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구강스캐너 기업 메디트를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약 2조6000억원에 인수한다. 미국 칼라일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유럽 CVC 등 글로벌 PEF들이 치열하게 인수 경쟁을 벌였지만 최종 승자는 ‘깜짝 등판’한 MBK가 차지할 전망이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메디트 경영권 매각을 진행 중인 국내 PEF 유니슨캐피탈과 매각자문사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이날 MBK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매각 측은 지난달 말 1차 우선협상자로 칼라일-GS컨소시엄을 낙점했지만 협상 기간이 종료되자 입찰에 참여한 KKR, CVC 등 다른 원매자들과도 협상해왔다. 이 과정에서 당초 불참했던 MBK파트너스가 등장해 빠른 의사결정으로 승기를 잡았다. 거래 금액은 칼라일이 제시한 3조원보다 소폭 낮아졌다.
대형 PEF들이 ‘역전 드라마’까지 쓰며 메디트 인수에 공을 들인 이유는 이 회사의 기술력과 성장성 때문이다. 메디트는 치과 진료의 디지털화를 주도하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업체 중 하나다. 치아의 본을 뜨고 보철물을 만들 때 메디트의 3차원(3D) 구강 스캐너를 사용하면 고무찰흙이나 석고틀을 사용하지 않고 수십초 안에 치아구조를 형상화할 수 있다. 과거 1주일 이상 걸리던 보철물 제작 기간도 하루면 충분하다. 환자의 치아 상태 및 구조는 디지털 데이터로 저장돼 치과와 연구소, 기공소 등이 공유한다.
이 같은 디지털 구강스캐너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시장침투율이 세계적으로 10~20%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도 30%가 채 안 된다.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이다. 경쟁자는 쓰리쉐입 엔비스타 얼라인테크 등이 있다. 메디트는 경쟁사 대비 빠르고, 정확하고, 가벼운 제품을 싼 가격에 내놓으며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메디트는 지난해 매출 1906억원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1039억원을 기록했다. 유니슨이 인수한 2019년 매출 722억원, EBITDA 367억원보다 각각 2.5배, 3배 가까이 늘었다. 유니슨이 인수한 뒤 글로벌 영업조직을 신설하고 해외 시장을 공격적으로 두드린 결과다. 올해도 매출이 지난해보다 약 60%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10월 실적이 회사가 제시한 목표치에 크게 못 미쳐 칼라일과의 인수 계약이 불발됐다. 업계 관계자는 “메디트의 최대 경쟁력은 가격 경쟁력인데 글로벌 경쟁사들 역시 신제품을 출시하고 가격을 낮추는 등 메디트를 견제하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을 예고하고 있어 향후 대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MBK는 2020년 65억달러 규모로 결성한 5호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메디트를 인수할 예정이다. 이 펀드의 국내 투자 건으로는 e커머스 전문기업 코리아센터, 신발 원단 업체 동진섬유와 경진섬유 등이 있다. 메디트를 인수하면 5호 펀드의 대표 포트폴리오가 될 전망이다. MBK는 5호 펀드의 투자금 중 약 35%를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MBK는 2019년 10월 롯데카드 인수 이후 국내에서 ‘조 단위’ 거래를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올해 약 10조원 규모의 카카오모빌리티와 2조원 규모의 메가스터디교육 인수를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IB업계 관계자는 “MBK가 올해 추진한 딜이 번번이 무산되면서 내년 펀드레이징을 앞두고 메디트 인수에 뛰어든 것 같다”며 “다만 아직 제대로 실사하지 않은 상태라 끝까지 협상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토종 구강스캐너 업체인 메디트 인수전이 원점에서 다시 시작된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GS와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칼라일 컨소시엄이 최종 인수 계약을 맺지 않았기 때문이다.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매각 측인 유니슨캐피탈과 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메디트 매각과 관련해 재입찰 실시 등 여러 방안을 논의 중이다. GS-칼라일 컨소시엄에 밀려 고배를 마셨던 미국 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블랙스톤뿐 아니라 다른 후보들의 참여 가능성도 열어놓겠다는 방침이다.앞서 GS-칼라일 컨소시엄은 지난달 19일 시행한 본입찰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면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했다. 당시 입찰에는 GS-칼라일 컨소시엄, KKR, 블랙스톤 등이 참여해 글로벌 대형 PEF 간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GS-칼라일 컨소시엄이 써낸 가격(약 3조원)은 2순위인 KKR보다 약 3000억원 이상 높은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매각 측과 GS-칼라일 컨소시엄은 지난달 31일 계약 체결을 목표로 속전속결로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달 초까지 계약 체결이 불발됐다. 유니슨이 우협 연장을 거부하면서 GS-칼라일 컨소시엄은 자연스럽게 우협 지위를 상실하게 됐다.협상 불발의 직접적 요인은 이달 초 공개된 메디트의 10월 실적이었다. 