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약 10년 만에 연 7%대를 넘었다. 기업대출 금리도 10년 만에 연 5%대로 올라섰다. 가계의 고정금리 비중은 30%에 육박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계속 커지고 있는 것이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일반신용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전달보다 0.6%포인트 오른 연 7.22%를 기록했다. 2013년 1월(연 7.02%) 후 9년10개월 만에 연 7%대를 넘었다. 일반신용대출은 직장인 대출 등 개인 신용도를 기준으로 이뤄지는 대출이다.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2020년 8월(연 2.86%) 사상 최저를 찍은 뒤 2년여 만에 4%포인트 넘게 치솟았다. 마이너스통장이 포함된 잔액 기준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연 5.61%로 2014년 11월(연 5.64%) 후 8년 만에 최고였다.
박창현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양도성예금증서(CD), 은행채 단기물 등 지표금리가 크게 상승했고, 일부 은행에서 고신용 대출자에 대한 신용대출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500만원 이하 소액대출 평균 금리도 같은 기간 0.67%포인트 오른 연 7.37%로 연 7%대로 올라섰다.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1월(연 7.55%) 후 최고 수준이다.
신용대출 금리 급등에도 가계대출 금리는 연 5.34%로, 전월 대비 0.19%포인트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 기간 0.03%포인트 오르는 데 그친 연 4.82%로 집계됐다. 박 팀장은 “연 3.7∼4.0% 금리의 안심전환대출이 취급된 데다 일부 은행이 가산금리를 인하하고, 상대적으로 금리 수준이 낮은 신잔액 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전했다.
기업대출 금리는 자금시장이 경색되고 대출 수요가 커지면서 한 달 새 껑충 뛰었다. 지난달 기업대출 평균금리는 연 5.27%로, 전월 대비 0.61%포인트 올랐다. 2012년 9월(연 5.3%) 이후 최고치다. 대기업 대출 금리는 0.7%포인트 상승한 연 5.08%,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0.62%포인트 오른 연 5.49%로 집계됐다.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을 덜 수 있는 고정금리 비중은 높아졌다. 지난달 가계대출(신규취급액 기준) 중 고정금리 비중은 29%로, 한 달 새 5%포인트 확대됐다. 지난해 3월(29.3%) 후 최고치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3인자인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연은) 총재가 Fed가 2024년에야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28일(현지시간) 밝혔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도 “Fed는 2023년까지 금리를 계속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플레이션이 쉽게 완화하지 않을 것이고, 여전히 추가 긴축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최근 피벗(정책 전환) 기대로 오른 뉴욕증시는 이날 하락 마감했다. 주요 지수는 모두 1%대 하락률을 보였다. 30일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발언을 앞두고 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조기 금리 인하에 선 그은 Fed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윌리엄스 총재는 이날 뉴욕경제클럽 주최로 열린 온라인 행사에서 “기준금리를 더 인상해 적어도 내년까지는 제한적인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아마도 2024년에 금리를 낮추기 시작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공급망 개선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다”고 강조했다.윌리엄스 총재가 Fed의 파월 의장과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에 이은 3인자라는 점에서 Fed의 강한 긴축 의지를 가늠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그는 다음달 13~14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폭이 0.5%포인트로 줄어들 것이란 시장의 전망은 부인하지 않았다.윌리엄스 총재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이 올해 말까지 5~5.5%, 내년 말에는 3~3.5%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9월 기준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6.2%에 달했다.Fed 내 대표적인 매파 인사로 꼽히는 불러드 총재의 발언도 잇따랐다. 그는 이날 마켓워치와 배런스가 주최한 행사에서 “시장은 FOMC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내년에 더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준금리를 연 5%보다 더 높여야 할 위험이 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은 총재도 이날 공개된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금리 인상을 너무 일찍 중단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든다”며 “Fed는 아직 금리 인상 동결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고 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도파월 의장은 30일 오후 1시30분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연설한다. 씨티는 “파월 의장이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즉 속도 조절에 대해 언급하겠지만 좋게 나온 10월 소비자물가(CPI)를 평가절하함으로써 매파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세계 각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도 커졌다. 