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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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인 A사는 지난 10월 은행으로부터 시설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5년 이상 장기로 대출받았다. 시설자금은 기업의 공장이나 설비 확충을 위해 쓰이는 자금으로, 일반적으로 1~3년 내 상환한다. 5년 이상 장기로 대출을 받은 건 이례적이다. 상환 기간이 길어진 만큼 대출금리도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A사는 연 5%가 넘는 금리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0월 대기업 대출 평균 금리(연 5.08%)가 전달 대비 0.7%포인트 급등했는데, A사의 대출이 영향을 미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금 조달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대기업도 자금난에 허덕이는 모습"이라고 했다.

지난 10월 은행에서 자금을 빌린 대기업의 절반은 대기업 대출 평균 금리 이상으로 대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경제신문이 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 10월 연 5% 이상 금리로 은행 대출을 받은 대기업은 48.1%에 달했다. 전달 같은 조건으로 대출받은 대기업은 40.6%였다. 한 달 사이 대출 환경이 급속도로 나빠졌다는 분석이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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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5% 이상 금리로 대출받은 대기업 가운데 금리 수준별로 살펴보면 △연 5~6% 미만은 32.9% △연 6~7% 미만은 12.6% △연 7~8% 미만은 2.4% △연 8~9% 미만은 0.2%였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상황은 크게 악화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기업 평균 대출금리는 연 2.67%였다. 당시 은행에서 대출받은 대기업의 76.4%가 연 3% 미만 수준으로 돈을 빌렸다. 평균 대출금리 이상인 연 3% 이상으로 대출받은 대기업은 23.6%에 불과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대출금리가 오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금리 측면에서 대기업이 과거와 달리 대출 우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지난 10월 연 5% 이상 금리로 대출받은 중소기업은 69.5%였다. 이 중에서 △연 5~6% 미만은 40.6% △연 6~7% 미만은 22.2% △연 7~8% 미만은 4.8% △연 8~9% 미만은 1.1%였다. 연 9% 이상 초고금리로 대출받은 중소기업(0.8%)도 있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