지난달 실적은 회사가 매각 과정에서 제시한 당월 목표치보다 40% 정도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가격을 놓고 재협상을 시도했으나 끝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유니슨은 메디트 실적이 견고한 만큼 새로운 인수자를 찾을 계획이다. IB업계 관계자는 “2조원대 중반 수준에서 새로운 인수가격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비즈니스 플라자]한국 1위 보톡스 업체 휴젤을 인수한 GS그룹이 3조원 규모의 토종 치과 구강 스캐너 기업인 메디트 인수에 나섰다.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메디트의 경영권을 보유한 한국 사모펀드(PEF) 운용사 유니슨캐피탈과 매각 자문사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GS·칼라일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거래 대상은 메디트 지분 100%다.전체 인수 금액은 3조원대 초반 수준으로 알려졌다. GS가 자금의 10%를 대고 나머지는 미국 PEF인 칼라일그룹이 조달할 예정이다.메디트는 3차원(3D) 치과용 구강 스캐너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장민호 고려대 기계공학과 교수가 2000년 설립했다. 메디트는 구강 스캐너를 비롯한 치과와 기공소를 위한 3D 측정 및 CAD·CAM 솔루션을 전문으로 하며 협업 워크플로를 지원하는 디지털 치과용 플랫폼 솔루션을 개발한다.주력 제품은 구강 스캐너 ‘i500’으로, 2021년에는 신제품 ‘i700’을 출시했다. 2019년 말 유니슨캐피탈이 지분 50%+1주를 약 3200억원에 인수하며 경영권이 넘어갔다. 유니슨캐피털에 인수된 이후 적극적인 해외 사업 확장으로 매출의 40% 이상이 미국과 중국 등 해외 수출에서 나온다. 2021년 매출 1905억원, 영업이익은 1032억원을 달성했다.이번 인수 배경으로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바이오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그룹 포트폴리오 간 시너지 극대화가 꼽힌다.허 회장은 2022년 9월 신사업 전략 보고회에서 “GS가 추구하는 미래 성장 전략의 핵심은 협력사·스타트업 등 다양한 역량을 가진 외부 파트너와 함께 신사업을 창출해 나가는 것”이라며 “불황과 경기 위축 시기가 더 좋은 투자 환경을 제공하는 만큼 적극적인 투자와 사업 협력, 개방형 혁신으로 신사업의 생태계를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GS그룹이 토종 치과 구강스캐너 기업인 메디트를 3조원대에 인수한다. 지난해 8월 국내 1위 보톡스 업체 휴젤을 인수한 지 1년 만에 또다시 ‘빅딜’에 성공했다.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메디트 경영권을 보유한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유니슨캐피탈과 매각자문사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GS·칼라일 컨소시엄을 25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예정이다. 지난주 진행한 본입찰에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이 참여한 가운데 GS·칼라일 컨소시엄이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 대상은 유니슨캐피탈과 창업자 장민호 씨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한 메디트 지분 100%다. 전체 인수금액은 3조원대 초반 수준이다.GS가 자금의 10%를 대고 나머지는 미국 PEF인 칼라일그룹이 조달할 예정이다. GS는 향후 칼라일이 회사를 매각할 경우 우선적으로 살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슨캐피탈과 GS 컨소시엄은 이달 중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메디트는 3차원(3D) 치과용 구강 스캐너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휴젤 이어…GS, 1년 새 5兆 헬스케어 M&A칼라일과 컨소시엄 전략 주효…오너 4세 허서홍 부사장 주도GS그룹이 메디트 경영권을 인수한 것은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바이오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GS는 그동안 정유·에너지 중심 사업구조를 재편하기 위해 신사업 진출을 다각도로 추진했다. 지난해 1조5000억원 규모의 국내 1위 보톡스 업체 휴젤을 인수한 것도 이런 사업 방향의 일환이었다.이번 거래 역시 휴젤 인수 주역이자 그룹 오너가 4세인 허서홍 ㈜GS 부사장이 이끄는 미래사업팀에서 주도했다. 허 부사장은 지난해 휴젤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전무 승진 3년 만에 부사장에 올랐다. 이번 거래까지 1년 만에 최대 약 5조원 규모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킨 셈이다.칼라일은 GS의 ‘우군’으로 나섰다. 칼라일은 세계 3대 사모펀드(PEF)로 꼽힌다. 칼라일은 메디트 인수 시도 두 번째 만에 거래를 성사시켰다. 칼라일은 2019년에도 메디트 인수를 추진했으나 가장 높은 가격을 베팅한 유니슨캐피탈에 고배를 마셨다. 이번에는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칼라일은 거래 초반부터 GS와 컨소시엄을 꾸려 적극적으로 거래를 추진해왔다.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GS가 허태수 회장(사진) 체제 이후 M&A에 대해 공격적인 태도로 임하고 있다”며 “이번 거래 역시 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도 GS가 적극적으로 인수를 추진하면서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메디트는 유니슨캐피탈에 인수된 뒤 글로벌 구강스캐너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3위권 회사로 빠르게 성장했다. 글로벌 영업망 조직을 신설하는 등 해외 영업을 적극 확장한 결과다.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이익률을 높였다. 매출은 유니슨이 인수한 2019년 722억원에서 지난해 1906억원으로 뛰었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같은 기간 367억원에서 1039억원으로 증가했다.김채연/차준호 기자 why29@hankyung.com