채권시장에서는 경기침체의 전조로 해석되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2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주요국 국채 금리 등을 나타내는 블룸버그글로벌채권종합지수를 분석한 결과 만기 3년짜리 국채의 평균 금리가 만기 10년 이상 국채의 평균 금리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채권 금리는 만기가 길수록 높다. 하지만 통화정책에 민감한 단기채에 금리 인상 기조가 반영되고, 경기침체 우려로 장기채 수요가 증가하면서 금리가 역전됐다는 분석이다.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10년 만에 연 7%대를 돌파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이자 부담은 계속 커지는 모습이다. 가계의 고정금리 비중은 전달보다 늘어 30%에 육박했다.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일반신용대출(신규취급액 기준) 금리는 전달보다 0.6%포인트 오른 연 7.22%를 기록했다. 지난 2013년 1월(연 7.02%) 이후 9년 10개월 만에 연 7%대를 넘어선 것이다. 일반신용대출은 직장인 대출 등 담보가 아닌 개인의 신용도를 따져 돈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 지난 2020년 8월(연 2.86%) 역사적 최저 금리를 기록한 뒤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2년여 만에 4%포인트 넘게 치솟았다. 마이너스통장이 포함된 잔액 기준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연 5.61%로 지난 2014년 11월(연 5.64%) 이후 8년 만에 최고치였다. 전체 가계대출 금리는 연 5.34%로, 전달 대비 0.19%포인트 상승했다. 일반신용대출 금리가 치솟는데도 전체 가계대출 금리의 상승 폭이 작은 것은 최저 연 3.7% 고정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갈아탈 수 있는 안심전환대출이 시작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 기간 0.03%포인트 오른 연 4.82%로 집계됐다.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계의 고정금리 비중도 덩달아 높아졌다. 지난달 가계대출(신규취급액 기준) 고정금리 비중은 29%로, 한 달 새 5%포인트 확대됐다. 이는 지난해 3월(29.3%) 이후 최고치다. 기업대출 고정금리 비중도 전달 대비 0.5%포인트 늘어난 27.8%로 나타났다.기업대출 금리는 자금 조달시장이 악화하면서 한 달 새 껑충 뛰었다. 지난달 기업대출 평균 금리는 연 5.27%로, 전달 대비 0.61%포인트 치솟았다. 대기업 대출 금리는 0.7%포인트 상승한 연 5.08%,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0.62%포인트 오른 연 5.49%를 각각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고금리 장기대출 취급, 회사채 시장 위축에 따른 은행대출 수요 증가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예금금리는 13년 만에 연 4%대에 진입했다. 지난달 저축성수신금리는 전달보다 0.63%포인트 상승한 연 4.01%였다. 지난 2009년 1월(연 4.16%) 이후 처음으로 연 4%대를 넘어선 것이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에 수신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할 것으로 권고하면서 현재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5%대에서 연 4%대로 내려온 상황이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이달 은행의 수신금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8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만나 “원자재 가격과 금리가 상승하면서 기업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물경제를 관장하는 산업부 장관이 한은 총재를 만난 것 자체가 이례적으로,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이 총재와 이 장관은 이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나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장관은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 증대로 미래를 위한 기업 투자가 위축되고 있고 자금 확보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며 “성장, 물가, 금융 안정이라는 경제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정책당국이 함께 노력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도 이런 상황에 인식을 같이하며 경제부처 간 적극적인 소통과 협조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이번 만남은 이 장관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단독으로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 장관이 기업 현장의 어려운 상황을 전달하고 한은에 현장 목소리를 더 경청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이번 만남을 두고 이 장관이 이 총재에게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달라고 에둘러 의견을 전달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국내 기업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잔액 기준)은 72.7%로, 한은의 금리 인상에 따라 기업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여기에 최근 자금시장 경색으로 기업의 ‘돈맥경화’ 현상도 계속되고 있다.이 총재 역시 지난 24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상 부작용과 관련, “원유 등 중간재 가격이 상승하는 과정에서 금리가 올라가기 때문에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일각에선 이 장관이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또 다른 산업부 관계자는 “올해 마지막 금통위가 (지난 24일) 끝난 데다 상호 소통 채널을 마련하자는 차원의 자리였다”고 말했다.조미현/이지훈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