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편집장 레터
ESG, 너는 누구냐
ESG 매거진을 만들고 있지만, ‘ESG’를 설명하는 것은 언제나 난감합니다. 환경(G)과 사회(S), 지배구조(G)를 모두 잘 챙겨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해 하나 마나 한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ESG가 요구하는 것이 너무 많다 보니 좋은 말을 모두 모아놓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공부도, 운동도 잘하는데 외모까지 출중한 팔방미인이 되라는 불가능한 주문처럼 말이죠.

더구나 ‘ESG’라는 영문자의 결합은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낯설게 느껴집니다. 처음 봐서는 무슨 뜻인지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ESG를 ‘애쓰기’, ‘으쓱’ 등으로 풀어 친근감을 주려는 노력도 하게 됩니다. 올해 초 국립국어원은 ‘ESG 경영’을 대체할 만한 쉬운 우리말로 ‘환경·사회·투명경영’을 선정해 사용을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ESG에 대한 근본적 의문은 왜 ‘E’와 ‘S‘, ‘G’냐는 것입니다. 이 셋을 묶는 이론적 기반에 대한 물음입니다.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작성할 때 가장 많이 참조하는 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GRI)는 초기부터 경제(E)·환경(E)·사회(S)를 세 축으로 삼았고, 지금도 이 틀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ESG가 떠오른 것일까요. ESG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글로벌 콤팩트의 2004년 〈Who Cares Wins〉 보고서에서는 E·S·G를 통합하는 이유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습니다. 건전한 기업 지배구조가 환경과 사회문제 해결의 전제 조건이라는 강조만 있을 뿐입니다.

ESG를 통합적으로 파악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지속가능성’이나 ‘비재무 가치’가 우선 떠오릅니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모두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고 기업의 비재무 가치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속가능성이나 비재무 가치는 너무나 막연한 개념입니다. 구체적 실천 전략을 도출하기 어렵습니다. 맥킨지는 이 대목에서 ‘사회적 라이선스’라는 해석을 제시합니다. ESG란 궁극적으로는 기업이 사회적 라이선스를 획득하고 유지하기 위한 활동이라는 것입니다.

지난달 대한민국 ESG클럽 월례포럼에 참석한 김형석 한국ESG기준원 본부장은 ESG의 통합적 이해에 대해 눈에 띄는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실제 포럼에서는 시간이 부족해 짧게 언급했지만, 사전 배포한 발표문 내용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쉽게 말해 ESG를 ‘효과적 이해관계자 관리’ 활동으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환경과 사회, 주주가 바로 기업의 주요 이해관계자입니다. 이들은 기업 운영에 필요한 핵심 자원을 제공하며, 이들이 자원 제공을 중단하면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무너집니다. 이제 기업의 목표는 주주를 포함한 주요 이해관계자의 권익 극대화가 됩니다. 조직 체계를 갖추고 이를 토대로 이들과 오랜 시간 상호 협력 관계를 유지한다면, 이는 경쟁사가 쉽게 복제할 수 없는 고유의 핵심 자원이 됩니다.

ESG를 달리 이해하면 평가 또한 달라집니다. 어떤 기준으로 점수를 줄지, 어떤 항목을 넣고 뺄지가 자연스럽게 결정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ESG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실천 범위와 강도가 결정됩니다. ESG에 대한 더 많은 철학적 논의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장승규 〈한경ESG〉 편집장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