 빚어진 점을 우려하며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이어 "수도권 주유소 사정, 즉 비축물량 재고가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고 수급 상황을 점검하면서 지켜볼 예정"이라며 "수도권 상황이 며칠 분에 불과하다는 보고도 받은 바 있다"고 덧붙였다.'안전운임제 폐지(일몰) 또는 화물차 등록제 전환 등도 고려하느냐' 질문에는 "결론 난 것은 없다"며 "안전운임제가 정말 안전을 보장해주는지 이 부분을 검토하기 위해 전면적으로 운송사업자에 대해 실태조사 해보겠다는 취지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안전운임제 실효성을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서울지하철 파업에 대해선 "노사간 자율적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에 노력하자는 게 원칙"이라며 "다만 국민 불편을 야기하면서 국가 경제의 위기가 되는 것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